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이 캠프를 차린 스페인 마르베야. 1월12일 출국한 수원은 3주째 '해답 찾기'에 열중하고 있다. 강렬한 햇살이 내리쬐는 이 곳에서 수원 전사들은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저마다 자신들이 설정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다.
많은 선수들이 오갔고, 서서히 조직력이 갖춰지고 있는 시점. 시즌 준비의 중간 지점에 수원을 만났다. 서정원 감독, 주장 염기훈 그리고 이적생 신화용에게 '해답'을 물었다.
▶서정원 감독의 해답 '공격형 스리백'
지난 시즌 서 감독은 힘들었다. 축구 인생 최대 고비였다. 시즌 시작 전 선수단 보강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정규시즌을 시작하면서 성적이 곤두박질 쳤다. 시즌 막판까지 10위권을 맴돌았다. 하위 스플릿으로 추락했다. 창단 이후 처음으로 2부리그 강등을 걱정할 정도였다. 조나탄이 맹활약하며 7위로 K리그를 마감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희망의 불씨를 발견했다. FA컵에서 서울을 물리치고 극적으로 우승하며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했다.
올 시즌 역시 만만치 않다. 문제는 공백이다. 허리의 핵으로 성장한 권창훈이 프랑스 디종으로 이적했다. 왼쪽과 오른쪽 측면을 종횡무진했던 홍 철과 신시계는 국가의 부름을 받았다. 올시즌 상주 상무에서 뛴다. 측면 공격수 이상호도 서울로 이적했다. 수비의 한 축을 담당했던 연제민도 전남으로 옮겼다.
그나마 알짜 영입을 통해 어느 정도 공백을 메웠다. 사간 도스에서 김민우와 최성근을 데려왔다. 전남으로부터 박기동을 영입해 공격력을 키웠다. 코치진도 보강했다. 김태형, 이운재 코치를 영입했다. 좀 더 체계적인 지도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서 감독은 "현재 팀 훈련 상황은 내가 바라는 것의 70% 수준"이라고 했다. 순조로워 보이는 듯 하다. 문제는 나머지 30%다. 수원은 시즌 시작부터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난다. 우선 첫 경기부터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원정이다. 2월 22일 가와사키 프론탈레 원정을 떠난다. 이어 3월 1일 홈에서 광저우 헝다와 ACL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16강 진출을 위해서는 반드시 잡아야 할 두 팀이다. 3월 5일에는 K리그 첫 경기를 치른다. 서울 원정이자 슈퍼매치다. K리그 최고의 라이벌전. 물러설 수 없는 자존심이 걸린 경기다. 이어 3월 11일에는 K리그 홈 개막전을 치른다. 전북을 상대한다. 순탄한 시즌을 보내기 위해서는 초반 4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 이를 위해 남은 30%도 확실하게 채워넣어야 한다.
서 감독이 찾은 해답은 '공격형 스리백'이다. 지난 시즌 막판 포백에서 스리백으로 바꿨다. 이후 팀이 안정을 찾았다. FA컵 우승컵도 들어올렸다. 올시즌 화두는 스리백이다. 서 감독은 오프 시즌 동안 영국과 독일을 찾았다. 첼시, 토트넘의 스리백을 지켜보며 많은 영감을 얻었다.
서 감독은 "수비를 위한 스리백이 아니다. 공격적 스리백이다. 좌우 윙백의 공격을 극대화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호 권창훈 홍 철의 공백에 대해서도 "분명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선수들 조합의 변화 등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주장 염기훈의 해답 '박지성 스타일'
염기훈은 이번에도 수원의 주장을 맡았다. 벌써 4년째다.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서 감독을 찾았다. 주장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서 감독이 강하게 만류했다. 올해 딱 한번만 더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뿌리칠 수 없었다. 결국 염기훈은 다시 한번 주장 완장을 차기로 했다.
올 시즌은 이전과는 또 다르다. 염기훈도 어느덧 우리 나이로 35세가 됐다. 올해 신인 선수들과는 무려 15세 차이다. 아무리 주장으로서 잘해주고, 챙겨주려고 해도 받아들이는 쪽에서는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주장으로서 잘 뛰지 못하는 선수들을 더 챙기려고 한다. 그게 내 스타일"이라고 말한 그는 "그래도 어린 선수들은 내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나도 그 시절에는 그랬다"고 설명했다.
고민이 깊었다. 그러던 차 문득 뇌리를 스치는 인물이 있었다. 2010년 허정무호이 주장 박지성(은퇴)이었다. 염기훈은 "(박)지성이 형이 내게는 주장의 롤모델"이라고 했다. "지성이 형은 모범 그 자체"라고 운을 뗀 염기훈은 "경기력 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자기가 솔선수범 하려고 했다. 훈련을 할 때도, 경기를 할 때도 그 누구보다 더 많이 뛰었다.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말을 많이 하는 것보다 행동으로 보여줬다. 나도 그런 주장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지성 스타일' 주장으로서 염기훈의 목표는 딱 하나, K리그 우승이다. 2006년 전북에서의 프로 데뷔 이후 단 한번도 리그 우승을 해보지 못했다. 염기훈은 "사실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전제를 깔았다. 그러면서도 "올해는 기대가 된다. 많이 빠졌지만 공백을 충분이 메울만한 자원도 많이 들어왔다. 괜히 설레발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조심스럽다. 일단은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이적생 신화용의 해답 "1년차처럼"
신화용의 이적은 뜻밖이었다. 포항 유스 출신으로 포항에서만 14년을 뛰었다. 갑자기 수원으로 이적했다. 여러가지 상황이 있었다. 이유야 어쨌든 이제는 수원 엠블럼을 가슴에 달고 경기에 나서야 한다. 프로 생활에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변화다.
신화용은 새 팀에 적응할 방법을 알고 있었다. 바로 마음가짐이었다. 그는 "1년 차라는 생각으로 왔다.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루살이처럼 한 경기에 모든 것을 걸겠다. 방심하지 않고 집중할 것이다. 훈련도, 경기도 모두 1년 차의 마음으로 해야 여기서 승산이 있다"고 설명했다.
든든한 지원군도 많다. 일단 이운재 코치가 있다. 이 코치는 한국 축구의 레전드 골키퍼다. 신화용은 "골키퍼계에서 보면 끝판왕이다. 이런 코치님과 함께 운동을 하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많은 것을 배워 나가겠다"고 밝혔다.
목표는 두가지다. 하나는 0점대 실점율 달성이다. 2014년, 2015년에 경기당 0점대 실점율을 달성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은 실점율이 올라갔다. 신화용은 "골키퍼로서 가장 욕심나는 기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시즌에는 조금 힘들었다. 그래서 안 좋은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이제 새 팀으로 이적했다. 무조건 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팀이 잘되기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던지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마르베야(스페인)=이 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 bbadagu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