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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이슈] '푸른바다' 표절공방, 핵심 쟁점 세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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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SBS 수목극 '푸른바다의 전설'에 대한 표절 공방전이 벌어졌다.

박기현 작가는 지난 1월 31일 법무법인 우일을 통해 '푸른바다의 전설'을 집필한 박지은 작가가 자신의 장편 영화 시나리오 '진주조개잡이'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러한 사실이 2일 알려지자 박지은 작가 측은 "'푸른바다의 전설'은 박지은 작가의 순수 창작물이다. 박기현 씨의 주장은 아무 근거가 없을 뿐더러 일고의 가치조차 없다. 박기현 씨가 박지은 작가 및 제작진의 명예를 훼손한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무고 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법적대응을 할 것"이라고 맞섰다.

이쯤되면 단순 표절 문제에서 그치기 어려운 수준이다. 박기현 작가는 거대 제작사를 상대로 싸움을 건 상황이 됐고, 박지은 작가는 전작 '별에서 온 그대'에 이어 '푸른바다의 전설'까지 표절 시비에 휘말리며 작가로서 치명적인 오명을 안게 됐다. 자존심과 명예, 그리고 작가로서의 생명을 건 싸움이 된 셈이다. 그렇다면 과연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 이번 사건의 세 가지 쟁점을 짚어봤다.

▶ '해월녀 바다전설'vs'푸른바다의 전설', 얼마나 닮았나?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박기현 작가의 '해월녀 바다전설'과 박지은 작가의 '푸른바다의 전설' 사이에 얼마나 많은 유사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박 작가는 고소장을 통해 '푸른바다의 전설'이 제목과 인물 설정은 물론 이야기 진행 구조와 디테일까지 모두 자신의 작품을 차용했다고 주장한다. 두 작품 모두 명문대 출신의 엘리트이지만 가족과 이별한 아픔을 안고 있는 남자주인공과 자신을 살려준 남자주인공을 찾아 뭍으로 나왔지만 진주 때문에 위기에 처하는 인어를 내세웠다. 인어가 텔레파시로 대화하지만 곧 한국어를 사용하게 되고 여러가지 초인적 능력을 갖고 있다는 설정도 같다.

이야기 진행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박기현 작가는 대표적인 표절 사례로 경찰서 신을 꼽았다. '해월녀 바다전설'의 경찰서 시퀀스에서는 뭍으로 나온 인어여인이 맨발로 다니다 돈에 대한 개념 없이 어떤 물건을 가져가고 도둑으로 몰려 신고를 받고 출동한 두 명의 정복 경찰에게 현행범으로 체포돼 연행된다. 그리고 경찰서 조사실에서 조사를 받다 화를 내는데 초능력을 발휘해 유리 거울을 깨트리고 경찰들의 귀를 막는다. 이후 남자주인공이 찾아와 쓰러져서 널브러진 인어 여인의 오해를 벗기고 그를 구해낸다.

'푸른바다의 전설'에서는 허준재(이민호)의 호텔방에 들어온 인어 심청(전지현)이 도둑으로 몰리고 출동한 경찰에게 맨발로 체포돼 연행된다. 조사를 받던 심청은 화를 내며 괴력을 발휘, 경찰을 때리고 유치장에 갇힌다. 그리고 허준재가 뒤늦게 나타나 최면 능력으로 심청을 구해낸다.

인어가 도둑으로 몰려 경찰에 연행되고 이를 남자주인공이 구해준다는 점, 인어가 초인적인 능력으로 경찰들을 제압한다는 점 등이 같다는 것.

이밖에도 인어에게 잘못하면 사람이 미친다거나 가족들의 입시 걱정, 인어가 사는 곳이 유럽의 지중해 속 해저 동굴이라는 점, 인어를 미친 여자 혹은 멍청한 여자 취급한다는 점, 비를 맞고 있는 인어에게 남자 주인공이 우산을 씌워준다는 점, 인어에게 남자 주인공은 한없이 좋은 사람이라는 점, 인어가 진주로 물물교환을 한다는 점, 남자 인어가 등장한다는 점, 진주에 대한 의심을 품는 남자가 등장한다는 점 등이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박지은 작가 측의 입장은 한결같다. "'푸른바다의 전설'은 '어우야담' 속 인어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은 순수 창작물이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전지현 이민호의 조합을 염두에 두고 대본을 작업했다. 드라마 방영 당시 대응하지 않은 것은 박기현 씨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본인의 일방적 주장과 함께 우리가 대응할 시 죽겠다는 등의 글을 남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씨의 터무니없는 주장은 일고할 가치도 없다"는 입장이다.

