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울 뿐 밑지는 장사도 아니다.'
극적으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 진출한 울산 현대가 연이은 손익계산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첫 번째 손익계산서는 ACL 플레이오프에서 나왔다. 득보다 실이 많았다. 생각지도 못했다가 전북이 ACL에서 퇴출되는 바람에 PO 출전권을 획득할 때부터 꼬였다.
해외 전지훈련 중이던 울산은 갑자기 들이닥친 키치SC(홍콩)와의 ACL PO 경기(7일)를 준비하느라 시즌 준비에 차질을 빚었다.
ACL 도전 기회을 얻은 기쁨도 잠시, 우려는 현실이 됐다. 스쿼드 구성이나 조직력 완성도 안된 상태에서 맞이한 키치전에서 졸전 끝에 승부차기를 통해 가까스로 이겼다.
본선 무대인 E조 조별리그에 합류한 '득'은 있었지만 경기내용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런 울산에 두 번째 손익계산서가 날아들었다. 호주 원정이다. 키치전 이튿날 열린 상하이 선화(중국)-브리즈번 로어(호주)의 또다른 PO에서 상하이가 패하며 브리즈번과 같은 조에 속하게 됐다.
세계적인 선수 카를로스 테베스를 보유한 상하이가 승리할 것이란 축구계의 관측이 빗나갔다. 충격적인 탈락에 상하이 구단은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고 울산도 아쉬움에 입맛을 다셔야 했다.
이것 저것 따져봐도 상하이가 진출하는 게 유리했기 때문이다. 우선 ACL에서 중요한 변수인 원거리 원정을 피할 수 있었다. ACL 출전팀들이 가장 기피하는 장소가 바로 호주다.
호주까지 이동시간만 12시간을 훌쩍 넘어 K리그 시즌 중에 호주를 다녀오려면 여간 손해가 아니다. 지난해 수원도 K리그 개막과 동시에 멜버른 빅토리와의 ACL 첫경기를 위해 호주 원정을 다녀왔다가 시즌 시작부터 꼬였다. 이에 비하면 물리적으로 가까운 상하이 원정은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다.
무엇보다 울산 구단을 아쉽게 만든 것은 마케팅 대박 기회를 날렸다는 것이다. 테베스는 작년 말 상하이로 이적하면서 주급 61만5000만파운드(약 9억500만원)란 세계 최고의 몸값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그런 테베스가 속한 상하이가 조별예선을 위해 울산을 방문한다면 국내 축구팬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모을 수 있다. 울산 구단 관계자는 "테베스의 울산 원정이 성사될 것으로 예상해 관중 입장, 마케팅 효과 극대화 방안을 준비하려고 했던 것은 사실이다. 테베스 효과로 팬들에게 좋은 볼거리를 선사할까 싶었는데…"라며 '닭쫓던' 신세를 아쉬워했다.
그렇다면 브리즈번과의 호주 원정이 마냥 손실만 큰 것일까. 울산은 꼭 그렇지만는 않다는 계산이다. E조 경기 일정에서 다소 운이 따랐기 때문이다. 울산은 브리즈번 원정경기를 E조 최종 6차전인 10월 5일 치른다. 각 조 1, 2위(16강)를 가리는 조별리그에서 브리즈번과의 최종전에서 16강 운명이 결정되는 최악의 경우를 제외하면 호주 원정이라고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5차전까지 1, 2위를 미리 확정지으면 브리즈번과의 최종전은 이른바 버려도 된다. 특히 구단은 6차전 부담을 덜기 위해서 선수들이 16강 진출을 조기에 확정짓기 위해 더욱 분발하게 되는 등 동기부여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울산이 가시마 앤틀러스와의 첫 경기(21일)부터 '올인' 카드를 꺼내든 이유이기도 하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