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찬규, 이준형만 있다? 김대현도 지켜보라."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은 지난 1일 전지훈련을 위해 미국 애리조나주로 출국하며 의미심장하게 한 선수의 이름을 얘기했다. 평소 신중한 성격의 양 감독인데,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2017 시즌 LG의 히트상품으로 키워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양 감독이 그렇게 기대하는 선수는 누굴까. 고졸 2년차 투수 김대현이다. 이날 출국장 선수단 인터뷰 주요 메뉴는 바로 5선발 경쟁이었다. LG는 데이비드 허프-헨리 소사-류제국-차우찬으로 이어지는 '어메이징4'를 뒷받침할 5선발 요원을 이번 캠프에서 찾아야 한다. 지난해 5선발 역할을 나란히 수행했던 임찬규와 이준형이 가장 유력한 후보. 하지만 양 감독은 두 사람의 이름만을 언급하지 않고 "여러 선수들에게 시범경기까지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주겠다"고 밝혔다. 여기 경쟁 후보에는 베테랑 봉중근 정도를 추측해볼 수 있었다. 그런데 양 감독은 "봉중근도 유력 후보지만 또 다른 선수가 있다. 바로 김대현이다. 크게 사고 칠 가능성이 충분한 선수다. 한 번 지켜봐달라"고 했다.
김대현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LG가 1차지명으로 선택한 유망주 투수다. 키 1m90, 체중 100kg에 가까운 탄탄한 체구에 선린인터넷고 시절부터 145km가 넘는 강속구를 뿌렸다. 이미 고교 시절 수도권 최고 투수로 인정받았다. 양 감독이 주목하는 건 바로 건장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 양 감독은 "한 마디로 체급이 다른 유형이다. 타고난 힘이 엄청나다. 워낙 좋은 공을 갖고 있다. 그 힘을 경기 내내 쓸 수 있는 요령만 배우면 선발로서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선수"라고 평가했다. 직구, 슬라이더가 좋고 제구도 고교를 졸업한 지 얼마되지 않은 신예 투수답지 않게 안정적이라는 게 LG 내부 평가다.
사실 LG는 신인 시즌인 지난해부터 조심스럽게 김대현 성장 프로젝트를 가동했었다. 양 감독은 시범경기지만 파격적으로 고졸 신인 투수에게 선발 기회를 줬었다. 이상훈 피칭 아카데미 원장이 공을 들이게 했으며, 시즌 중 1군에도 콜업해 분위기를 익히게 했었다. 지난해 6월9일 삼성 라이온즈전에 불펜으로 나서 1⅔이닝 3피안타 1사구 2실점(1자책점)을 기록하며 호된 신고식을 당했었다. 단 한 번의 등판 경험이지만, 그 경험이 올해 김대현을 더 강하게 할 수 있다.
양 감독은 "임찬규도 올해 분명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하며 믿음을 드러냈다. 비슷한 평가라면 아무래도 경험이 많은 선배 투수가 경쟁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과연, 김대현이 스프링캠프에서 반전의 기회를 만들 수 있을까. 이번 LG 스프링캠프를 지켜볼 키포인트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