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프를 비롯한 티켓몬스터(티몬)·쿠팡 등 소셜커머스업체들이 소비자들의 정서와 동떨어진 '나몰라라식' 운영으로 공분을 사고 있다.
이들 소셜커머스업체들은 살충제 성분인 다이옥신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진 피앤지(P&G)의 기저귀 '팸퍼스 베이비 드라이'를 여전히 판매중인 것. 특히 사은품이나 할인쿠폰을 증정하며 구매를 부추기는 모양새다. 이는 대형마트들이 "소비자들의 정서를 고려해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힌 것과 대조된다.
이런 이유로 상당수 소비자들이 "유해성 논란이 불거지면 이런 사실이 있었다는 것을 소비자들에게 안내하고, 판매를 일단 중단하는 게 맞지 아니냐?"며 소셜커머스업체들의 행태를 비난하고 있다.
▶'살충 성분 검출 논란' 기저귀에 소셜커머스는 '나몰라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국피앤지가 국내에 들여온 수입 기저귀 '팸퍼스' 일부 품목에서 화학 물질이 검출됐다는 해외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소비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최근 프랑스 잡지 '6000만 소비자들'은 프랑스에 유통 중인 12개 기저귀를 조사한 결과 '팸퍼스 베이비 드라이' 등 10개 기저귀에서 제초제·살충제 같은 잠재적 발암 물질이 발견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국피앤지는 해당 화학 물질이 극미량만 발견됐고, 유럽의 안전 기준에도 한참 못 미쳐 안전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런 해명에도 소비자 카페를 중심으로 피앤지 기저귀 '팸퍼스' 일부 품목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됐다는 프랑스 언론의 기사가 계속 확산되는 분위기다. 독성물질인 다이옥신은 주로 제초제·살충제 원료 등으로 쓰이며, 인체 면역계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혀 피부질환, 면역력 감소, 기형아 출산, 성기 이상, 암 유발 등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소식에 소비자들, 특히 아이를 둔 부모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소셜커머스업체들은 '나몰라라식'으로 대응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6일 오후 2시 현재 위메프, 티몬, 쿠팡 등은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피앤지의 '팸퍼스 베이비 드라이' 제품을 여전히 판매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들에게 문제가 된 부분에 대해 안내하는 게시글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쿠폰할인, 무료배송, 사은품 증정 등을 내세우며 소비자들의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해당 물품을 구매한 한 소비자는 다이옥신 검출 소식을 듣고 위메프에 연락했지만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A씨는 "위메프 고객센터로 환불이나 교환에 대해 문의했지만 '내부적으로 어떠한 지침을 받은 것은 없다. 제조사인 피앤지로 직접 전화해서 문의하길 바란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조사에 책임을 떠넘기고 판매자인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는 식의 태도"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한 위메프 게시판에는 많은 소비자들의 성토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비싼 돈 주고 구입했는데 소량이라 괜찮다는 반응은 이해가 안 된다', '미개봉이든 개봉이든 환불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독성물질 불안해서 못쓰겠다. 실망이다' 등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것.
여기에 중간 유통 판매업자가 올린 '검출된 성분은 안전 기준치에 크게 낮은 수준…전체 미개봉 상태이며 수령후 7일이내 반품가능하며 왕복 배송비는 고객이 부담해야 한다'는 답변이 소비자들의 불만에 기름을 붓고 있는 형국이다. 결국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업체들은 '중개업체인 특성상 환불과 문의는 중간 유통판매자와 제조사에 하라'는 식이다.
▶대형마트들 "소비자 정서 고려" 판매 중단 결정
이에 반해 대형마트들은 "소비자들의 우려를 고려해 문제가 된 제품의 판매를 중단하다"고 밝혀 소셜커머스업체와 대조를 이뤘다. 대형마트들은 피앤지의 '팸퍼스 베이비 드라이' 등을 매장에서 회수했다. 이마트는 피앤지 기저귀 중 문제가 불거진 제품을 온라인에서 판매하고 있었지만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또한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해당 제품을 철수시켰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제품의 유해성이 아직 국내에서 명확하게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들의 정서와 우려를 고려해 판매중단 결정을 내렸다"면서 "당국의 조사 등에 따라 추후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대형마트들의 발빠른 대처는 유독성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 PB제품을 제조 판매해 홍역을 치른 '전력'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다이옥신 논란이 확산되자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해당 피앤지 기저귀에 대한 샘플 조사에 착수했다. 국표원 관계자는 "피앤지 기저귀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가 커짐에 따라 실제로 유해성분이 있는지, 만약 있다면 얼마나 유해한지를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국표원은 시중에 판매되는 피앤지 기저귀를 무작위로 골라 다이옥신 검출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문제는 다이옥신 검출량에 대한 국내외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다이옥신 유해 기준과 관련해선 제철·소각 등의 시설에서 얼마나 배출되는지에 관한 규정만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표원측은 "제품 검출량에 대한 기준이 없어서 이에 대한 협의로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한국피앤지는 "프랑스 매체가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화학물질의 양은 극미량"이라며 "본사 차원에서 환불조치는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