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운동 없으니 좋아요." (이용대)
"여차하면 새벽운동 한다." (하태권 감독)
한국 배드민턴 남자복식의 양대산맥 이용대(29)와 하태권 감독(42·요넥스)이 새벽운동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둘의 유쾌한 신경전이 펼쳐진 곳은 7일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이용대의 요넥스 입단식 행사장에서다.
지난해 리우올림픽을 마치고 국가대표에서 은퇴한 이용대는 삼성전기를 떠나 요넥스 배드민턴단에 입단했다.
이용대의 요넥스 입단으로 작년부터 팀의 지휘봉을 잡은 하 감독과의 각별한 인연이 부각됐다. 하 감독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친구 김동문(원광대 교수)과 함께 남자복식 금메달을 획득한 남자복식 레전드다. 이들의 대를 이은 선수가 이용대다. 이용대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혼합복식 금메달로 스타덤에 올랐다. 남자복식에서는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이 최고 성적이다.
하 감독이 아테네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한 뒤 삼성전기 코치로 변신했을 때 이용대는 삼성전기에 갓 입단한 막둥이였다. 코치와 선수로서의 인연은 대표팀에서도 이어졌다. 이용대가 베이징에서 금메달을 딸 당시 하 감독은 대표팀 코칭스태프 였다.
소속팀의 대선배이자 선생님이었던 하 감독은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요넥스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대표팀을 나오는 바람에 이용대와 잠깐 헤어졌다. 그러던 차에 소속팀에 이용대가 입단하면서 끊을 수 없는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입단식 기자회견에서 나란히 앉은 두 사람. 주인공 이용대에게 먼저 질문과 답변 기회가 주어졌다. '태릉선수촌을 떠난 지 5개월 돼 가는데 장·단점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새벽운동' 이야기를 불쑥 꺼냈다.
"사실 새벽운동을 하지 않는 게 너무 좋다. 선수촌에서는 매일 새벽 5시40분쯤 일어나 새벽운동을 하느라 힘들었는데 지금은 잠을 푹 잘 수 있다." 주변에 웃음이 터졌다.
'새벽운동', '극기훈련' 등은 국가대표 선수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를 상징하는 단어다. 12년간 선수촌 생활을 한 이용대에게도 '호환, 마마'만큼이나 두려운 존재가 새벽운동이었던 셈이다.
그래도 이용대는 "한편으론 이제 슬슬 선수촌 생활이 그리워지기 시작한다"며 "다른 선수들과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항상 노력했던 것은 기분 좋은 기억"이라고 장점을 꼽았다.
이어 하 감독에게 마이크가 돌아갔다. 하 감독은 먼저 칭찬으로 이용대를 안심시켰다. "이용대의 장점은 한국의 금메달리스트답게 기량이 훌륭하다. 여기에 겸손하고 스스로 알아서 훈련하는 선수다. 우리 팀에 와서 200%의 활력를 줘 선수들 모두 한 번 해보자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내 이용대를 떨게 만드는 '으름장'이 이어졌다. 하 감독은 "이용대의 입단으로 팀 성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나도 개인적으로 스포츠에서는 항상 우승을 목표로 한다"며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혼연일체가 돼야 한다. 우승을 향해 가는데 훈련량이 부족하다 싶으면 새벽운동도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새벽운동 없다고 아이처럼 좋아했던 이용대. 졸지에 돌 피하려다가 바위 맞을 수 있는 처지가 돼 버렸다.
"새로운 팀에 와서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다. 하 감독이 계셔서 선수생활을 더 오래하지 않을까 기대한다"는 이용대는 "대표팀에서 불러주시면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열심히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대표팀 복귀로)이어질 것이라 생각한다"며 대표팀 복귀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편 김철웅 요넥스코리아 대표는 "이용대 입단과 함께 다양한 프로모션 활동을 통해 배드민턴이 발전하는 계기를 만들고 프로선수 못지 않은 흥행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