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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자이언티 "비밀일기 같은 노래, 세상에 꺼내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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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영웅 기자] 어느 분야에서든 확고한 아이덴티티를 갖는 건 경쟁자가 없다는 걸 의미한다. 유난히 개성이 뚜렷한 브랜드는 식지 않는 그들만의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그것이 대중의 영역이 되었을 땐 거부할 수 없는 폭발력을 갖는다. 그런 의미에서, 자이언티는 현 대중음악씬에서 가장 개성이 뚜렷한 브랜드다.

가요계에서 자이언티의 존재감은 특별하다. 멜로디와 가사를 쓰는 것을 넘어 표현하는데 있어 그 과정은 자이언티에게 이미 독보적인 영역. 처음엔 그의 독특한 음색에 놀라고, 다음엔 소소한 감성을 색다르게 풀어내는 화법에 느낌표를 찍는다. 그의 음악은 일상의 얘기에서 공감을 이끌어내고, 주제 선정과 스토리 전개부터 창법의 해석까지 비로소 자이언티만의 스타일이 완성되었음을 알린다. 복귀 후 음원차트 위를 걷는 자이언티와 마주 앉았다.

새 음반 'OO'은 올해로 데뷔 7년차에 접어든 그의 새 출발을 의미한다. 자이언티는 YG엔터테인먼트의 '더블랙레이블'과 손잡고 새 음반을 준비해왔다. 더블랙레이블은 YG 간판 프로듀서인 테디가 설립한 독립 레이블로, 엠넷 '쇼미더머니5'에 나란히 출연했던 자이언티와 프로듀서 쿠시 뿐 아니라 9명의 전천후 뮤지션들이 대거 소속돼 있다. 자이언티가 이적 후 처음으로 발매하는 앨범이자, 더블랙레이블의 첫 주자란 점에서 이번 활동의 의미는 크다.

"회사나 환경이 바뀐 것에 대한 중압감이 아니라 사람들에 어떤 음악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어요. 음원 성적과는 무관하게 제 표현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예전 저의 스타일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번 음악이 낯설다고 할 수도 있겠죠. 달라진 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새롭게 하고 싶단 얘기가 늘어났다는 점이죠."

자이언티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안경'을 연상케 하는 앨범명 'OO'은 그만의 시각과 시야를 표현하는 한편, 대중과 자이언티의 교집합을 의미하는 중의적 표현이기도 하다. 그는 "늘 쓰고 다니는 저의 아이덴티티인 안경을 의미하기도 하고, 이번 앨범이 저의 시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새 음반을 소개했다.

그는 자신의 아이텐티티라고 밝힌 안경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자이언티는 안경을 쓰는 것에 대해 "사실 큰 이유는 없다. 무대 올라가서 어디에 눈을 둬야할 지 몰랐다. 어느날 무대 올라가서 아버지 선글라스를 썼는데 무대에서 노래하기 너무 편하더라. 그때부터 저만의 색깔이 됐다"고 했다. 즉, 앨범은 안경을 통해 바라본 세상 속 이야기다.

'가요계 음원깡패'란 애칭이 붙는 자이언티의 새 노래는 발매 직후 전 음원차트 올킬을 기록했다. 타이틀곡 '노래'는 음원 사이트 멜론 벅스 지니 소리바다 네이버뮤직 엠넷뮤직 몽키3 등 7곳 차트에서 1위를 찍었고, 올레뮤직에서는 지드래곤이 피쳐링에 가세한 '컴플렉스'가 정상에 올랐다. 해외 반응도 뜨겁다. 대만 아이튠즈 앨범차트에서 1위를 달성했고, 베트남·홍콩·인도네시아·필리핀 등 7개국에서 상위권을 지켰다. 데뷔 후 첫 해외 1위 기록이다.

"와우, 이 한 단어로 압축될 것 같아요. 사실 음반 내기 전에 많은 가수들이 모두 다 그럴 거에요. 기대도 하지만 한편으로 최선을 다해서 작업했고,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에 정말로 성적보다는 (신곡을) 발표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알아 주시겠지하면서 낸 음반이기 때문에 잘 돼서 너무 기분 좋습니다."

누구나 하는 사랑 이야기도 자이언티가 하면 달랐다. 타이틀곡 '노래'는 '하루 종일 널 생각하다' 만든 노래가 유명한 어떤 곡들처럼 금방 잊히지 않도록, 유명해지지 않았으면 한다는 역설적인 노랫말이 참신한 곡이다. 마치 누군가를 향한 사랑 고백같은 전개방식이 인상적이며, 무심하게 끄적인듯한 가사는 말하듯 전달된다.

'일주일 전 욕조에서 나 혼자 흥얼거리던 노래 / 피아노 하나로는 심심해 베이스도 넣게 되었지/ 하루 종일 널 생각하다 쓴 노래 / 이제는 너 혼자 듣고 있고 곧 사람들도 듣게 되겠지 / 난 저 다른 놈들처럼 가방, 귀걸이, 목걸이, 반지 그딴 건 뻔해서 이 노래를 선물하지'('노래'中) 등 마치 은밀한 사랑얘기가 적힌 일기장을 훔쳐보는 식이다.

"그동안 자전적인 노래 가사를 많이 쓰다 보니까, '양화대교' 때도 그렇고, 가정사를 담는 게 쉽지 않았어요. 일기가 유명해져서 사람들이 다 알고 아는 듯 행동하면 기분이 이상하지 않나는 질문을 해보고 싶었죠. '양화대교' 노랫말 속 아버지의 직업이 공개되는 등 사적인 얘길 하는 첫 순간이 어려웠다고 생각해요. 저의 얘기지만, 여러분들의 얘기라면 어떨까란 생각도 해요. '당신의 일기장이 유명해지면 어떨 것 같냐'는 아이러니한 생각에서 출발했죠."

앨범 첫 트랙이 영화관임을 통해 추측할 수 있듯 모든 곡이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스토리를 담고 있으며, 가사는 멜로디와 어우러져 영화대사처럼 생생하게 와닿는다.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노래'를 비롯해 '영화관' '코미디언(COMEDIAN)' '미안해' '나쁜 놈들' '콤플렉스' '바람' 등 총 7개의 트랙이 담겼다. 보사노바 등 여러 장르에 손을 대 다양함을 추구하면서도 간결한 편곡이란 원칙을 지켰다. 2017년 현재의 자이언티를 담은 음반이다.

"주위의 많은 게 바뀌었지만 제 음악은 사실 변한 게 없어요. 지금의 저, 그대로를 담아낸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무슨 생각하고 살아?'라고 물으면 한번에 대답하기 힘들듯이 그런 감정을 담았습니다. 골고루 들어주세요."

hero16@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