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권상우가 40대에 감춰둔 예능감을 드러냈다.
지난 28일 방송된 MBC 설특집 '가출선언 사십춘기'에서 40대에 찾아온 청춘이라는 열병에 동반 가출을 택한 20년 지기 절친 권상우와 정준하의 짜릿한 가출일기가 그려졌다. 권상우는 첫 리얼 버라이어티 도전인 이번 예능에서 이제껏 보여준 적 없는 매력을 뽐냈다.
'초 관찰주의'를 표방하는 이번 '사십춘기'는 그야말로 무근본, 무계획 여행 버라이어티. 목적지조차 정해지지 않은 출발 당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던 권상우지만 막상 여행이 시작되자 새로운 모습들을 드러냈다. 탁구 내기로 정준하가 원하던 제주도로 떠나게 됐지만 권상우는 한 번도 가지 못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열정을 호소, 우여곡절 끝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닿았다.
러시아에 도착하자 권상우는 눈빛부터 돌변했다. 터프한 악수 스타일부터 무뚝뚝하지만 친절한 러시아 사람들의 매력에 푹 반하며 들뜬 기색이 역력했다. 또 한 번 꽂히면 물불 가리지 않고 발걸음을 옮기는 실행력으로 정준하를 당황케 하기도 했다.
권상우는 인터넷으로 폭풍 검색을 시도해 인근 루스키섬에서 야영이 유명한 것을 알고 바로 정준하에게 함께 할 것을 제안했다. 겨울에는 운영하지 않는다는 소식에 아쉬워하는 것도 잠시, 정준하의 지인이 추천한 사우나 '반야' 체험에 솔깃한 그는 언제 시무룩 했냐는듯 바로 발걸음을 옮기며 열정을 드러냈다.
특히 권상우는 러시아 언어와 지리도 모르지만 오로지 감으로 마트를 찾아내고 또 외관상 큰 특징이 없는 택시도 단번에 잡는 신공을 발휘해 놀라움을 자아냈다.바닥이 언 광장에서 정준하의 손을 잡고 썰매를 끌어달라고 요청하는가하면, 숙소에서는 연신 팩으로 피부를 관리하고, 노출이 신경쓰이는듯 사우나에 앞서 급하게 운동을 하는 등 첫 회만에 이색적인 면모를 마구 드러냈다.
아무 계획도 정보도 없이 찾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두 사람은 눈밭과 사우나를 오가는 반야를 즐기며 러시아에 왔음을 실감했다. 낯선 땅에서 둘 만의 시간은 진심어린 대화를 이끌어 냈다. 정준하는 일본인 아내와 언어로부터 오는 어려움과 바쁜 스케줄 탓에 아들과 자주 놀아줄 수 없는 미안함을, 권상우는 아빠이기에 겪는 외로움 등 40대 가장이라는 공통점으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사십춘기'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그야말로 무계획 무근본의 일탈기. 시청자들에게 오로지 진솔한 모습을 보려주고 소소한 재미를 안기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출발했다. 그리고 방송 1회만에 이전까지의 여행 예능과는 또 다른 매력과 존재감을 드러냈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이들의 솔직함에 힘입어 '사십춘기' 1회 시청률은 6.3%(닐슨코리아 전국)을 기록, 설연휴 방송된 파일럿 예능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감춰진 면면을 아낌 없이 드러낸 권상우의 반전에 남은 2회 방송은 물론, 정규 편성 가능성까지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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