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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효과? 새 용병 번즈가 틀어쥔 롯데 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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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는 이대호가 복귀했지만 타순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전지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조원우 감독은 이대호를 중심으로 한 효과적인 타순 구성을 위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 4번 이대호 앞뒤 타자로 누구를 쓸 것이냐가 핵심이다. 지난해보다 타선이 보강됐다고는 하지만 이대호의 존재감을 위해서는 3번, 5번타자의 활약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조 감독은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대호가 4번이고, 앞뒤 타자는 번즈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롯데가 새롭게 영입한 앤디 번즈는 전천후 내야수다. 2루수가 유력한 번즈는 거포 스타일은 아니다. 마이너리그 6시즌 통산 타율 2할6푼4리, 55홈런, 283타점, 87도루를 기록했다. 마이너리그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이 15개이고, 타율 3할을 넘긴 적도 없다. 롯데는 "마이너리그에서 그 정도 성적이면 KBO에서도 활약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지만,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

조 감독은 "여기 와서 타격하는 것을 봤는데 덩치에 비해 힘은 있다. 두 번째 턴(3~4일로 짜여진 훈련 단위)을 맞아 조금씩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은 타격 스타일을 정확히 판단하기 이르다. 조 감독은 번즈를 3번 또는 테이블 세터로 염두에 두고 있다. 타격 실력이 괜찮다면 이대호 앞에서 충분히 '방패'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조 감독은 "번즈가 1,2번 또는 3번을 칠 수 있다. 적응이 안되면 하위타선으로 밀린다"며 "그에 따라 손아섭의 위치도 1번 또는 3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1번 손아섭-3번 번즈, 또는 1번 번즈-3번 손아섭의 구도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번즈는 마이너리그에서 한 시즌 33도루를 기록한 적이 있다. 발이 빠르기 때문에 톱타자로 써도 무방하다. 손아섭-번즈로 1,2번 테이블 세터를 구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번즈의 스타일과 적응 속도에 따라 타순을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타순 변동폭이 컸던 롯데는 올해 번즈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면 이러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독이 될 수 있다. 조 감독도 이를 경계하고 있다. 결국 번즈가 KBO리그에 어느 정도 적응할 수 있는냐가 중요하다.

번즈는 현재 훌리오 프랑코 코치의 도움을 받으며 타격폼을 조정하고 있다. 조 감독은 "프랑코 코치가 메이저리그 스타 출신이라 그런지 번즈의 태도가 매우 깎듯하다. 타격 기술에 관해 이것저것 많이 묻는다"고 소개했다.

번즈가 상위 타순에 오르면 5번 타순에는 최준석 또는 강민호가 자연스럽게 포진할 수 있다. 그러나 최준석은 지난해 부진을 면치 못했고, 강민호는 무릎 부상을 안고 있어 전성기 기량을 되찾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조 감독은 "전준우-김문호-손아섭-이대호-번즈 순으로 짤 수도 있다"고 했다.

타순의 변동폭이 큰 팀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대부분은 각 타순에 적합한 적임자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롯데가 지난 시즌 그랬다. 그러나 번즈가 공격에서 기동력, 컨택트 능력, 장타력 중 어느 한 부분이라도 확실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면 롯데는 올해 상대 투수에 따라 최적의 카드를 마련할 수 있다. 이는 이대호 효과를 극대화하는데도 반드시 필요하다.

조성환 KBSN 스포츠 해설위원은 "롯데 타선은 이대호를 중심으로 앞뒤 타자들이 어떤 역할을 해주느냐가 중요하다. 앞뒤 타자들이 허약할 경우 상대는 이대호를 거르려고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번즈가 롯데 타선의 전체적인 틀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