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님을 잡아라.'
K리그 각 구단들이 새 시즌 개막을 앞두고 시즌권 마케팅에 분주하다.
시즌권 판매 실적은 연고지역 열성팬들의 관심도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라 구단들로선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다.
이런 가운데 예전과 달리 눈길을 끄는 시즌권 마케팅 기법이 있다. 이른바 '시장님 마케팅'이다.
최근 각 구단들은 연고 지역의 자치단체장이 시즌권을 솔선수범해 구입했다는 사실을 앞다퉈 공개하고 있다.
수원 삼성의 경우 염태영 수원시장이 3년 연속으로 시즌권을 구입했다. 2015년 수원 구단이 K리그 경기 입장권에 대해 공짜표 근절 운동을 시작하자 염 시장이 "그럼 나부터 연고팀의 티켓을 사야겠다"고 동참한 것이 3년째 이어졌다. 수원은 이 사실을 강조하며 '수원시민의 얼굴인 수원시장부터 지역구단 응원에 앞장선다'고 홍보했다.
염 시장은 같은 지역 챌린지팀인 수원FC의 시즌권도 구매해 형평성을 유지했다.
안산FC와 안양FC는 제종길 안산시장과 이필운 안양시장이 각각 시즌권 1호 구매자로 나섰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밖에 성남FC, 부천FC 등 챌린지 구단들도 '시장님 마케팅'을 앞세웠다.
기업구단 수원 삼성처럼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적을 제외하면 관할 지역 자치단체장의 시즌권 구입 대상은 대개 시민구단들이었다. 시민구단 특성상 지역 자치단체장이 모범을 보이지 않을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시장님 마케팅'에 새로 가세한 기업구단이 있다. 부산 아이파크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역대 부산시장 가운데 처음으로 2017년 시즌 부산 아이파크의 시즌권을 구입했다.
부산 아이파크가 전신인 대우 로얄즈 시절부터 부산에 연고를 둔 기간만 무려 34년째인데 어째서 이제야 첫 사례자가 됐을까. 부산 구단이 시도한 발상의 전환이 빚어낸 결과물이었다.
그동안 부산은 시민구단이 아니라는 이유로 '시장님'을 지역 마케팅에 끌어들이는 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차라리 시축행사 등이 있을 때 지역 관계 고위관계자와 공무원들을 초청하는 쪽을 선택했다. 하지만 부산 구단이 클래식 복귀에 재도전하는 시즌을 맞아 지역 밀착 마케팅을 강화하자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지역민들의 관심과 응원이 더욱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부임한 최만희 대표이사가 6일 취임 인사 차 부산시장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시즌권 구입을 넌지시 타진했는데 서 시장은 기다렸다는 듯 흔쾌히 수용했다고 한다. 서 시장은 "부산 아이파크가 지난해 승격에 이르지 못해 아쉽지만 어려울 때일 수록 360만 부산시민의 따뜻한 격려와 성원이 필요하다. 부산시와 함께 서로 돕고 힘을 모아야 한다"는 덕담까지 건넸다.
만약을 대비해 다른 지역 구단들의 자치단체장 시즌권 구입 관련 보도자료 모음집을 설득용으로 준비했던 부산 구단은 "시장님이 선뜻 받아들인 덕분에 적잖이 놀랐다. 시장이 앞장 서서 부산 축구에 대한 애정을 보였으니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탄력을 받은 부산 구단은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과 클럽하우스 등 해당 지역 구청장들을 상대로 시즌권 마케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에 대해 보답도 준비하고 있다. 부산 구단은 올해 부산시축구협회와 협력을 통해 부산 각 지역 생활축구 동호인 리그를 지원해 홈경기에 앞서 사전경기로 치르도록 하는 방안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시장님을 앞세운 시즌권 마케팅은 '지역민 품으로'를 기치로 내건 구단들의 생존 몸부림이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