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영국)=이건 스포츠조선닷컴 기자, 조성준 통신원]골문은 언제나 그의 차지였다. 장갑을 끼고 몸을 던지도 또 던졌다. 부상 여파도 그를 막지 못했다. 머리 보호대를 쓰고 경기에 임했다. 그러기를 18시즌. 30대 중반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그의 이름은 페트르 체흐. 아스널과 체코의 수문장인 그를 영국 런던 웨스트페리 푸마 에버파워 비고르1 런칭 행사장에서 만났다.
▶무실점
여덟살 때였다. 생애 첫 경기에 나섰다. 골문을 지켰다. 골키퍼는 그의 천직이었다.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 목표는 언제나 두가지. 무실점 그리고 승리다. 체흐는 "승리가 가장 중요하다. 승리하려면 골을 넣어야 한다. 하지만 득점에 있어서 내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 반면 무실점은 온전히 내 자신의 몫이다. 내가 무실점을 해내면 우리 팀은 '단 1골'을 넣더라도 승리를 거두는 단단한 팀이 될 수 있다. 그게 나의 몫이자 내 최대 목표"라고 말했다. 체흐는 185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무실점 경기 최다 기록을 가지고 있다.
올 시즌 체흐는 리그 21경기에 나섰다. 22골을 내줬다. 경기당 1.04골을 내주고 있다. 무실점 경기는 7번 했다. 지난 시즌 경기당 0.91골(34경기 출전 31실점)보다 다소 올라갔다. 자책골도 있다. 다소 아쉬움이 남는 기록이다.
체흐도 이에 대해 아쉬워했다. 그는 "운이 없었다. 올 시즌 페널티킥을 많이 내줬다. 5개였다. 모두 다 막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그 페널티킥이 그 경기의 유일한 실점이 됐다"고 말했다. 그래도 긍정적이었다. 체흐는 "최근 치른 4경기 중에 3번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이러한 기세를 계속 이어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아스널에서의 우승
체흐는 우승과 인연이 많다. 단 조건이 있다. 첼시에서만이다. 첼시에서 뛴 11시즌 동안 리그 4번, FA컵 4면, 리그컵 3번 우승했다. 유럽챔피언스리그(UCL)와 유로파리그도 1번씩 우승했다.
반면 아스널에서는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이제 아스널 2년차이긴 하지만 아쉬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가 생각하는 올 시즌 우승 가능성은 어떨까. 현재 아스널은 승점 44로 4위를 달리고 있다. 1위 첼시와는 승점 8점차다. 체흐는 그래도 희망을 이야기했다. 그는 "아직 17경기가 남아있다. 특히 우승 경쟁팀과의 맞대결이 많이 남았다. 그 경기에서 승리를 한다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리그만이 아니다. FA컵과 UCL도 있다. 체흐는 "리그에서는 첼시를 쫓고 있다. FA컵과 UCL은 또 다르다. 토너먼트다.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면서 "도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시즌 중 찾아오는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은 충분하다. 리그 외 다른 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고 패기를 내비쳤다.
▶기본
체흐는 기본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그는 "무실점과 승리, 이 두가리를 충실하게 이루려면 기본이 중요하다. 그것은 바로 선방 능력"이라고 했다. 말을 이었다. "결국 골키퍼는 골을 막는 것이 일이다. 선방 능력을 키우려면 끝까지 집중력을 잊지 않고 차분하게 볼의 궤적을 따라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대세로 떠오른 '발쓰는 골키퍼'에 대해서도 긍정적이었다. 그는 "요즘은 골키퍼들에게도 압박을 가한다. 때문에 많은 감독들이 골키퍼도 발을 잘 사용하기를 원한다. 또 빌드업의 출발점 역할도 해야 한다. 발도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고 했다.
한가지를 더 강조했다. 최후방 지킴이로서의 '조율' 능력이었다. 체흐는 "골키퍼의 책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수비 라인의 형태를 조율하는 것이다. 어떤 팀에 있던지 간에 수비라인의 형태를 유지하고, 동시에 서로간의 간격을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한 소통 창구 역할을 골키퍼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본에 충실하자'는 체흐. 그를 향해 한국 취재진으로서 '기본적인 질문'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기억에 남는 한국 선수에 대해 물었다. 체흐는 "박지성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 그는 "정말 훌륭한 선수였다. 맨유에서 또 EPL전체를 통틀어 큰 부분을 차지했다"고 답했다. 그다운 '기본적'인 답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