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의 전지훈련 첫날인 2월 1일 일본 오키나와의 킨구장.
보조구장 옆에 마련된 불펜에 첫날부터 투수들이 마운드에 섰다. 신인 박진태와 손동욱 김현준 등 젊은 투수들이 불펜피칭을 했다. 이들 사이에 김진우가 있었다.
비록 하프피칭이었지만 빠르게 몸을 만들었다는 뜻이다. 30개를 이대진 코치에게 던지면서 투구폼을 가다듬었다. 김진우는 KIA의 강력한 4선발 후보다. 양현종과 헥터의 원투펀치에 팻딘과 김진우까지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강력한 타선과 함께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김진우의 빠른 페이스는 그만큼 준비를 잘했다는 뜻으로 긍정적인 신호다.
2014년 이후 3년만에 1군 전지훈련에 참가한 김진우는 "이제 하프 피칭을 한 것이라 크게 의미를 둘 것은 없다"면서도 "일본에 오랜만에 캠프에 와서 던지는 것 자체가 매우 행복하고 기분좋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의 유니폼에서 달라진 것이 있었다. 바로 등번호. 지난해 94번을 달았던 김진우는 올시즌엔 11번을 달고 뛴다.
등번호를 바꾼 것은 김기태 감독의 제안 때문. 94번이 너무 큰 숫자라며 바꾸길 권유했다고. 본인도 지난해 부상으로 인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기에 2년간 썼던 등번호를 바꾸기로 했다. 고민끝에 정한 번호가 11번이다. 이대진 코치가 김진우에게 11번을 추천했다. 11번은 암으로 세상을 떠났던 김상진이 달았던 등번호. 이대진 코치는 선수 때 아끼던 후배를 추모하는 의미로 11번을 달기도 했고, 역시 광주진흥고 후배인 김진우에게 11번을 추천했다.
에이스투수가 갖는 11번이기에 김진우도 흔쾌히 달기로 결정.
김진우는 프로데뷔 이후 등번호를 자주 바꾼 케이스다. 2002년 입단 때 55번을 달았던 김진우는 2006년부터 2009년까지 34번을 달았고, 다시 돌아온 2011년부터 4년간 49번을 달았다. 2015년과 지난해엔 94번으로 지냈다.
김진우는 "진흥고 선배이신 김상진, 이대진 선배님이 달았던 번호다. 이 번호를 달고 잘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오키나와=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