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충무로 블루칩' 박정민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까까머리를 하곤 독립을 외치던 송몽규의 여운이 채 잊히기 전 또 다시 파격의 연기 변신을 시도한다. 이번엔 지체 장애를 가진 피아니스트. 참으로 영리한 진화가 아닐 수 없다.
지난해 이름도, 언어도, 꿈도, 모든 것이 허락되지 않았던 일제강점기 속 한집에서 태어나고 자란 동갑내기 사촌지간인 시인 윤동주와 수필가 송몽규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동주'(이준익 감독)에서 송몽규와 싱크로율 100%, 아니 200%를 과시하며 괴물 같은 연기력을 선보인 박정민. 그가 차기작으로 '그것만이 내 세상'을 결정했다.
'그것만이 내 세상'은 한물간 복싱선수인 형과 지체 장애가 있는 천재 피아니스트 동생이 사연 많은 엄마를 통해 화해 하기까지 벌어지는 과정을 그리는 작품. 박정민은 복싱선수의 동생이자 지체 장애를 가진 피아니스트를 연기하며 그와 함께 뭉클한 형제애를 선보일 복싱선수로는 이병헌이 출연한다. '동주' 이후 1년 만에 주연작 도전에 나선 박정민과 충무로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병헌의 첫 만남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중.
신구(新舊) '연기신(神)'들이 의기투합한 '그것만이 내 세상'은 일단 캐스팅 소식만으로 화제다. 특히 지난해 '동주'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박정민의 합류가 눈길을 끈다. 일찌감치 박정민의 또 다른 인생 연기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 앞서 박정민은 2011년 영화 '파수꾼'(윤성현 감독)에서 '베키'로 불린 백희준으로 강렬한 데뷔 신고식을 치렀고 이후 '댄싱퀸'(12, 이석훈 감독)에서 뽀글이로, '전설의 주먹'(13, 강우석 감독)에서 임덕규(황정민)의 아역으로 조금씩 두각을 드러냈다. 그의 연기 인생에서 방점을 찍은 작품은 단연 '동주'. 윤동주의 고종사촌이면서 평생을 함께한 친구이자 문학 라이벌이었던 송몽규의 농밀하고 세밀한 감정을 진폭있는 연기력으로 표현한 그는 타이틀롤이었던 강하늘을 뛰어넘는 존재감을 발휘, '제37회 청룡영화상'에서 데뷔 9년 만에 신인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당시 심사위원 8인과 네티즌투표까지 더해 총 9표를 받은 박정민은 '제37회 청룡영화상' 심사 중 유일하게 '만장일치'를 받은 배우다. 이런 박정민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지사.
매 작품 강렬한 변신을 시도했고 무엇보다 '동주'에서는 북간도 사투리를 완벽히 소화하며 '충무로 블루칩'으로 떠오른 박정민. 이번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는 진심을 담은 지체 장애 연기와 천재적인 피아노 연주 실력을 선보여야 하는 미션이 주어졌다. 뭉클한 형제애를 끌어낼 구심점 역할인 만큼 섬세하고 풍부한 연기력을 요구하는 캐릭터인데, 최성현 감독은 물론 제작진 모두 연기력에 있어서 박정민이라는 블루칩에 거는 기대가 상당하다.
베키로 시작해 뽀글이, 임덕규로 차근차근 내공을 쌓고 송몽규로 만개한 박정민. '그것만이 내 세상'이라는 카드를 선택한 그의 새로운 시작에 예비 관객의 응원도 뜨겁다. "인정받기까지 10년 보고 있어요. 10년도 안 되면 20년 노력해야죠. 그래도 안 되면 30년 갈고 닦을 거에요"라고 필자를 통해 다짐한 박정민. 이제 데뷔 10년 차를 맞은 박정민은 '그것만이 내 세상'을 통해 분명, 영리한 진화였음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그것만이 내 세상'은 '역린'을 집필한 최성현 작가의 연출 데뷔작으로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배급을 맡는다. 현재 주·조연 캐스팅 중이며 프리프로덕션이 끝난 5월 말 크랭크인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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