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 별은 반드시 진다. 세상의 이치다.
그라운드의 '별'도 마찬가지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는 또 다른 변곡점이었다. 홍명보-황선홍 시대가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박지성 시대가 도래했다. 그러나 박지성도 세월을 거스를 수 없었다. 2011년 카타르아시안컵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통해 '쌍용'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과 기성용(스완지시티)이 바통을 이어받을 준비를 마쳤다. 2012년 런던올림픽의 사상 첫 축구 동메달 환희를 거쳐 '88세대'는 더 또렷해졌다. 런던에서는 기성용과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짝을 이뤘다. 이청용 기성용 구자철이 전면에 등장했다. 그러나 2014년 브라질월드컵은 아픔이었다.
그 사이 물줄기가 바뀌었다. 무게 추는 다시 아래로 이동했다. 2017년 한국 축구의 대세는 손흥민(25·토트넘)이다. 그렇다고 아직 별이 진 것은 아니다. '88세대'는 여전히 한국 축구의 기둥이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이 다음달 재개된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도 '삼총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성용은 캡틴으로, 이청용과 구자철은 전천후 공격수로 매듭을 풀어야 한다. 그들은 러시아월드컵에서 4년 전의 아픔을 넘어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1988년생인 이청용이 올 해 한국 나이로 서른 살이 됐다. 기성용과 구자철은 1989년생이지만 1, 2월생이라 88년 '올림픽 둥이'와 학번이 똑같다. 이청용 기성용 구자철을 관통하는 한 단어는 변함이 없다. '절친'이다. 걸어온 길도 비슷했다. FC서울 출신인 이청용과 기성용은 2009년과 2010년,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한 구자철은 2011년 둥지를 유럽 무대로 옮겼다. 다들 '유부남'이 됐지만, 여전히 눈빛만 봐도 죽이 척척 잘 맞는 사이다.
하지만 그들도 흐르는 세월은 막을 수 없는듯 하다. 2017년 겨울이적시장이 1일(한국시각) 문을 닫았다. 혹시나 했지만 변화는 없었다. 주어진 선택지는 잔류였다. 그러나 올 한 해 변화의 폭풍이 몰아칠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2년 전 크리스탈 팰리스로 이적한 이청용은 최근 다시 한번 이적설이 제기됐다. 엉뚱하게도 현지 기자의 SNS을 통해 '설'이 제기됐다. 스완지시티를 비롯해 번리, 풀럼, 브라이턴, 애스턴빌라 등으로 옮길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실체를 파악한 결과, 2부 리그 팀들의 제안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겨울이적시장 마지막에 이야기가 나와 시간이 없었다고 한다. 이청용 측은 "선수도 최대한 본인이 뛸 수 있는 구단을 원한다. 하지만 전력이 어떤지, 어떤 스타일인지 등 판단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더욱이 소속팀도 부진해 청용이도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크리스탈 팰리스와 2018년 여름까지 계약돼 있다. 시간적으로 여유는 있다. 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일단 팀 성적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 하고 있다. 다만 여름이적시장을 통해 이적을 모색하는 방안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전했다.
이청용은 볼턴에서 맹활약하며 잉글랜드 무대에 급부상했다. 하지만 정강이 골절 부상을 한 뒤 내리막을 걸었다. 어렵게 다시 일어섰지만 많은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크리스탈 팰리스는 현재 강등권인 18위에 위치해 있다.
기성용은 겨울이적시장에서 중국팀으로부터 거액의 러브콜을 받았다. 키를 쥔 쪽이 기성용이었다. 하지만 그는 잉글랜드 무대에 남았다. 스완지시티는 최근 2연승으로 강등권에서 탈출, 잔류 커트라인인 17위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만에 하나 스완지시티가 2부로 추락할 경우 기성용도 새 팀을 물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자철은 계약 만료가 임박했다. 올 여름 아우크스부르크와 계약이 끝난다. 주가를 인정받고 있지만 잔류와 이적사이에서 갈 길을 정해야 한다.
축구 선수에게 서른 살은 터닝포인트다. 여름을 지나 가을을 맞이하는 시간이다. 현역으로 보낸 시간보다 보낼 시간이 적게 남은 시점이다.
이청용 기성용 구자철도 후회없는 선택을 하기를 바란다. 이제는 리그나 팀의 명성보다는 뛸 수 있는 구단, 자신의 가치를 더 인정해주는 구단으로 적을 옮기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벤치에서 더 많은 세월을 보내야 한다면 그 시간은 너무나도 아깝다. 한국 축구를 봤을 때도 그 길만이 '윈-윈 해법'이다.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