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성공하는 사람에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최근 안방극장의 일주일을 뜨겁게 달구는 세 남자가 있다. SBS 월화극 '피고인'의 지성, KBS2 수목극 '김과장'의 남궁민, OCN 주말극 '보이스'의 장혁이다. 세 배우 모두 둘째가라면 서러울 연기력을 뽐내며 브라운관을 장악, 시청률 1위 자리를 꿰찼다. 그런데 이들의 연기보다도 더 대단한 것이 있다. 바로 화면에서는 미처 보이지 않았던 노력이다.
▶ 지성 : 자상한 사실주의
'피고인'에서 지성은 아내와 딸을 죽인 누명을 쓰고 기억까지 잃은 채 사형수가 된 박정우 역을 맡았다. 하나씩 떠오르는 기억의 파편을 맞춰가며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그의 고군분투는 눈물겹고 가슴 찡하다. 특히 아내와 딸을 생각하며 터트리는 오열 연기에 시청자는 숨을 죽인다. 지성의 연기 덕분에 '피고인'은 22.2%(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월화극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연기력도, 흥행력도 믿고보는 지성이지만 현장에서의 태도는 더욱 신의 경지에 가깝다. 워낙 감정 소모가 큰 캐릭터이기 때문에 회마다 얼굴 선이 달라질 정도로 살이 빠질 정도이지만, 현장에서는 누구보다 리얼리티를 살리려 고군분투한다고.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지성은 사실적인 연기를 펼치기 위해 오케이 사인이 난 뒤에도 끝까지 감정을 유지하고 있다. 또 다른 배우들과 합을 맞출 때도 리얼리티를 강조한다고. 이 과정에서 독선이 들어가면 아집이 되겠지만, 지성은 자상하게 후배들을 아우르고 있다. 후배들이 연기 조언을 부탁하면 한번도 싫은 내색 없이 대화에 응해주고, 그들과 상의하며 한신 한신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덕분에 함께 연기하는 배우들도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는 후문이다.
▶ 남궁민 : 코믹 젠틀맨
'김과장'은 남궁민의, 남궁민에 의한, 남궁민을 위한 원맨쇼라고 봐도 무방한 작품이다. 매회 사이다 같이 쏟아지는 김성룡(남궁민)의 활약상을 보여주며 시청자를 잡아끌고 있다. 시청자는 남궁민의 포복절도 사이다쇼에 행복하지만 극에서 김성룡이 차지하는 분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만큼, 남궁민의 어깨가 무거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남궁민은 특유의 성실함과 책임감으로 극을 짊어지고 있다.
드라마 관계자는 "촬영장에서 남궁민이 대본을 손에 놓는 걸 몇 번 본 일이 없는 것 같다. 언제나 대본과 함께다. 대사량이 정말 많은 편인데도 NG조차 몇번 내지 않고 있다. 온몸을 사용해야 하는 코미디 연기이고, 주연 배우이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꽤 지치는 상황일텐데도 항상 깍듯하고 젠틀한 모습으로 동료 배우들과 스태프를 대한다. 완벽주의란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소위 말하는 삥땅을 치기 위해 TQ그룹에 입사했던 김성룡이 어느새 정의감에 눈을 뜨고 진짜 의인으로 거듭나는 다소 전형적이고 판타지스러운 전개마저 남궁민의 이러한 성실함에 힘입어 더욱 빛나 보이는 것은 아닐까.
▶ 장혁 : 소문난 노력파
장혁은 '보이스'에서 진범에게 아내를 잃고 폭주하는 112 신고센터 골든타임 팀장 무진혁 역을 맡았다. 무진혁은 범인을 과잉진압하거나 그 누구도 믿지 못해 날을 세우는 등 다소 광기 어린 모습을 보이지만, 이마저도 장혁의 디테일한 감정 연기에 힘입어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여기에 파워풀한 액션까지 더해지니 시청자 입장에서는 전격 눈호강 드라마가 될 수밖에 없다. '드라마가 아닌 영화를 보는 기분'이라는 찬사가 쏟아지는 건 이 때문이다.
드라마 관계자는 "무진혁은 정말 어려운 캐릭터다. 감정 변화도 드라마틱하고 액션 연기도 있다. 장혁은 액션 연기를 거의 대역 없이 소화하고 있어 체력적 부담이 상당할텐데도 촬영장의 분위기메이커까지 자처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속사 관계자 역시 "액션신의 경우 따로 준비를 했다기보다는 평소에 운동을 워낙 많이 하며 관리를 해왔다. 그래도 액션신 촬영이 있으면 하루 전날 완벽하게 모든 합이 들어맞을 때까지 연습을 한다. 워낙 열심히 노력하는 배우"라고 설명했다.
백조의 다리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완벽을 기하는 배우들 덕에 드라마도 힘을 받을 수 있었다. 이들의 피 땀 눈물에 박수쳐줘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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