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공유와 이동욱이 배우의 가치를 온몸으로 입증했다.
tvN 금토극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이하 도깨비)'가 21일 종영했다. '도깨비'는 불멸을 삶을 사는 도깨비 김신(공유)과 기억상실 저승사자(이동욱) 앞에 자신을 도깨비 신부라 주장하는, 죽었어야 할 운명의 19세 고등학생 지은탁(김고은)이 나타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낭만설화다. 공유와 이동욱은 이 드라마를 통해 인생 캐릭터를 추가하며 명배우의 위상을 떨쳤다.
공유는 전무후무한 도깨비를 만들어냈다. 공유의 도깨비는 타이틀 그대로 쓸쓸하고 찬란했다.
저주인지 축복인지 모를 불멸의 삶을 살아오며 사랑하고 아끼는 존재의 죽음을 몇 번이나 맛봐야 하는 도깨비의 삶은 쓸쓸하고 공허했다. 순간이동 염동력 연금술 시간정지 검기 등 전지전능한 능력을 갖췄지만 가슴 속에 모든 추억과 사랑을 묻고 아파하고 괴로워하는 도깨비의 모습은 시청자의 마음마저 짠하게 했다.
그런 그가 빛나기 시작한 건 지은탁을 만나고나서다. 해맑고 때묻지 않은 지은탁의 순수함에 마음을 연 도깨비는 찬란한 사랑에 기뻐했다. 지은탁에게는 무엇이든 주려 했고, 그와 연락하기 위해 휴대폰까지 샀다. 지은탁이 첫사랑을 만나자 "네 남자친구는 나"라며 불꽃같은 질투심을 불태우기도 했다. 사춘기 소년처럼 수줍지만 박력있는 도깨비의 사랑법에 시청자도 흠뻑 젖어들었다.
그런 지은탁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신이 죽어야 하는 생사 로맨스는 이러한 서사가 있었기에 더 애절하고 안타까웠다.
그리고 공유는 이러한 도깨비의 심리 상태를 완벽하게 그려냈다. 눈빛 한번에 설렘 기쁨 슬픔 좌절 분노와 같은 복합적인 감정을 한번에 뿜어내는 공유의 연기 덕분에 도깨비의 드라마틱한 감정이 배가 되어 전달됐다. 특유의 안정적인 보이스톤과 안면 근육 하나하나를 다 움직이는 것 같은 디테일한 표정 연기 또한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었다.
이동욱 또한 빛났다.
기억을 잃은 저승사자 시절에는 공유와의 차진 케미로 웃음을 선사했다. 자신의 업무와 사생활을 자꾸 방해하는 도깨비에 대한 적대심을 불태우며 도깨비 빤스송을 부르거나 말피가 묻은 수건을 욕실 앞에 놓는 등 도깨비를 도발하는 모습은 드라마의 웃음 포인트였다.
이처럼 티격태격하면서도 지은탁의 안부를 걱정하는 도깨비를 도와주고, 지은탁에게 도깨비 칼의 진실을 알려주는 등 츤데레 브로맨스까지 이뤄내며 극을 살렸다.
써니(유인나)와의 로맨스도 마찬가지. "뭐 이런 남자가 다있냐"는 써니의 말처럼 지나치게 순수해 그의 사소한 질문에도 고뇌하고 괴로워하는 연애무식자의 모습은 설레고 귀여웠다.
전생을 기억해낸 뒤 왕여로서의 저승사자는 또 달랐다. 전생의 악연 때문에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아파하고 괴로워하는 저승사자의 모습은 도깨비 커플과는 또다른 애절한 멜로였다. 주인 잃은 강아지의 눈빛으로 써니를 바라보는 이동욱의 처연한 눈빛은 그러한 저승사자의 심리 상태를 절절하게 드러냈다. 특유의 우수에 가득찬 눈빛 연기가 또 한번 여성팬의 모성애를 자극한 순간이었다.
이처럼 공유와 이동욱은 탄탄한 내공을 바탕으로 설화 속 판타지적 존재마저 설득력 있게 구현시켰다. 이들이 아니었다면 지금과 같은 '도깨비' 신드롬은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인생작, 혹은 인생 캐릭터를 만드는 것은 배우 본인의 능력이라는 걸 다시 한번 입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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