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로드가 대체불가 선수인 점은 맞다. 하지만 팀분위기가 더 중요했다."
지난 31일 외국인 선수 찰스 로드(32·2m3)를 퇴출시키고 에릭 와이즈(27·1m92)를 새로 영입한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 관계자 얘기다. 에릭 와이즈가 로드 정도의 파괴력과 공격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은 애초부터 없었다. 괴물신인 이종현의 합류로 골밑이 강화됐지만 이종현이 로드를 대체할 수는 없다. 높이와 득점력 약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럼에도 모비스는 결단을 내렸다.
유재학 감독은 이날 로드를 불러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너와 우리팀은 맞지 않는 것 같다"는 말을 건넸다. 로드는 두말하지 않고 "오케이"라며 짐을 쌌다. 외국인 선수들은 대부분 퇴출 통보를 받으면 담담하게 이를 받아들인다. 외국인 선수가 밥먹듯이 바뀌는 KBL리그 현실에선 더욱 그렇다. 갑자기 내려진 결정이 아니었다. 이미 지난해 가을 일본 가와사키 전지훈련에서 유 감독은 로드를 내치려 했다. 훈련에 늦었고, 선수단에 사과조차하지 않았다. 대체 외국인 선수를 알아보는 와중에 로드가 팀동료들에게 사과를 했고, 유 감독도 넌지시 이를 받아줬다.
팀주축인 양동근이 개막전에서 왼손목 골절 부상을 하고, 이종현마저 발등 미세골절로 두달 넘게 합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로드는 팀득점을 좌지우지했다. 개막 이후 4연패에 허덕이다 중위권 전쟁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로드가 있어 가능했다. 유 감독은 이때부터 어르고 달래며 로드를 챙겼다. 문제는 갈수록 로드의 태도가 정도를 벗어나고 급기야 팀분위기를 해친다는 점이었다. 로드는 늘 훈련에 불성실했다. 예전부터 그랬다. 유 감독은 "훈련을 보다보면 속이 터지지만 그래도 경기중에는 집중하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그냥 참고 넘어가자 싶었다"고 했다.
걸핏하면 팀소집에 늦고, 코트내에서 자기감정 제어를 못하고, 팀플레이와 겉도는 양상도 잦아졌다. 지난해 12월 유 감독은 구단에 공식적으로 대체 외국인선수 영입 의사를 전달했다. 모비스는 한때 제스퍼 존슨 카드까지 고민했다. 트레이드를 하려해도 로드를 받겠다는 팀이 없었다.
지난달 29일 부산 kt전이 분수령이었다. 경기전 오전 훈련을 잘 마친 로드는 경기직전 갑자기 허리가 안좋다며 코트에 드러누워 스트레칭을 했다. 트레이너를 불러 몸상태 체크를 요청한 것도 아닌 돌발적인 행동이었다. 모비스 구단은 로드가 경기를 못뛸 정도의 부상이라고 판단하지 않았다. 이날 모비스는 국내 선수들과 네이트 밀러만으로 87대80 승리를 따냈다. 경기후 유 감독은 "올시즌 들어 가장 재미있는 경기였다"고 했다. 볼이 매끄럽게 돌고 팀플레이도 원활했다. 때마침 안양 KGC인삼공사가 키퍼 사익스 대체 선수로 와이즈를 고려 했으나 결국 사익스 잔류를 선택했다. 와이즈는 언더사이즈 빅맨으로 골밑싸움이 가능하다. 와이즈 영입은 단기 성과보다는 멀리 내다본 포석이다.
모비스 관계자는 "로드가 없으면 분명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아직은 (이)종현이가 상대 장신용병들을 100% 막아내기 힘들다. 체력부담도 있다. 전력만 놓고보면 아쉽지만 팀전체를 생각한 결정이다. 선수 한명 때문에 팀컬러를 바꿀 수는 없는 일 아닌가"라고 말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