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tvN 금토극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이하 도깨비)'가 21일 종영했다.
'도깨비'는 불멸의 삶을 사는 도깨비 김신(공유)과 기억상실 저승사자(이동욱) 앞에 자신을 도깨비 신부라 주장하는, 죽었어야 할 운명의 19세 고등학생 지은탁(김고은)이 나타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낭만설화다. 작품은 2016년 12월 2일 6.3%(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의 시청률로 스타트를 끊은 뒤 승승장구, 케이블 드라마의 신기원을 썼다. 최종회 시청률은 무려 %. 그야말로 '도깨비 신드롬'을 불러왔다. 이에 '도깨비'가 남긴 기록을 살펴봤다.
▶5년, 김은숙 작가가 공유를 기다린 시간
김은숙 작가는 공유를 섭외하기 위해 5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러브콜을 보냈다. 드라마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있었던 공유는 김 작가의 요청을 거부했지만, '도깨비'만큼은 받아들였다. "그동안 나에게 계속 애정을 보내주신데 대한 감사를 드리고 싶어서 미팅을 했다. 그 자리에서 대화를 하고 작품에 대한 애기를 들었다. 2~3시간 동안의 미팅이 내가 마음을 열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판타지에 대한 두려움이 있지만 작가님의 열정이 느껴져 믿고 따라가기로 했다"는 설명이었다.
5년의 기다림이 아깝지 않게 공유는 진가를 발휘했다. 쓸쓸하고 찬란하고, 귀엽고 애잔한 도깨비 김신을 완벽하게 그려내며 시청자의 마음을 녹인 것. 만약 공유가 아니었다면 지금과 같은 '도깨비' 신드롬이 발현됐을지는 의문이다.
▶920년, 도깨비와 도깨비 신부의 나이차
극중 김신과 지은탁의 나이차는 무려 920년이나 난다. 역대 드라마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나이차의 커플인 것. 하지만 이러한 나이차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도깨비'의 공유와 김고은은 완벽한 케미를 뽐냈다. 엉뚱발랄한 지은탁과 연애는 글로 배운 도깨비의 알콩달콩 러브스토리는 시청자를 웃음짓게 했다. 또 사랑하는 사람을 죽일 수도, 그와 함께 생을 마감할 수도 없는 생사 로맨스는 가슴 먹먹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덕분에 공유는 명실상부 '로코킹'의 저력을 과시할 수 있었고, 김고은 또한 초반 일었던 미스 캐스팅 논란을 딛고 인생 캐릭터를 추가할 수 있었다.
▶1545분, 도깨비에 울고 웃은 시간
'도깨비'는 1~3회는 90분, 나머지 17회는 75분에 걸쳐 방송됐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도깨비'와의 이별을 이토록 많은 시청자가 아쉬워하는 이유는 그 완성도 때문이다.
'도깨비'는 김은숙 작가의 절치부심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전작 '태양의 후예'에서는 '개연성이 송중기', '장르가 송중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억지스러운 전개를 선보였던 탓에 어마어마한 힐난을 받았던 김은숙 작가다. 하지만 제작발표회에서 수차례 "이번엔 다르다"고 강조했던 대로 '도깨비'는 완성도 면에서 '태양의 후예'를 넘어섰다.
김은숙 작가의 주특기인 남자 캐릭터는 여전히 강했고 지은탁 써니(유인나) 삼신(이엘) 등 김 작가의 작품에서는 주목받지 못했던 여자 캐릭터까지 생생하게 살아났다. 모든 캐릭터가 각자의 개성과 스토리를 갖고 유기적으로 호흡한 덕분에 스토리 역시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
김 작가의 맹점으로 지적됐던 개연성도 마찬가지. 전생과 현생을 잇는 악연의 카르마를 치밀하게 계산해내며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캐릭터의 전생과 정체는 무엇인지, 그 과거가 현생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무수한 추측이 쏟아져나왔고 김 작가는 그때마다 예측을 뒤엎는 반전으로 기분좋은 뒤통수를 선사했다.
'도깨비'를 통해 김은숙 작가는 '로코물의 대모'임을 입증하는 한편 작가로서의 역량 또한 재평가 받을 수 있었다.
▶∞, 도깨비의 경제효과
'금 나와라 뚝딱'하는 도깨비 방망이는 현실에서도 터졌다.
제작비는 일찌감치 간접광고 수익으로 채웠다. '도깨비'에는 BBQ 써브웨이 일룸 갤럭시S7엣지 정관장369 더바디샵 디스커버리익스페디션 베스킨라빈스31 토레타 밤부팬더 미니소 퀘백 snow 캐논 용평리조트 하루야채 폴스부띠끄 스타일러스주얼리 카누 맥심 달콤커피 한촌설렁탕 하루야채 마세라티 태그호이어 등 20개가 넘는 PPL이 등장한다. 이를 통해 '도깨비'는 제작비 70억 원을 진작 벌어들였다.
'도깨비' 덕분에 CJ E&M도 웃었다.
CJ E&M의 작년 4분기 실적 전망치 집계 결과 증권사들은 CJ E&M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4229억, 162억 원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간 대비 9.8%, 33.9%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라 CJ E&M의 주가도 상승세를 탔다. 지난해 11월 최순실 게이트와 중국 한한령의 여파로 CJ E&M의 주가는 하락세를 탔다. 지난해 12월 2일에는 연중 최저점 5만 3400원에 거래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도깨비'의 흥행에 힘입어 주가는 두 달만에 하락분을 모두 되찾았다. '도깨비'의 흥행에 힘입어 CJ E&M의 주가 또한 웃은 것.
광고 수익도 증가했다. '도깨비'의 토요일 방송분 15초 광고 단가는 1380만 원이다. 이는 tvN 광고 사상 최고 금액(기존 최고 단가 1150만 원)이다.
VOD 매출과 해외 판권 수익도 쏠쏠하다. '도깨비'는 지상파 케이블 통합 역대 드라마 최대 VOD 매출을 기록했다. 도깨비의 편당구매 매출은 종전까지 가장 높은 매출 기록을 세운 '태양의 후예'보다 40%가량 높다. 케이블 드라마가 지상파 드라마를 뛰어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해외 판권 판매도 원활하다. 동남아나 미주 등지에서는 일찌감치 판권 판매를 끝냈고 기타 수출 문의도 쇄도하고 있다. 작품의 인기에 힘입어 배우들의 주가도 상승한 건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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