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양복을 깔끔하게 차려 입은 40대 남자가 강남 역삼동의 한 철학원 문을 두드렸다.
"원장님, 올해 사업은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작년에 너무 힘들어서 직원들도 많이 줄였는데, 올해도 똑 같은 일이 되풀이 될까 두렵습니다."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경제 때문에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사업 사주를 위해 철학원을 찾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서울에서 직원 10명 남짓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이 남성도 절박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철학원을 찾았다.
사연을 듣고 사주를 확인한 승원철학원 정동근 원장(사진)은 "올해는 정유년 정자는 정(화) 와 임(수) 목으로 합이 되지만 기분 나쁜 합이다. 특히, 돈이 나가는 해이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을 벌이기 보다는 현상유지해 힘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새로운 거래처를 뚫거나 사업을 시작하기 보다는 기존의 사업과 고객을 재정비하면 그곳에서 새로운 계약 건들이 나올 것이라고 얘기다. 알(돈) 낳은 닭(기존 고객)을 잡으면, 생각지도 않은 소개가 많이 들어올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해외 수출을 기획하고 있는 사업에 대해, 해외 사업도 일이 다 어그러지고돈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정 원장은 이어 "문서에 힘이 들어가는 해다. 글자에도 신이 있기 때문이다. 문서를 잘 갖춰놓지 않으면 사기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정 원장의 사업 사주는 단순히 예측이나 조언에 그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사업부도에 처해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사주를 통한 조언이 무의미할 수 있다. 당장의 어려운 현실을 해결하는 게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 원장은 사주 이외에도 현안 해결에 도움이 되는 금융기관이나 법조계 전문가들을 직접 소개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을 추천할 때도 의뢰하는 사람과 전문가의 관상을 보고 진짜 '귀인' 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한 사업의 위기가 언제부터 시작됐고,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진단해 주기도 한다.
정 원장은 중소기업 사장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직원 채용에 있어서도 이력서와 관상, 회사 이름, 주소, 대표자 사주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서 도움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