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수 감독이 8개월만에 K리그와 조우한다. 조성환 감독은 우승 트로피를 위한 첫 발을 뗀다.
제주와 장쑤 쑤닝은 22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2017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H조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다.
최 감독은 지난해 6월 서울을 떠나 장쑤 감독으로 부임했다. 한국 지도자 최고 대우였다. 2011년 서울 감독으로 부임한 이래 리그와 FA컵 등을 거머쥐며 K리그 대표 지도자로 거듭난 최 감독은 중국 진출 후에도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슈퍼리그에서 2위에 올랐고, FA컵 준우승을 이끌었다. ACL 진출권을 확보한 최 감독은 첫 판부터 K리그팀을 만났다. 최 감독은 21일 열린 경기 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서울이 아닌 장쑤 유니폼을 입고 한국에 왔다. 푸근했지만 이전과는 또 다른 마음가짐을 스스로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 감독에게도 중요한 시즌, 그 중에서도 첫 번째 경기다. 최 감독은 조심스러웠다. 그는 "모든 시즌 첫 경기는 절대 감독이 원하는 100%를 낼 수 없다. 선수들이 감정 컨트롤이 안되면 팀에 큰 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 최대한 자신감을 유지하면서 기본적인 것을 할 생각"이라고 했다. 원정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ACL이라는 대회가 다양한 국가, 다양한 기후, 다양한 생활패턴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다. 이를 극복하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원정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지만 크게 문제는 안될 것이다. 장쑤가 더 큰 클럽이 되기 위해서는 이보다 더 안좋은 상황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했다.
조성환 제주 감독에게도 중요하긴 마찬가지다. 지난 시즌 6년만에 ACL 티켓을 확보한 후 대대적인 선수 영입에 나섰다. 어느때보다 기대가 큰 시즌, 조 감독은 큰 포부를 밝혔다. 조 감독은 "이번 시즌을 준비하면서 목표를 ACL, 리그, FA컵 우승으로 잡았다. ACL도 목표가 분명하다. 우승이다. 한 단계, 한 단계 올라서 조별리그를 통과하면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목표는 크게 잡았다. 기존 선수들과 새로운 선수들이 조화를 잘 이룬다면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제주는 최 감독과 인연이 깊다. 서울 감독 부임 후 첫 상대가 제주였다. 이후 최 감독은 제주 킬러로 명성을 높였다. 익숙한 서울 엠블럼 대신 장쑤 쑤닝 엠블럼을 가슴에 단 최 감독은 감독대행이던 2011년 4월부터 시작해 2015년 8월까지 제주를 상대로 단 한 차례 패배도 기록하지 않았다. 최 감독은 "제주는 빠른 공수 전환을 장점으로 한다. 지난해 기록에서 보듯 공격이 장점이다. 많은 선수들이 들어와서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쉽지 않은 상대다. 존중받을 팀"이라고 했다.
조 감독도 최 감독과 인연이 있다. 지긋지긋한 제주의 서울 징크스를 깼다. 조 감독은 지난 2015년 8월 29일 서울을 상대로 2대1 승리를 거두며 서울전 23경기 연속 무승 탈출을 이끌었다. 이후 조 감독은 최 감독과의 5차례 맞대결에서 2승1무2패의 호각세를 이뤘다. 조 감독은 "장쑤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감독인 최 감독이 지휘봉을 잡아 전력이 배가됐다. E조에서 F조로 바뀌는 상황에서 분석을 했고 준비를 했다. 진실된 땀을 흘린만큼 제주만의 축구를 보여주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관전포인트는 역시 장쑤의 외국인선수를 어떻게 막느냐다. 테세이라, 하미레스, 마르티네스는 총합 1000억원이 넘는 거물들이다. 조 감독은 "외국인선수를 봉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최 감독은 오히려 외인보다 자국선수들에 자신감을 보였다. 최 감독은 "우리팀에는 차이를 만들 수 있는 훌륭한 외인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축구는 개인으로 승패를 보장하기 어렵다. 중국선수들이 발전하는 모습 보여주고 있고, 하나된 하모니가 맞아 떨어졌을 때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타팀과는 다르게 우리는 자국선수들의 능력이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장쑤에는 과거 제주에서 뛰었던 홍정호도 있다. 최 감독은 "홍정호의 고향이 제주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가슴에 단 엠블럼의 의미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 감독은 돌아온 제주 출신 조용형으로 응수했다. 조 감독은 "홍정호는 빅리그에서 경험을 한 국가대표 수비수다. 하지만 경험에서 조용형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돌아온 최 감독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 제주는 어떤 달라진 경기력을 보여줄까. 결전이 임박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