또 세트플레이에 당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두 경기를 치른 울산 현대가 '세트플레이'에 울고 있다. 울산은 21일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사커스타디움에서 열린 가시마(일본)와의 2017년 ACL 조별리그 E조 첫 경기서 0대2로 완패했다. 키치SC(홍콩)와 승부차기 혈투 끝에 가까스로 본선에 합류한 울산은 지난해 J1(1부리그) 우승팀이자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준우승팀인 가시마를 압박하는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김도훈 울산 감독도 "결과는 패했지만 우리 선수들이 홈에선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긍정 평가했다.
아쉬움을 남긴 승부의 분수령, 선제골 실점 장면이었다. 울산은 후반 19분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코너킥 상황에서 미드필더 가나자키 무에게 노마크 찬스를 내줬고, 헤딩슛으로 첫 실점을 허용했다. 지난 키치전에서 후반 시작과 동시에 김봉진에게 내준 실점과 똑같은 장면이었다. 이전까지 한승규의 중거리포가 골대를 맞히는 등 가시마를 몰아붙였던 울산은 선제골 이후 수비, 패스 집중력이 무너지면서 결국 추가골까지 허용하며 아쉬운 승부를 마무리 했다.
시즌 전까지 울산 수비진은 K리그 상위권으로 꼽혔다. 좌우 측면에 이기재 김창수, 중앙에 강민수 김치곤 정승현이 버티고 있는데다 외국인 수비수 리차드까지 영입하면서 무게감을 더했다. 높이와 속도를 겸비한 수비라인의 힘이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세트플레이 상황에서 대인마크에서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두 경기 모두 똑같은 실점 패턴을 보였다. 전방 압박이 어느 정도 이뤄졌던 승부라는 점에서 가시마전 세트플레이 실점은 더 아쉽다.
변명의 여지는 있다. 알찬 겨울을 보내지 못한 탓이다. 울산은 ACL 출전이 갑작스럽게 결정되면서 스페인 전지훈련 일정을 대폭 축소했다. 수준급 팀들과의 연습경기로 실전 감각을 늘릴 계획이었지만 급히 귀국 하면서 기대 만큼 연습경기를 소화하지 못했다. 세트플레이 수비 대응 역시 이러한 악재가 작용한 결과다.
김 감독은 "시간이 지나면 선수들의 경기력이 올라올 것이고, 더 좋은 모습도 보여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키치전과 가시마전을 비교하면 납득이 가는 평가다. 하지만 이미 올시즌은 시작됐다. 오늘이 없는 내일은 없다. 주어진 상황 속에서 문제점에 대한 확실한 보완이 필요한 이유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