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나이' 이대호가 돌아왔다. 롯데 자이언츠가 제시한 조건 4년, 150억원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롯데 이원윤 단장은 지난주 이대호가 개인훈련을 진행중인 사이판으로 건너가 복귀에 관한 교감을 충분이 나눈 뒤 23일 오후 서울에서 에이전트와 만나 계약서에 최종 사인했다. KBO리그 역대 최고 대우다. 4년 평균 37억5000만원을 받는 셈이다. 24일 현재 환율로 따지면 평균 326만달러, 엔화로는 3억6400만엔이다.
롯데가 작성한 계약 조건은 미국, 일본 구단들과 비교해도 절대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다. 이대호가 고민없이 받아들인 것도 자존심을 세워줬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1년 활약한 이대호는 조건이 허락한다면 도전을 멈추지 않을 계획이었다. 어차피 메이저리그 잔류 목적은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었다. 풀타임 선발로 출전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른다는 생각 뿐이었다. 하지만 원소속팀 시애틀을 비롯해 메이저리그 4~5개 팀이 이대호에게 관심을 보인 것은 플래툰 방식이 전제 조건이었다. 이대호는 "벤치에 앉아있는 게 얼마나 힘든지 비로소 알았다"고 했을 정도로 플래툰 기용 방식은 애초에 마음에 없었다. 만일 이대호가 메이저리그 잔류를 선택했다면 롯데에서 받는 대우는 기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일본 프로야구 역시 이대호에게 크나큰 관심을 보였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소프트뱅크 호크스, 한신 타이거즈, 지바 롯데 마린스 등이 1루수 이대호 영입에 공을 들였다. 그러나 일본 역시 이대호에게 제시할 수 있는 조건은 롯데만큼은 아니었다. 올해 35세가 된 이대호를 4년 보장으로 보유하려는 구단은 없었다. 일본 야구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대호가 들은 일본측 최종 제시안은 2년-8억엔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센티브 조항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라고 해도 파격적인 조건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대호가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롯데를 선택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롯데는 계약기간과 금액에서 이대호의 자존심을 충분히 세워줬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