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미학'으로 대표되는 두산 베어스의 왼손 선발투수 유희관이 자신의 스케줄에 맞춰 2017시즌을 준비한다.
WBC대표팀 구성에 차질을 빚고 있어 오승환과 함께 유희관의 발탁 여부가 팬들에게 큰 관심사가 됐지만 유희관은 WBC대표팀 발탁 여부와 상관없이 자신의 스케줄을 맞춘다.
사실 유희관은 국가대표에 대한 희망을 드러내왔었다. 2015년에도 프리미어12 대표팀에서 뛰고 싶어 했고, 이번 WBC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공개적으로 가고싶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
유희관은 10일 잠실구장에서 취재진을 만나 WBC에 대한 심경을 말했다. "시즌 끝나고 인터뷰 제의가 많이 들어왔는데 대부분이 WBC에 대해 물어보셨다. 민감한 사안이라 그것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예비 엔트리에 뽑혔을 뿐이라 다른 코칭스태프나 최종 엔트리에 들어간 선수들에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는 유희관은 "다만 운동선수라면 당연히 태극마크를 달고 싶지 않겠나. 뽑힌다면 죽어라던질 것이다"라고 했다.
130㎞대의 느린 공으로도 통한다는 것을 국제무대에서도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국내에서 처음 10승했을 때 다음해엔 안될 것이란 말을 들었다. 이제 4년 연속 10승을해서 그런 편견을 깼다. 국제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것을 증명하고 싶다"라고 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대표팀 발탁만을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유희관은 19일 호주로 떠난다. 먼저 가서 몸을 만들 계획. 유희관은 "19일에 호주에들어가 올시즌을 준비한다. 몸을 만들다가 대표팀에 뽑히면 기분좋게 대표팀에 가면 되고 안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더 열심히 하면 된다"라며 "누구의 부상으로 뽑히는 대체선수보다는 처음부터 당당하게 뽑히고 싶은 마음도 있다"라고 말했다.
대학시절 야구월드컵과 대학야구선수권 등 국제대회 나간 경험이 있다. "대학교 3학년 때 야구월드컵에 나갔는데 그땐 관광한 느낌이었고, 4학년 때 대학야구선수권에 나갔는데 별 다른게 없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떨어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있었다"라고 했다.
WBC가 아닌 2017 KBO리그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를 묻자 200이닝을 말했다. 지난해 KIA 양현종이 200⅓이닝을 던져 국내투수로는 2007년 류현진(당시 한화) 이후 9년만에 200이닝 돌파를 했다. 유희관은 2015년에 189⅔이닝, 지난해 185⅔이닝을 던졌다. 유희관은 "200이닝을 던진 다는 것은 로테이션을 거르지않고 경기마다 꾸준히 좋은 공을 던졌다는 뜻 아니겠나.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라고 했다.
그러기 위해 몸관리, 특히 체중관리에 신경을 쓸 생각. "러닝을 많이 해서 부상 방지도 할 생각이고, 좋았을 때의 몸무게를 계속 유지해 좋은 컨디션을 가져가고 싶다"라고 했다.
'판타스틱4'로서 LG가 차우찬을 영입하며 구축한 '어메이징4'와의 맞대결에 대한 기대감도 감추지 않았다. "선수 입장이나 팬의 입장에서도 서울 라이벌이 판타스틱4와 어메이징4가 맞붙는게 흥행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라면서 "어메이징4가 보여준 것은 없지 않나. 우리 판타스틱4가 우위라고 생각한다. 따라올 수 없다"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역시 목표는 우승이다. "우승을 하니 겨울에 따뜻하더라. 올해도 통합우승을 하겠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