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전력으로 기대했던 메이저리그 선수 대다수가 빠지고, 국내 리그 소속 선수가 주축이다. 오는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준비하고 있는 김인식 대표팀 감독과 고쿠보 히로키 일본대표팀 감독 모두 동병상련, 속앓이를 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최고 자원을 두고도 뽑아 쓸 수 없으니 그럴만도 하다. 성적에 대한 중압감을 등에지고 국내파 중심으로 성적을 내야 한다. 한국은 일단 1라운드 통과가 1차 목표이고, 일본은 무조건 우승이다.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킨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대표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가운데,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까지 소속팀 반대로 합류 불발. 이전 대표팀에서 마운드를 이끌었던 류현진(LA 다저스)과 김광현(SK 와이번스), '대포'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가 제외된 상황에서 악재의 연속이다. 벌써부터 '역대 최약체 대표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어렵게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대표 선발이 결정됐지만, 빈틈이 많은 2017년 WBC 대표팀이다.
절치부심 전임감독 체제로 전환해 지난 4년간 준비해 온 일본도 마찬가지다. 메이저리그의 소속팀에서 핵심투수로 활약중인 전력을 끌어다 쓸 수 없다. 이번 겨울 팀을 옮긴 40대 불펜 투수 우에하라 고지(시카고 컵스)는 일찌감치 불참을 공표했다. 마에다 겐타(LA 다저스)를 비롯해 다르빗슈 유(텍사스), 다나카 마사히로(뉴욕 양키스)는 소속팀 반대로 출전이 어렵다. 메이저리그 선수로는 유일하게 외야수 아오키 노리치카(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참가를 결정했다.
세계화를 내세운 메이저리그가 주도해 만든 대회인데, 정작 메이저리그 선수가 출전하지 못하는 희극적인 상황이다. 결국 지난 대회처럼 이번 대회도 국내 리그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일 양국 대표팀 감독 모두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
2013년 3회 WBC에서 한국과 일본은 나란히 역대 최악의 성적을 냈다. 2006년 1회 대회에서 4강, 2009년 2회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은 2013년 1라운드 통과에 실패했다. 1라운드에서 한수 아래로 봤던 네덜란드에 0대5 완패를 당하고 무너졌다. 당시 대표팀의 유일한 해외파는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 소속의 이대호였다.
일본은 1~2회 대회 우승팀. 두 대회 모두 최강 전력을 구성해 정상에 올랐다. '에이스' 마쓰자카 다이스케(현 소프트뱅크 호크스)가 두 차례 MVP를 차지하며 포효했다. 당연히 우승을 목표로 했던 2013년, 일본은 준결승전에서 푸에르토리코에 막혀 4강에 그쳤다. 대표팀 전임감독제 도입의 계기가 된 결승진출 실패혔다. 당시 일본대표팀에는 메이저리그 선수가 없었다.
국내리그 중심의 대표팀 전력은 어느 정도일까. 2015년 말 열린 '프리미어 12'가 참고가 될 것 같다. 이 대회 4강전에서 한국은 일본에 4대3,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에 올라 우승했다. 0-3으로 끌려가던 9회초 5안타를 집중시켜 극적인 역전승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이겼다고 해서 일본 전력보다 낫다고 보긴 어렵다. 이날 한국 타선은 상대 선발투수 오타니 쇼헤이에게 7회까지 1안타로 묶였다. 성과와 과제를 다시 한번 확인한 대회였다. 지난 시즌 종료 후 국내 선수로 대표팀을 구성한 일본은 네덜란드와의 평가전 2경기에서 고전했다. 어렵게 연장까지 넘어가는 승부끝에 승리했다. 국내리그가 탄탄하다고 해도 최고 전력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한일전은 국가대항전 최고의 빅카드. 2013년 대회 땐 한국이 1라운드에서 탈락해 성사되지 않았다. 이번에 1라운드를 통과해 2라운드에서 만나게 되면 양국 리그의 힘을 확인할 수 있다. 리그 규모는 일본이 3배 정도 크지만, KBO리그는 매경기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