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의 얼굴이 검게 그을렸다. 하지만 입가에 미소는 떠나지 않았다.
FC서울이 뜨거운 남쪽나라 괌에서 전지훈련을 마치고 21일 귀국했다. 황선홍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첫 동계전지훈련이다. 변화도 있었다. 이상호 신광훈 김근환이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반면 '골잡이' 아드리아노가 중국 갑급리그(2부 리그) 스좌장으로 이적했다. 괌 훈련 막바지에는 다카하기가 떠났고, 대신 하대성이 3년 만에 복귀했다. 황 감독의 전술적인 판단이었다.
아직 완전체는 아니다. 아시아 쿼터를 비롯해 외국인 선수 두 자리가 비었고, 채워야 한다. 황 감독은 아드리아노의 빈자리는 섀도 스트라이커와 측면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멀티 자원', 다카하기의 아시아 쿼터는 수비 보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황 감독은 괌에서 체력훈련에 중점을 뒀다. 서울은 올 시즌에도 어김없이 K리그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FA컵 등 3개 대회를 동시 소화해야 한다. 강인한 체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괌 훈련은 약 3주간 진행됐다. 황 감독은 성공적인 첫 단추라고 평가했다. 그는 "큰 부상 없이 잘 마무리한 것이 다행이다. 체력 부분에 주안점을 둔 1차 훈련은 성공적이었다"며 "비가 많이 오기는 했지만 따뜻한 날씨 덕에 준비한 프로그램을 펼치기에 최상의 조건이었다"고 밝혔다.
'지옥 훈련'이었지만 선수들도 또 다른 성장을 느꼈다. 올 시즌 캡틴 완장을 찬 주장 곽태휘(36)는 "후배 선수들 모두 정말 힘 들었을 텐데 최선을 다해주며 훈련이 잘 마무리 됐다. 친정팀에서 오랜만에 동계훈련에 임했는데 모든 선수들이 서울 선수라는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훈련에 임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최고참 곽태휘는 지난해 여름이적시장을 통해 7년 만에 친정팀에 복귀했다.
동계훈련을 첫 경험한 신인 선수들은 훈련 강도에 혀를 내둘렀다. 황기욱(21)은 "프로팀에서의 첫 동계훈련이라 각오를 많이 하고 왔는데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힘든 훈련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하고자 하는 축구가 어떤 것인지를 조금은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고 특히 감독님이 추구하시는 바를 알아갈 수 있는 훈련이었다"고 복기했다.
하지만 이제 동계전지훈련의 절반이 지났을 뿐이다. 설 연휴는 없다. 본격적인 실전대비 훈련이 시작된다. 시계는 더 바쁘게 움직인다. 서울은 26일 홍콩으로 재출국한다. 홍콩 키치FC, 태국의 무앙통 유나이티드, 호주 23세 이하 대표팀 참가하는 구정컵에 출전한다. 서울이 구정컵에 출격하는 것은 1988년 이후 29년 만이다. 홍콩으로 떠나기 전까지의 짧은 휴식시간에는 프로필 촬영 등 새 시즌을 준비한다.
구정컵 후에는 홍콩에서 곧바로 일본 가고시마로 향한다. 가고시마 전지훈련은 2월 1일부터 10일까지 실시된다. 또 가고시마 훈련 뒤에는 2월 12일 열리는 '제10회 사이타마시티컵'에도 출격한다. 공교롭게도 올 시즌 ACL에서 한 조에 속하게 된 우라와 레즈와 맞닥뜨린다.
황 감독은 "구정컵이라는 실전 무대를 통해 숙제들이 나올 것이다. 그 이후의 2차 훈련에서 조직적인 부분을 맞춰가면서 완성도를 높여가려 한다"고 덧붙였다.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