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MBC 새 월화극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이하 역적)'은 시청률 굴욕사를 끊어낼까.
지난해 MBC 드라마국은 유례없는 굴욕을 맛봤다. 'W'와 '쇼핑왕 루이'를 제외한 모든 작품이 시청자에게 외면받으며 지상파 드라마 시청률 경쟁에서 밀려난 것. 그런 MBC 드라마국이 와신상담한 끝에 '역적'을 내보낸다. 과연 '역적'은 시청자의 마음을 훔칠 수 있을까.
'역적'은 폭력의 시대를 살아낸 인간 홍길동의 삶과 사랑, 투쟁의 역사를 그린 작품이다. '킬미 힐미' '골든타임' '아일랜드' 등을 연출한 김진만PD와 '제왕의 딸 수백향'의 황진영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제작진 뿐 아니라 출연진도 탄탄하다. 개성 강한 카리스마 연기로 독보적인 입지를 다진 김상중이 어두운 권력의 중심 아모개 역을, SBS '닥터스' tvN '삼시세끼'로 주가를 올린 윤균상이 조선 최초의 혁명가 홍길동 역을 맡았다. 두 배우가 보여줄 부자 케미가 어떨지 관심이 쏠리는 상황.
여기에 2015년 KBS2 '발칙하게 고고'에서 희대의 악녀 연기를 선보였던 채수빈이 '홍길동의 여인' 송가령으로 호흡을 맞춘다.
또 지난해 tvN 월화극 '또 오해영'으로 인기를 끈 김지석과 배우 이하늬가 각각 희대의 탕아 연산군과 조선 최고의 팜므파탈 숙용 장씨 역으로 임팩트를 더할 계획이다.
작품의 메시지도 현 트렌드와 맞아떨어진다. 힘없고 가진 것이 없는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타락한 기득권에게 맞서는 홍길동의 모습은 답답한 시대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한줄기 오아시스와 같은 시원함을 선사할 전망이다.
현재 월화극 시장은 SBS '낭만닥터 김사부' 후속으로 방송된 '피고인'이 지성과 엄기준의 신들린 연기 대결에 힘입어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상황. 이에 '역적'이 '피고인'의 독주를 막고 MBC 드라마국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5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상암 MBC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김진만PD는 "연산 시대 실존했던 홍길동의 이야기다. 어쩌다 보니 요즘 대한민국 현실과 흡사한 것 같아 그런 점이 또 하나의 흥미로운 포인트가 될 것 같다. 무엇보다 홍길동을 따라가면서 가족에서 시작해 결국 조선 백성의 마음을 훔친 인류애로 커나가는 커다란 서사 이야기가 우리 드라마의 주제다. 화려하지 않은 진짜 그때 시대상을 반영한 정통사극"이라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킬미힐미'를 통해 함께 호흡을 맞췄던 지성과 동시간대 맞붙게된 것에 대해서는 "'피고인'은 아직 못봤다. 지성과는 새해에 서로 화이팅 하자고 문자를 주고받았다. '킬미힐미'는 나에게도, 지성에게도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작품이 끝나고 또다른 세계에서 만나자고 했는데 공교롭게 같은 시간대에 경쟁하게 됐다. 어차피 배우나 연출이나 작품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좋은 작품 만드는 걸로 인연을 이어가려 한다"고 전했다.
배우들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서는 "윤균상은 '삼시세끼'의 순수한 아기 같은 모습을 보고 캐스팅 했다. 김상중은 우리 드라마의 시초이자 주제의식이 아모개에 다 있는데, 그만큼 애착을 가진 인물에 부합했다. 김상중이 처음 나를 만날 때 부담을 갖고 있더라. 우리 드라마를 통해 표현하고 싶은 것이 아모개 정신이라고 했더니 바로 오케이 하시더라. 홍길동의 모태인 아모개를 4회 만에 응축해 표현할 수 있는 배우는 김상중 뿐이었다. 정말 행복하게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또 "김지석은 '뇌섹남'으로 조명받고 있다. 나는 사실과 진실의 차이를 표현하고 싶다. 우리가 알고 있는 폭군 연산은 승리자들이 기록한 역사다. 연산이 왜 그렇게 될수밖에 없었는지를 표현하고 싶었다. 아버지 성종으로부터 받은 상처 때문에 폭군이 되어버린 연산, 가장 천한 씨종의 자식이지만 아버지 아모개로부터 받은 사랑으로 백성의 마음을 훔친 홍길동이 대비된다. 그런 연산을 매력적으로 표현하려면 뇌가 섹시한 남자가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윤균상은 "첫 사극 주연 도전이라 너무 긴장되고 떨리고 무섭다. 굉장히 많이 걱정했다. 시놉시스를 받고 홍길동을 어떻게 표현할지 걱정 많았다. 그런데 감독님이 '길동이가 드라마에서 성장해나가는데 인간 윤균상이 같이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작품과 나를 믿고 따라와라'라고 해주셔서 힘이 됐다. 지금은 굉장히 설레고 기대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상중은 "우리 드라마의 역적은 추위다. 사극을 하고 나면 '겨울 사극은 절대 안한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타사에서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진실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데 드라마로 진실과 정의를 얘기할 수 있는 대본이다 싶어서 이 겨울에 천민 역을 하게 됐다. 굉장히 뿌듯하다"고 밝혔다.
김지석은 "추노꾼에서 왕으로 신분상승을 해서 굉장히 감개무량하다. 나에게는 인생 드라마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역적'은 '불야성' 후속으로 30일 오후 10시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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