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에이스' 박철우(32·삼성화재)가 에이스의 품격을 한껏 뽐냈다.
삼성화재는 8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의 2016~2017시즌 NH농협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맞대결에서 세트스코어 3대0(25-14, 25-23, 25-23) 완승을 거뒀다. 2연승을 달린 삼성화재(승점 35점)는 우리카드(승점 34점)를 끌어내리고 4위로 뛰어올랐다.
승리의 중심에 박철우가 있었다. 박철우는 혼자 16점을 책임지며 팀 승리에 앞장섰다. 외국인 선수 타이스와 좌우 균형을 맞춰 다양한 공격을 펼쳤다.
무엇보다 블로킹 3개, 서브에이스 4개, 후위 공격 5점을 기록하며 2011년 3월 16일 이후 무려 6년여 만에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동시에 개인통산 서브에이스 200개를 달성하며 환하게 웃었다.
경기 뒤 임도헌 삼성화재 감독은 "그동안 철우가 부담을 느꼈는지 공격할 때 힘이 너무 들어갔었다"며 "점점 팀 플레이에 녹아드는 것 같다. 서브와 블로킹도 좋았고, 제 몫을 잘해주고 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임 감독의 설명처럼 박철우는 복귀 후 엄청난 부담감과 맞닥뜨려야 했다. 2014년. 시즌 중 갑작스레 군 복무를 시작한 박철우는 지난해 11월 컴백했다. 2년 만에 돌아온 코트. 다소 낯설었다. 박철우는 "군에서 돌아온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봤다.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고민을 토로했다.
시즌 초반, 우려는 현실이 됐다. 박철우는 다소 들쭉날쭉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2005시즌 이후 처음으로 40%대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며 주춤했다. 그 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스타에게는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저력이 있었다. 흔들림이 있었지만 결코 무너지지는 않았다. 베테랑의 힘이었다. 박철우는 동료들과 차근차근 호흡을 맞추며 조금씩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생각만큼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도 '파이팅'을 외치며 코트 분위기를 띄웠다.
'베테랑' 다운 페이스 조절 속에 결국 적응을 마친 박철우는 남은 시즌 삼성화재의 도약에 든든한 밑거름이 될 전망이다. 삼성화재는 8일 현재 한국전력(승점 37점), 우리카드(승점 34점) 등과 치열한 중위권 경쟁을 펼치고 있다. 봄 배구 무대를 밟기 위해서는 박철우의 활약이 필수적이다.
본인도 이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우리 팀워크가 정말 잘 맞는 느낌"이라며 "개인 기록보다 중요한 것은 팀 성적"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에이스의 품격을 선보인 박철우가 다음 경기에서도 꾸준한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까. 삼성화재의 올시즌 농사가 그의 어깨에 달렸다. 박철우는 오는 15일 치르는 우리카드전에 출격 대기한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2016~2017시즌 NH농협 V리그 전적(8일)
▶남자부
삼성화재(10승12패) 3-0 대한항공(14승7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