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영국)=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 조성준 통신원]또 다시 터널 속이다. 이적 시장이 끝나자마자 감독은 '명단 제외'라는 시련을 안겼다. 과연 크리스탈 팰리스에서 이청용을 위한 자리는 있을까.
크리스탈 팰리스는 4일 오후(현지시각) 영국 런던 셀허스트파크에서 펼쳐진 선덜랜드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4라운드 경기에서 0대4로 대패했다. 리그 19위로 주저 앉았다, 무엇보다도 한국 팬들에게는 이청용의 명단 제외가 충격적이었다.
이청용은 1월 웨스트햄과의 경기 이후 4경기 동안 꾸준히 교체 혹은 선발로 출전했다. 여러 포지션을 소화했다. 샘 앨러다이스 크리스탈 팰리스 감독의 플랜 안에 들어있는 듯 했다. 겨울 이적 시장에서 스완지시티, 그리고 풀럼 등 챔피언십(2부리그) 팀에서 이청용 영입을 원했다. 이청용은 잔류를 선택했다. 앨러다이스 감독이 꾸준히 자신을 기용했기 때문이었다. 팀과 함께 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청용의 입장에서는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이런 이청용을 향한 앨러다이스 감독의 첫 대답은 '명단 제외'였다. 팀을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잔류를 결정한 이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소식이었다.
이청용이 자리를 되찾기 위해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전술적인 정체성을 보여야 한다. 앨러다이스 감독은 에버턴전에서부터 스리백을 들고나왔다. 3-4-2-1 전형이었다. 원톱 크리스티안 벤테케 아래를 받치는 미드필더로는 제임스 맥아더와 윌프레드 자하가 나섰다. 맥아더는 벤테케 옆에서 볼을 공급해주고 세컨드볼을 따내는 역할이다. 자하는 사이드로 빠져나가며 윙 플레이를 한다. 전체적으로 비대칭적인 형태를 이루고 있다. 정리하자면 현재 앨러다이스 감독의 스리백 전술에서 윙어 역할을 하는 선수는 자하 밖에 없다. 윙어 중 2순위인 안드로스 타운젠트 역시 두 경기 연속 벤치에서 시작했다. 윙어 이청용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크지 않다.
결국 틈은 중앙 미드필더에서 찾을 수 있다. 앨러다이스 감독이 구사하는 3-4-2-1 전형은 무조건 '벤테케'의 머리를 노린다. 세컨드볼이 빗나갔을 때 일차적으로 수비를 한 뒤 다시 공격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미드필더가 필요하다. 많이 뛰고 동시에 패싱력을 갖춘 선수여야 한다. 이청용은 충분히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활동량이 많고 패싱력을 갖췄다. 볼 전개 능력도 뛰어나다. 다만 2선과 3선 사이에 생기는 공간으로 침투하는 타이밍 잡기가 문제다. 크리스탈 팰리스의 수비진들은 너무 길게 걷어올리려는 경향이 강하다. 적당한 타이밍을 잡는 것이 관건이다.
기회는 있다. 앨러다이스 감독은 EPL에서 신통치 않다. 본머스와의 23라운드에서 승리했지만 선덜랜드전에서 지며 상승세도 꺾였다. 앨러다이스 감독은 쓰던 선수만 썼다. 선수 구성에 변화를 줄 시점이 됐다. 이청용에게 기회가 올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폭발력을 보여야 한다. 득점 혹은 어시스트를 기록해야 한다. 집중력이 필요하다. 어떤 자리에 나서건 득점을 위해 힘이 된다는 모습을 보인다면 반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