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16년, 병신년(丙申年)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올해도 수많은 게임들의 출시와 서비스 종료가 진행되었고 그 중 어떤 게임은 유저들의 찬사를, 몇몇 게임은 유저들의 비난을 받았다.
올 한해를 빛낸 주옥같은 게임들 중 수없이 많은 유저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지만 결과물로 큰 배신감을 주며 유저들을 실망시킨 게임들은 어떤 게임들이었을까? 2016년을 빛낸 주옥같은(?) 게임들을 모아봤다.
'주옥같은(?) 게임들' 중 세 번째로 소개되는 게임은 '마이티 넘버 나인'이다.
- 무슨 판단이냐, 돈을 시궁창에 버릴 셈이냐
20세기 횡스크롤 액션 게임 장르의 큰 획을 그은 캡콤의 '록맨' 시리즈는 '록맨의 아버지' 이나후네 케이지의 손으로 첫 발을 내딛었다. 이나후네 케이지는 사라질 뻔 한 '록맨' 프로젝트를 손수 일으켜 세우며 '록맨' 시리즈를 캡콤의 대표적인 IP로 발전시키는 데 큰 공헌을 했다.
'록맨' 시리즈의 성공으로 캡콤의 집행이사가 된 이나후네 케이지는 개발승인회의에서 프로젝트를 무성의하게 심사받으려는 카와타 마사치카 프로듀서에게 "무슨 판단이냐, 돈을 시궁창에 버릴 셈이냐"라고 말하며 프로젝트 제작진의 안이한 태도를 꼬집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캡콤의 지원이 줄어들고 2010년에는 '록맨의 아버지' 이나후네 케이지가 캡콤을 퇴사하면서 '록맨' 시리즈의 미래는 어두워져만 갔다. 그러던 중 2013년, 이나후네 케이지가 '록맨'의 '영혼을 잇는 정통 후속작'에 대해 발표하면서 '록맨' 시리즈의 계보가 이어지는 듯 했다.
발표된 게임의 제목은 '마이티 넘버 나인(MIghty No. 9)'으로 대다수의 제작진이 '록맨' 제작자였고, 캐릭터 디자인이나 기획, 홍보 영상 등에서 '록맨' 시리즈의 연관성을 찾아볼 수 있었다. 발표 이후 이나후네 케이지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에 90만 달러(약 10억5천만 원)를 목표로 '마이티 넘버 나인'을 출품했다.
'록맨의 아버지'가 직접 만드는 '록맨' 시리즈의 '영혼을 잇는 정통 후속작'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킥스타터에 출품한 지 하루 만에 목표 금액의 반 이상인 50만 달러(약 5억8천만 원)를 달성하며 순조롭게 투자가 진행되었고 결국 3일만에 목표를 달성했다.
이어 스테이지 추가, 보너스 모드 추가, 서포트 캐릭터 추가, 복고풍 사운드 트랙/효과음 옵션 추가 등 120만 달러(약 14억 원)에서부터 400만 달러(약 46억7천만 원)까지 총 16단계로 구성된 추가 목표까지 모두 달성하면서 전 세계의 '록맨' 시리즈 유저들의 손으로 401만3,550 달러(약 46억8천5백만 원)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이 이나후네 케이지의 손에 들어갔다.
-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마이티 넘버 나인'은 그렇게 개발이 진행됐다. 이나후네 케이지는 개발 내역이 공개될 때마다 '유저와 함께 만드는 게임'임을 강조했고 실제로 유저들의 의견이 게임 내에 반영되기도 했기 때문에 수많은 '록맨' 시리즈 유저들은 오매불망 '마이티 넘버 나인'의 출시를 기다렸다.
'마이티 넘버 나인'의 개발이 진행되던 2014년, 이나후네 케이지는 페이팔을 통한 2차 펀딩을 발표했다. 페이팔을 통한 펀딩의 1차 목표는 10만 달러(약 1억1천6백만 원)로 이를 통해 영어 음성 더빙을 추가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2차 펀딩은 목표액을 20만 달러(약 2억3천만 원)로 올리며 영어/일본어음성 더빙을 진행하겠다는 목표로 진행됐다.
2013년 첫 발표된 '마이티 넘버 나인'이 펀딩 목표 금액 400% 이상을 달성하며 개발이 진행되자 전 세계의 '록맨' 시리즈 유저들은 원작자인 캠콤에 대한 비방을 하며 '마이티 넘버 나인'의 출시를 기다렸다. 이렇게 전 세계 유저들의 기대속에 개발된 '마이티 넘버 나인'은 2016년 6월 21일 발매됐다.
발매된 게임은 충격적이었다. 지저분한 그래픽, 어색한 캐릭터 움직임, 지루한 레벨 디자인 등 2016년에 출시된 게임이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는 디테일로 출시된 것이다. 이에 따라 온라인 평점 사이트 메타크리틱의 평점은 100점 만점에 52점을 받았고 유저평점은 10점 만점에 3.5점을 받았다.
특히 '마이티 넘버 나인'은 킥스타터 펀딩 시작 때 공개한 게임 플레이 컨셉 아트와는 너무나 확연한 차이가 나는 그래픽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 중에서도 폭발 이펙트는 페퍼로니 피자와 비슷할 정도로 심각한 모습을 보여 수많은 유저들은 '마이티 넘버 나인'에 분노와 조롱을 보냈고 심지어는 세가의 횡스크롤 게임 '소닉 더 헤지혹'의 북미 공식 SNS 계정에서도 뒷배경의 이펙트를 피자로 패러디할 정도였다.
현재 '록맨의 아버지'가 직접 '록맨' 시리즈의 '영혼을 잇는 정통 후속작'이라며 400만 달러 이상의 돈으로 개발한 '마이티 넘버 나인'은 이나후네 케이지가 했던 말처럼 '돈을 시궁창에 버린 셈'으로 평가받고 있다.
개발 과정에서는 유저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며 호평을 받았지만 서서히 드러나는 결과물의 실체와 실제로 출시된 게임으로 유저들의 기대를 모두 저버리는 만행을 저지른 이나후네 케이지. 그는 '마이티 넘버 나인'이 출시된 이후 유저들 사이에서 개발 예정, 혹은 개발 중인 게임에 대한 크라우드 펀딩에 회의감을 느끼게 만들 정도로 대단한 불신감을 심어주었다.
2013년 발표되어 전 세계 '록맨' 시리즈 유저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2016년 출시된 '마이티 넘버 나인'은 주옥같은 시리즈의 종말을 선언한 게임이기에 2016년을 빛낸 '주옥같은 게임'으로 선정되었다.
박해수 겜툰기자(caostra@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