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출범한 K리그가 올 해로 35주년을 맞았다.
초창기 K리그는 대한축구협회 산하에 있었다. 1987년 프로축구위원회가 세상에 나왔지만 2년 뒤 대한축구협회에 재흡수됐다. 오늘 날의 프로축구연맹이 등장한 것은 1994년이었다. 프로연맹 수장의 명함은 회장에서 출발해 현재는 총재로 바뀌었다.
다소 낯선 풍경, K리그에 사상 첫 '선거의 계절'이 도래했다. 프로연맹 수장은 그동안 추대로 선출됐다. 유상부(포항제철) 곽정환(성남 일화) 정몽규(부산 아이파크) 권오갑(울산 현대) 등 기업 구단주들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하지만 세상이 또 달라졌다. 선거로 인한 단체장 선출이 제도화되면서 K리그도 새로운 환경을 맞았다. 프로연맹은 지난달 26일 제11대 총재 선거 일정을 공고했고, 2일 후보자 등록을 마감했다. 그 결과 신문선 전 성남FC 대표이사(59)이자 현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단독 입후보했다.
하지만 '단독 입후보=당선' 공식은 성립되지 않는다. 정관에 따라 후보자에 대한 찬반 투표가 진행된다. D-데이는 16일이다. 재적 대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대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당락이 결정된다. 선거인단은 총 23명이다. 클래식(1부·12개 구단)과 챌린지(2부·11개 구단) 각 구단 대표와 대한축구협회 2명, 프로연맹 1명 등 26명의 대의원으로 총회가 구성되지만 이탈이 있었다. 리그 탈퇴를 선언한 고양과 충주가 제외된 가운데 프로연맹도 공정한 선거관리를 위해 선거인단에서 발을 뺐다.
대의원 23명이 모두 출석할 경우 신 후보는 과반인 12표의 찬성표를 득표해야 총재로 선출될 수 있다. 본격적인 선거전도 시작됐다. 신 후보의 경우 축구계의 대표적인 '야권 인사'다. 출마의 변도 도전적이었다. "대기업 구단주들이 돌아가며 '폭탄주' 돌리기 하듯 총재를 맡아 수십억의 스폰서를 책임지던 프로축구연맹 총재 자리는 모두가 외면하는 처지가 되었다. 다들 나몰라라 하는 이러한 위기상황에서 축구인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연맹 총재로 나서게 됐다."
찬반을 묻는 투표지만 선거의 속성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다. 사실 신 후보의 출현은 '깜짝 반전'이었다. 극비리에 출마를 추진한 그는 마감 직전 후보 등록을 마쳤다. 설왕설래도 이어지고 있다. '급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평가와 '신선한 충격'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대척점에 서 있다.
선거까지는 이제 단 일주일 남았다. 결과는 누구도 모른다. 신 후보가 대의원들의 표심을 어떻게 공략하느냐에 달렸다. 반대의 길도 정해져 있다. 신 후보가 낙선할 경우에는 권오갑 현 총재가 직을 계속 수행할 예정이다.
결과가 어떻든 K리그에서 실시되는 첫 총재 선거를 통해 반드시 얻어야 할 것이 있다. '민주주의 꽃'인 선거는 또 다른 K리그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신 후보가 공약한 ▶비리근절, 경영공정성 확보 ▶투명·윤리경영 ▶축구협회와 협치 ▶챌린지리그의 자생력 확대 등 4가지 비전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현재의 프로연맹 집행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혁 작업과 일치하는 부분이 꽤 있다.
선거가 반목과 갈등의 장이 돼 서는 안된다. '야권 인사'의 출현은 조직에 건전한 긴장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 물론 현재의 집행부가 나태해지는 순간 어느 때라도 표심은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체육계에선 그동안 금품선거가 해묵은 적폐였다. 그래서 나온 것이 '공공단체등의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위탁선거법)'이다. 대한체육회와 대한축구협회 등이 준용하고 있다. 위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공보, 선거벽보, 전화,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선거운동, 선거일에 하는 소견발표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대면접촉시 선거과열, 금품선거 등 부정선거에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신 후보 측은 '대면 접촉'을 할 수 없다는 점에 난감해 하고 있다.
최초의 K리그 선거라 개선할 부분도 제법 있다. 하지만 룰은 룰이다. 프로연맹도 공정 선거 관리를 약속했다. 선거의 후유증은 당연히 없어야 한다. 이번 선거가 여러모로 K리그 발전을 위한 대화합의 축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포츠 2팀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