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설공단은 1년 전만 해도 웃을 일이 많지 않았다.
말 그대로 약체였다. 국가대표 출신 이은비 외에 눈에 띌 만한 전력이 없었다. 강팀들의 틈 바구니에서 사력을 다했지만 '이긴 날'보다 '지는 날'이 더 많았다. 현역시절 유럽무대서 활약했던 강재원 감독이 '기'를 살려보고자 했지만 쉽지 않았다.
하지만 겨우내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 여자대표팀에서 활약 중인 류은희 심해인이 가세하면서 전력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마침 좋은 기회도 있었다. 강 감독의 명성을 기억하고 있는 유럽 무대의 러브콜이었다. 강 감독은 지난해 12월 선수단을 이끌고 스위스로 건너가 전지훈련을 겸한 8개국 초청대회에 참가했다. 대표팀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유럽 전지훈련 기회를 잡은 선수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필 수밖에 없었다. '흥'을 강조했던 강 감독도 서서히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부산시설공단의 '신바람 핸드볼'이 빛을 발하고 있다. 부산시설공단은 3일 서울 방이동 SK핸드볼경기장서 가진 서울시청과의 2017년 SK핸드볼코리아리그 여자부 개막전에서 25대21, 4골차로 이겼다. 지난해 전체 8팀 중 6위에 그쳤던 부산시설공단은 '디펜딩챔피언' 서울시청을 상대로 단 한 차례의 역전도 허용하지 않는 탄탄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무엇보다 돋보였던 것은 선수들의 분위기다. 벤치에서는 멋진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파이팅'을 외치면서 힘을 보탰고 선수들도 몸을 사리지 않았다. 4골차 승리로 경기가 마무리 되자 모든 선수들이 코트로 뛰어 나와 마치 우승을 차지한 듯한 떠들썩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약체에서 일약 우승후보로 거듭난 원동력인 자신감이 살짝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날 부산시설공단서 데뷔전을 치른 류은희는 "새로운 팀에 오다보니 처음엔 많이 어색했지만 선수들과 눈만 마주치면 핸드볼 이야기를 할 정도로 사이가 좋다. (플레이가) 잘 맞아떨어지면 기분이 더 좋다"며 "무엇보다 힘들 때 뒤에서 도와줄 수 있는 동료들이 많다는 점이 가장 든든하다"고 웃었다. 강 감독은 "선수들이 신나게 경기를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아직까진 미숙한 부분이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