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미네소타 트윈스가 박병호(31)를 40인 로스터에서 제외하며 '방출대기(지명할당)' 조치한 게 지난 4일(한국시각)이다. '방출대기'에 따라 1주일 동안 미네소타 외 빅리그 29팀이 박병호에게 관심을 보일 수 있다. 원하는 팀이 있을 경우 박병호를 데려갈 수 있다. 이 경우 박병호와 미네소타가 맺은 계약 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박병호와 미네소타의 잔여 계약은 3년에 925만달러다. 아직 박병호를 원하는 팀은 나타나지 않았다.
시간은 있다. MLB에서 선수를 '방출대기' 조치하면 10일 안에 다시 40인 로스터에 복귀시키거나 1주일 이내에 웨이버 공시하거나, 트레이드하거나, 방출하거나, 아니면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낼 수 있다.
박병호를 전력 우선 순위에서 배제한 미네소타 구단의 데릭 팔비 야구 부문 대표는 "우리가 결정을 내리기 전에 시간이 있다. 앞으로 며칠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지켜보자"고 했다.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박병호 거취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
갈림길은 크게 두 가지다. 원하는 팀이 있어 박병호가 이적하는 것이다. 미국 야구 미디어 팬그래프스닷컴 등은 텍사스 레인저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그리고 탬파베이 레이스 같은 팀이 박병호를 원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박병호는 2016시즌 62경기에서 타율 1할9푼1리, 12홈런-24타점에 그쳤다. 수술(오른손 중지)로 시즌을 조기 마감했다. 그러나 팬그래프닷컴은 박병호의 타구 속도와 파워 등을 감안할 때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주면 몸값 이상의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이 팀들은 지명타자 또는 1루수로 우타자가 부족하거나 찾고 있다. 텍사스의 경우 조이 갈로, 라이언 루아, 주릭슨 프로파 등을 1루수 또는 지명타자 옵션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무게감이 약하다. 그래서 텍사스는 FA 마이크 나폴리 영입을 계속 타진하고 있는 중이다.
오클랜드도 욘더 알론소와 라이언 힐리가 있지만 우타 지명타자를 계속 찾고 있다. 지명타자 맷 데이비슨이 버티고 있는 시카고 화이트삭스도 박병호에게 관심을 가질 만한 팀으로 꼽혔다. 탬파베이도 가능한 후보 중 하나로 봤다.
그러나 박병호가 이번에 이적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31세의 나이와 900만달러가 넘는 잔여 연봉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만약 나이가 젊고 몸값이 싼 유망주가 '지명할당'으로 나올 경우 다른 팀에서 금방 데려갈 가능성이 높다.
어느 팀에서도 박병호를 원하지 않을 경우 박병호는 미네소타 구단의 다음 조치를 기다려야 한다. MLB 전문가들은 "이번에 박병호가 이적하지 못할 경우 미네소타 구단이 박병호를 초청선수 자격으로 박병호를 스프링캠프에 불러 경쟁을 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현재 미네소타 구단은 지명타자 우선 순위에 케니스 바르가스(27)를 올려놓고 있다. 바르가스는 지난해 47경기에 출전, 타율 2할3푼, 10홈런-20타점을 기록했다. 또 미네소타의 간판 스타 조 마우어가 1루수와 지명타자를 언제라도 오갈 수 있다.
따라서 박병호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 나간다면 미네소타 구단 수뇌부에 강한 인상을 남겨야 2017시즌을 빅리그에서 시작할 수 있다. 지금의 분위기를 바꾸지 못할 경우 시즌 출발점은 미네소타 산하 마이너리그가 될 수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