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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의 밥상인터뷰①] 손아섭 "ML 재도전? 먼저 국내에서 인정받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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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자유계약선수), 메이저리그 재도전에 대한 제 생각은요…."

밥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게 되면 자연스럽게 '무장해제'가 된다.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것은 조금 더 가까워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KBO리그를 대표하는 얼굴들과 밥상을 사이에 두고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야구장에서 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 깊은 속마음을 들을 수 있었다.

[밥상인터뷰] 여섯번째 손님은 롯데 자이언츠 손아섭(29)이다. 새해에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된 손아섭은 자신의 20대를 돌아보며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다"고 했다. 그래서 30대를 전환점으로 만들었다. '성공하고 싶다'는 욕심으로 이 악물고 자기 자신과 싸웠던 20대를 지나, 주위를 더 넓게 볼 줄 아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2017년에는 많은 일이 기다리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대체 멤버로 선발됐고, 생애 첫 FA를 앞두고 있다. 또 지난해 메이저리그 포스팅 실패를 딛고 다시 해외 진출을 시도하느냐도 관심거리다.

지난 19일 부산 해운대 근처 카페에서 밥상 대신 찻잔을 앞에 두고 손아섭을 만났다. "시럽 없는 아메리카노 한 잔 정도가 운동할 때 도움이 된다"며 연한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3년만에 다시 달게 된 태극마크

-개인 훈련중에 대표팀 합류 소식을 들었을 텐데. 훈련 패턴에 변화가 있나.

▶체력 위주로 훈련 하고 있었는데, 대표팀에 뽑히면서 부랴부랴 기술 훈련을 시작했다. 낮 12시쯤 야구장에 나가서 기술 훈련을 하고, 오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따뜻한 곳에서 몸을 만들기 위해 해외로 개인 훈련을 가는 선수들도 많은데 국내에 남았다.

▶원래 해외 개인 훈련을 선호하지 않는다. 야구선수들은 1년 중 개인 시간이 적지 않나. 그래서 휴가 기간만큼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친구들도 만나면서 보내고 싶다. 한 번도 외국으로 개인 훈련을 가지 않았다.

-31일 대표팀 훈련을 위해 괌으로 출국한다고 들었다. 개막 직전 국제 대회가 부담스럽지 않나. 부상에 대한 염려도 있고.

▶모든 선수가 시즌을 준비하는 루틴이 있다. 나도 루틴이 조금 다르게 흘러가는 것은 맞다. 하지만 결과를 봐야 할 것 같다. 2013년 WBC에서는 경기 출전이 적어 크게 와 닿지 않았다. 형들만 쫓아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올해는 그때와 느낌이 다르다.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했을 때와 다시 합류하게 됐을 때의 심경 변화가 있나.

▶탈락했을 때는 충분히 이해가 됐다. 누가 봐도 국가대표로 5명을 뽑는다면 그 선수들을 뽑겠다 싶었다. 나보다 좋은 선수들이 뽑혔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대체 발탁 기회가 왔을 때는 아직 나를 필요로 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2013년 WBC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했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재미있는 경험인 것 같다. 잘하는 선수들과 뛰면서 보고 배우는 것이 많다. 그런데 부담감이 솔직히 상상 이상으로 크다. 모든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고,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물론 영광스런 자리니까 최선을 다해 잘해야 한다.

◇해외 진출 재도전에 대한 솔직한 생각

-2015시즌이 끝나고 메이저리그 포스팅(비공개 입찰 경쟁)을 신청했다. 하지만 무응찰이었다. 고민도 많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

▶심적으로 힘든 것은 없었고, 큰 동기 부여가 됐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 결과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나.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자극이 됐다. 아직 한국에서 최고가 못 돼봤기 때문에 스스로를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올해 FA 자격도 얻을 수 있고, 앞으로도 기회는 많다. 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있나.

▶먼저 KBO리그에서 인정받아야 한다. 한국에서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선수가 돼야 더 큰 무대로 나갈 수 있다. 아직 정규 시즌 MVP도 못 해봤고, 타격왕을 해본 적도 없다. 골든글러브 몇 번이 전부다. 최형우 선배도 그렇고, 서건창도 그렇고 그해 최고의 선수가 되지 않았나. 나는 아직 최고의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그래서 해외 진출을 이야기하기에는 어불성설인 것 같다. 모든 야구 관계자들이나 팬들에게 '손아섭은 최고 선수'라는 인정을 받고 싶다. 그게 먼저다.

◇ "FA? 의식하지 않는다"

-손아섭 하면 이름을 바꾸고 나서 잘된 대표적인 케이스다.

▶2008시즌 끝나고 바꿨으니(개명 전 손광민), 그때 21살이었다. 이제는 바꾼 이름이 훨씬 더 익숙하다. 결과적으로 이름을 바꾸고 나서 꿈꿔왔던 것들을 많이 이뤘기 때문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 서른이 됐다. 20대의 손아섭을 돌아보면.

▶너무 앞만 보고 달린 것 같다. 여유도 없이 앞만 보고 달린 10년이다. 내가 가진 목표와 꿈이 있어서 열심히 달렸는데, 이제는 조금 시야를 넓혀서 주위를 둘러보고, 후배들도 챙길 수 있도록 여유를 갖고 싶다.

-팀에서도 중고참급에 속한다. 특히 롯데는 최근 20대 초중반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면서 평균 연령이 낮아졌다.

▶어릴 때는 형들만 따라갔다. '성공해야겠다'는 마음만 품고 달렸다. 지금도 그 마음에 변함은 없지만, 이제는 형들에게 받았던 것들을 후배들에게 돌려줄 시기가 된 것 같다. (강)민호형이 주장이지만, 포수이기 때문에 힘든 부분이 많을 것이다. (황)재균이형도 없는 상황이라 민호형을 잘 보필해야 한다. 팬들이 걱정하시는 부분도 많은데, 선수들이 잘 뭉치면 충분히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도 중요한 1년이다. 첫 FA를 앞두고 있지 않나.

▶기사로 많이 언급되는데, 아직까지는 FA를 신경 써본 적이 없다. 크게 실감이 나거나 의식하지 않았다. 내가 지금까지 야구를 하면서 느낌 점이 딱 하나 있다. 잡으려고 하면 꼭 달아난다. FA도 마찬가지다. 내가 너무 신경 쓰면 멀어진다. 그래서 여태껏 해왔던 대로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는 좋은 대우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는다. 당연히 욕심이 있을 것 같은데.

▶다른 것보다는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 많은 경기를 뛰어줄 수 있는 선수가 팀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이 많다. 내가 야구 실력으로는 다른 선수들을 압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누구보다 꾸준히 많은 경기를 뛰어왔다고 생각한다. 내 장점이다. 올해도 그 장점을 다시 인정받고 싶다.

부산=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