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현택 기자] 보도국만 신난 게 아니다. JTBC 예능국이 춤을 추고 있다.
지상파와 tvN, Mnet에 비해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뒤쳐지던 JTBC 예능 프로그램들이 어느덧 안정기를 넘어 위협적인 맹주로 군림하고 있다. 일부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지상파 예능을 압도하며 기분 좋은 웃음을 짓고 있는 상황. 더 이상 정상급 MC들의 고정 합류도 생소하지 않고, '특급 게스트'의 단독 출연도 어색하지 않다. JTBC 예능국을 이끌고 있는 라인업은 어떤 모양새 일까.
▶ '한끼줍쇼' (수요일 오후 10시 50분)
흐름을 탔다. 지난달 25일 걸그룹 AOA 설현과 함께한 회차에서 5%(이하 닐슨코리아)를 넘었고, 이후 1일 방송에서 김종민과 우주소녀 성소가 출연해 다시 한번 5%를 넘겼다(5.263%). 이경규·강호동의 조합은 점점 더 단단해지고, 매번 바뀌는 게스트도 어색함 없이 두 '중년 남성'에 어우러지는 모양새.
서래마을, 이태원, 연희동, 창신동 등 시청자들에게도 익숙한 지역 곳곳을 누비며 시각적 몰입을 주는 것도 상승세의 이유 중 하나다. 단지 '밥을 얻어먹는' 컨셉트를 넘어 마을을 둘러보고 명소를 눈으로 보는 '여행'의 요소도 포함된 셈. 제작진은 내심 5%를 넘어 꿈의 10%까지 도전하겠다는 의지다.
▶'아는형님' (토요일 오후 8시 50분)
지속 가능한 간판 프로그램으로서의 모양새를 갖췄다. 시청률도 높지만, 연예 기획사와 관계자들에게 더 인기가 높은 프로그램이다. 전학을 와서 자신을 소개하는 포맷 자체가 홍보에 최적화 되어있기 때문. '나를 맞춰봐', '자기소개하기' 등이 그것이며 멤버들은 끊임없이 게스트를 '물고 뜯으며' 이야깃거리를 양산한다. 새 앨범을 낸 가수나 드라마·영화에 출연한 배우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놀기 좋은 멍석.
제작진의 마음도 따듯하다. 아이돌은 무조건 '완전체'로 섭외하며, 가장 인지도 높은 멤버를 집중 조명하기 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관심을 받았던 멤버에게 분량을 내준다. 멤버 이름조차 외우기 어려웠던 아이돌 그룹이 출연하면 한결같이 '이름 맞추기' 게임을 포함시키며 대중에게 각인 시켜주려는 것도 제작진의 아이디어.
다만 억지스러운 홍보용 방송과는 다르다. 시청자들은 멤버들의 질 좋은 케미와 잘 다져진 캐릭터를 즐기는 사이 자연스럽게 게스트를 알아가게 된다. 여기에 4일부터는 토요일 오후 11시에서 8시 50분으로 시간대를 옮기며 시청률 상승이 확실시 된다. 심야 시간에서 남녀노소가 시청 용이한 저녁 시간으로 배치한데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와의 경쟁에서도 자유로워진 상황.
▶'말하는대로'
할 말이 있으면 '말하는대로'. 스타와 유명인들에게 '웃음'에 대한 강박관념도 없이 말할 기회를 주는 사실상 유일한 예능 프로그램. 자연히 그 내용은 진실되고 파급력이 있다. CRPS라는 희귀병에 걸린 신동욱의 희망 메시지, 작은 거인 유병재의 절묘한 시국 풍자, 성소수자 홍석천의 고백은 '말하는대로'에서만 가능한 것.
심상정 의원, 안희정 충남지사 등 정치인을 비롯해 아티스트나 작가 등의 출연도 이어지고 있다. 시청률도 2~3%를 오가며 안정적인 상황. 포털사이트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화제성은 시청률을 상회한다.
▶'뭉쳐야 뜬다'
방송 10회차를 넘어가며 화요일 밤의 맹주, SBS '불타는 청춘'을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
토요일 방송에서 화요일로 옮겨온 후 자체 최고를 기록했다. 1일 방송은 4.5%, 유료가구 기준으로는 5.6%를 기록하며 웃었다. 정형돈이 개인적 사정으로 자리를 비웠지만, 문제 없이 즐거운 여행기를 그려냈다.
김용만·김성주·정형돈·안정환이라는 특이 조합은 웃음의 질도 색다르다. 동생들에게 못 당하는 김용만과 자유로운 영혼 정형돈, 여행중에도 중계본능을 뽐내는 김성주, 잔소리쟁이 안정환의 호흡이 '단골 시청자'를 낳고 있다.
이외에도 '님과함께2', '냉장고를 부탁해', '비정상회담' 등 이미 고정 시청자를 확보한 프로램이 버티고 있는 JTBC 예능국은 어디까지 세를 불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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