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은 웬만하면 선수들이 즐겁게 야구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자신이 정한 원칙을 지키면 굳이 터치를 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김 감독이 정한 룰 중엔 전지훈련 때 아침 산책하기, 아침 식사 때 슬리퍼 착용 금지, 유니폼 하의고리 사용 금지, 훈련 때 반바지 금지 등이 있다. 이는 김 감독의 KIA 첫 부임때부터 지켜온 원칙이다.
그런데 이번에 김 감독이 스스로 원칙을 깼다. 선수들이 이제 자신의 뜻을 잘 알게 됐기에 선수들에게 자율을 준 것. 김 감독은 이번 스프링캠프부터는 아침 산책을 자율에 맡기기로 했고, 아침식사 때도 슬리퍼 착용을 허가했다.
그런데 선수들이 원한 것은 유니폼 하의를 고리로 스파이크에 걸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하의에 고리를 달아 스파이크에 끼우면 하의 밑단이 나풀거리지 않아 보기에 좋고, 슬라이딩할 때 흙이 하의에 들어가지 않아 편하다. 하지만 김 감독은 야구 선수로서의 격식을 더 중요시 여겼다. 반바지 착용 금지 역시 이 때문이다.
새 주장 김주찬은 첫 훈련을 하는 날 김 감독에게 이를 건의했다. 김 감독은 조계현 수석코치와 상의 끝에 그 자리에서 고리 부착을 허가했다. 결국 김 감독이 지켜왔던 원칙 중 3가지가 깨지게 된 셈.
그런데 이후 반전이 있었다. 김 감독이 김주찬의 건의를 수락했을 때 김주찬이 감독실에서 나와 조 수석코치에게 "고참들과 다시 상의를 해보겠다"라고 했고, 다음날인 2일 고리 사용 금지를 유지하기로 번복했다. 김 감독이 자신의 원칙을 2가지나 풀어준 것에 선수들도 이에 화답을 한 것.
활기차고 즐거운 KIA의 스프링캠프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간의 믿음과 서로를 위한 마음이 결합된 결과였다. 오키나와=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