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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천국사무소', 시청률로 매길수 없는 추억 공유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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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천국사무소', 시청률로만 판단하기엔 아깝다.

지난달 29일 방송된 SBS 설특집 파일럿 '내 생애 단 하나의 기억-천국사무소'는 생애 가장 뜻깊었던 일곱 가지의 기억 중에 한 가지만을 천국에 가져갈 수 있다는 독특한 콘셉트의 토크 프로그램. 안재욱이 게스트로 출연하고 강신일과 조세호가 사무소 직원으로 등장해 그의 가슴 속 추억들을 이끌어 냈다.

강신일은 설득력 있는 사무소장의 모습으로 안재욱이 상황에 몰입해 진지하게 자신의 추억들을 회상하게 만들었다. 이는 제작진이 전문 예능 MC가 아닌 강신일을 진행자로 내세운 이유를 실감하게 했다. 대신 조세호가 재치있는 입담으로 중간 중간 웃음을 곁들였다.

안재욱은 고민 끝에 해외에서 한류 스타로 사랑받았던 기억, 드라마로 데뷔했던 때, 서울예대 재학 시절, 뇌출혈로 수술을 받았던 일화, 아내 최현주와 사랑을 확인했던 추억과 딸 수현을 얻었던 기쁨, 그리고 평범한 자신의 일상까지 다양한 기억을 떠올렸다.

'천국사무소'는 이 같이 방송에서는 다 만날 수 없었던 스타의 과거를 함께 나눴다. 또한 소중한 추억을 오직 한 가지만 남기고 지워가는 과정을 통해 다시 한 번 추억을 되새겼다. 안재욱은 자신의 배우로서 발자취를 가장 먼저 지워나갔다. 강신일과 조세호는 이 과정에서 김혜수와 첫 드라마로 만났을 때 소감, 학창시절 황정민, 류승룡 등 동기들과의 에피소드 등 시청자가 몰랐던 이야기들을 이끌어냈다.

특히 안재욱은 기억이 지워지기 전에 마지막 통화하고 싶은 친구로 신동엽을 꼽으며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안재욱은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네게 안부를 물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하자 신동엽은 "취했냐"고 반응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신동엽은 "네가 철이 든다. 결혼을 해야 철이 든다"며 "조만간 뭉치자"며 친구 사이의 진솔한 대화로 공감을 선사했다.

또 안재욱은 "수술을 받은 일을 계기로 삶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됐다. 무조건 안타까운 기억만은 아니다"며 미국에서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쓰러져 생사의 기로를 오갔던 일을 소중한 기억으로 꼽아 눈길을 끌었다. 쉽게 겪지 못할 경험과 이를 통해 얻은 교훈을 시청자와 나누며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안재욱은 마지막으로 아내 최현주를 만나 사랑을 확인한 기억과, 딸 수현을 얻었을 때의 기억을 남겨둔 끝에 "너무 미안하다"라며 딸의 얼굴을 지웠다. 안재욱이 어렵게 선택한 마지막 기억은 평생을 함께 할 반려자 최현주였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또한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할 만한 선택이었다.

'천국사무소'는 천국을 가기 전 지상에서의 기억을 하나 하나 지워나가는 독특한 스토리텔링을 얹어 보다 다양한 이야기와 깊은 공감을 이끌어 냈다. 남다른 인생 스토리를 지닌 스타의 경험담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교훈을 접할 수도 있었다.

'천국사무소'는 1부 2.6%, 2부 3.3%(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으로 정규 편성의 한 지표가 되는 시청률 면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시청자 사이에서는 색다른 포맷과 진행 방식을 비롯해 이야기를 통해 전달하는 메시지까지 '힐링 예능'으로서 가치는 충분했다는 반응이다.

'천국사무소'가 시청률로만 재단할 수 없는 매력을 어필, SBS의 토크쇼 공백을 채울 주자가 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ran61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