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올스타전. 별중의 별은 오세근(KGC)이었다. 생애 첫 올스타 MVP의 영광을 안았다. '도깨비-안대 덩크'로 덩크왕이 되며 "이번이 마지막 덩크슛 컨테스트다. 이제 올스타로 뽑히고싶다"는 소감을 밝힌 김현민도 감동을 줬다. 두 사람도 훌륭했지만, 빛나는 선수들 뒤에서 공헌한 선수들도 있어 올스타전이 빛날 수 있었다. 스포츠조선이 뽑은 올스타전 숨은 MVP 후보 3인이다.
▶키퍼 사익스(KGC)
사익스는 MVP에도 뽑힐 수 있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다만, 소속팀 주니어 올스타가 시니어 올스타에 패하며 MVP가 될 기회를 놓쳤다. 한국농구연맹(KBL)은 올스타전 MVP의 경우 승리팀 선수에게 준다.
사익스는 1m78의 단신임에도 불구하고 본 경기 종료 순간 마이클 크레익(삼성)과 함께 입이 떡 벌어질만한 덩크슛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엄청난 체공시간을 이용한 슬램덩크였다. 이번 올스타전의 백미였다는 평가.
이 뿐 아니라 TV로 중계되지 않은 덩크슛 컨테스트 예선에서도 빛났다. 크레익과 오데리언 바셋(오리온)에 밀려 예선 탈락했지만, 사실 사익스의 덩크는 결선에 올라도 충분했을만큼 멋졌다. 결선행에 대한 의지가 충분히 엿보였다.
경기 중간 댄스 퍼포먼스 이벤트에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춤을 추며 팬들을 즐겁게 해줬다. 올스타전 가장 적극적인 선수였다. 시즌 도중 퇴출 위기를 겪었던 사익스인데, 이번 올스타전을 통해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었을까.
▶김주성(동부)
김주성은 본 경기 시작하자마자 3점슛 2개를 연달아 터뜨렸다. '올스타전 재미없게 3점슛만 쏘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었겠지만, 김주성이 던지는 것이라면 달랐다. 3점슈터 김주성의 모습을 보는 건 팬들에게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김주성은 이날 올스타전 출전으로 인해 프로농구 개인 최다 올스타전 출전 선수가 됐다. 무려 15회. 작년까지 주희정(삼성)과 공동 1위였지만, 이제는 김주성만 독보적인 최고 올스타로 이름을 올렸다.
사실 김주성은 이날 경기를 많이 뛰지는 않았다. 그러나 김주성이 빛난 건 코트 밖이었다. 21일 팬들과 함께하는 기차 이동부터 김주성은 적극적이었다. 최고참으로 후배들에게 "팬들에게 뭐라도 하나 더 서비스 해드리자"라고 독려했다. 본인부터 좁은 기차에서 몸을 수그리며 팬들을 만났다. 이날 하루 종일 이어진 이벤트에도 앞장섰다. 올스타전 본 경기 도중 열린 마네킹 챌린지, 댄스 퍼포먼스에도 민망할 수 있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박상오(kt)
부산에서 처음 열린 올스타전. 팀 성적은 최하위지만 그래도 이날 최고의 인기를 누린 선수는 바로 홈팀 부산 kt 소닉붐 선수들이었다.
가드 이재도와 함께 올스타전에 출전하게 된 베테랑 박상오. "내가 올스타에 뽑힐 수나 있겠느냐"고 했던 박상오지만, 제 2의 고향 부산에서 올스타 유니폼을 입고 뛰는 게 그저 즐거워보였던 박상오였다.특히, 조금은 느슨했던 초반 경기 흐름 속 분위기를 살린 게 박상오였다. 경기 도중 분위기가 조금 처지면 장내 아나운서가 박상오를 찾았다. 박상오 놀리기에 바빴다. 짓궂은 장면들이 많았지만, 경기를 뛰는가운데 박상오가 이에 대한 리액션을 모두 해냈다. "박상오 선수 힘들면 바꿔달라고 감독님께 말씀드릴까요"라고 하니 박상오가 대놓고 고개를 끄덕이자 웃음이 터졌다. 두 사람은 서울 SK 나이츠 시절 선수와 장내 아나운서로 인연을 맺은 바 있어 이 시나리오가 가능했다.
부산에서 열리는 올스타전인데 kt 스타들이 나오지 않았다면 홈팬들 입장에서는 아쉬웠을 일. 박상오의 올스타전 합류로 팬들이 체육관을 더 찾아 매진 기록에 공헌했을 지도 모른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