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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역적' 김.상.중.이란 세글자가 갖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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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김상중이 연기자 그 이상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김상중은 MBC 월화극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이하 역적)'에서 홍길동(윤균상)의 아버지 아모개 역을 맡았다.

아모개는 남다른 부성애로 가득찬 인물이다. 머리 좋은 아들은 벼슬길에 올라 꿈을 펼치고, '아기 장수'의 운명을 타고난 아들은 마음껏 제 힘을 발휘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자신의 목숨도 내던지는 그런 아버지다. 이러한 아모개의 무조건적인 사랑 덕분에 홍길동은 다른 이의 아픔까지 헤아릴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갖게 됐다. 이러한 심성은 후일 홍길동이 인류애를 바탕으로 백성의 편에 서는 단초가 된다.

본격적인 홍길동의 이야기가 펼쳐지기 위해 필요한 서사를 모두 아모개가 쌓아올려야 하는 만큼, 아모개의 존재감과 무게감은 '역적'의 성패를 결정짓는 열쇠나 다름없다. 이 부담감을 감당해내고 있는 사람이 바로 김상중이다. 즉 '역적'에서 김상중이라는 이름은 단순히 연기 잘하는 배우를 넘어 드라마의 정체성과 다름없는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 김상중의 등장 여부에 따라 '역적'에 대한 반응은 격하게 갈린다. 20일 방송이 딱 좋은 예다.

앞서 아모개는 참봉 부인(서이숙)과 충원군(김정태)의 함정에 빠져 죽을 위기에 놓였던 바 있다. 그의 생사여부가 밝혀지지 않은채 5회가 마무리됐기 때문에 20일 방송되는 6회에 초미의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역적'은 기억을 잃은 홍길동이 숙용 장씨(이하늬)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기억을 되찾아 어리니를 다시 찾으려 하는 등 LTE급 전개를 보여주며 시청자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리고 시청자가 잠시 방심한 틈을 타 엔딩에서 다시 아모개를 등장시켰다. 몰골은 말이 아니었지만 엄자치(김병옥)의 도움으로 생존한 아모개의 모습을 보여주며 깜짝 반전을 꾀한 것. 이에 시청자들은 소름돋는 환영인사를 보냈다.

자타공인 연기 잘하는 배우인 만큼 김상중은 매회 시선을 압도하는 명연기를 펼친다. 가슴 저미는 부성애로 시청자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기도 하고, 반전으로 놀라움을 꾀하기도 했다. 그의 연기에 물이 오를수록 '역적'의 정체성과 주제의식도 살아 숨쉬게 되고, 흡입력과 파급력도 더욱 탄력을 받는 순작용이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20일 방송된 '역적'은 11.4%(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 지상파 3사 월화극 중 유일하게 시청률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역적'은 이제 김상중 시대에서 윤균상 시대로 건너가는 과도기를 겪게 된다. 이는 드라마의 정체성이 계승된다는 얘기다. 과연 윤균상이 김상중이라는 이름의 의미를 제대로 물려받아 지금과 같은 상승세를 계속 가져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