▶ 갑질 논란 vs 어처구니 없는 요구, 진실은?

또 하나 주목할만한 것은 박기현 작가와 '푸른바다의 전설' 제작진 측의 만남이다.

박기현 작가는 "SBS와 제작사인 CJ E&M, 문화창고 측에 연락을 취했으나 박지은 작가가 내 작품을 보지 않았다고 부인했다"며 "2016년 11월 28일 박지은 작가와의 만남을 주선하겠다고 해서 강남의 모 카페에 갔으나 박지은 작가는 나오지 않고 CJ E&M 측 변호사와 나왔다. 이런 자리를 원한 게 아니라고 따졌으나 변호인은 '표절로 법원에서 이긴 판례가 없다'는 얘기로 법적 분쟁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무언의 압박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또 박기현 작가의 변호를 담당하는 법무법인 우일 측은 2일 스포츠조선에 "박기현 작가는 '푸른바다의 전설'이 자신의 작품을 사용한 것이라면 작가진으로 합류해 함께 작품을 꾸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저작권 침해 사실을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으니 법적 절차까지 밟게된 것이다. 박기현 작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사과 뿐이다. 그게 아니라 금전적인 부분을 원했다면 '푸른바다의 전설'이 방송되는 중 바로 중지 요청을 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지은 작가 측은 "박기현 씨는 본 드라마가 방영되자 저작권을 침해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한편으로는 언론 인터뷰를 강행하겠다는 등의 협박과 함께, 본인의 경제사정을 운운하며 본인을 서브작가로 채용하여 달라고 종용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했다. 본 제작사는 이를 입증하는 문자메시지를 확보하고 있으며, 박기현 씨의 터무니 없는 주장과 이해할 수 없는 요구에 응할 이유가 없었던 까닭에 본인에게 직접 거부의사를 통보한 바 있다"고 맞섰다.

▶ 접근가능성은 얼마나?

박기현 작가는 "2006년 7월 거제도로 이주, 바닷가 생활을 하며 얻은 영감을 토대로 '진주조개잡이-해월녀 바다전설'을 집필했다고 밝혔다. 이후 2006년 11월 한국영화 시나리오마켓에 저작 등록을 했다. 그리고 영화화를 위해 30여 부의 대본을 영화사 관계자들에게 배포했으나 아무 반응없이 10년이 지났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국영화 시나리오마켓에는 박 작가의 '진주조개잡이-해월녀 바다전설'이 2006년 11월 1일 자로 등록되어 있다. 작품은 한국영화 시나리오마켓에 가입한 회원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쉽게 147페이지 전문을 다운로드받아 볼 수 있다.

그러나 박지은 작가 측의 입장은 단호하다. 박지은 작가 측은 "'푸른 바다의 전설'은 공공재인 우리나라 최초의 야담집 '어우야담'에 기록된 인어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판타지 드라마로서, 박지은 작가의 순수한 창작물이다. 이는 드라마 제작 초반부터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박기현 씨의 표절 주장 이후 제작사는 어렵게 박 씨의 시나리오를 구해 법적 검토를 거쳤다. 그 결과 박 씨의 작품과 '푸른바다의 전설'은 인어와 인간의 사랑이야기라는 소재가 같을 뿐 달라도 너무 다른 작품이라는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드라마의 유명세를 이용해 무책임한 주장을 제기하고 유명 작가를 고소해 본인의 영달을 추구하는 행태는 근절되어야 한다. 이런 일이 생겨 유감이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박지은 작가와 제작사의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고 명예회복을 할 수 있어 다행스럽기도 하다. 박지은 작가와 제작사는 박기현 씨의 무고 행위에 대해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