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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년(丙申年) '주옥같은 게임' ④ - '창세기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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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2016년, 병신년(丙申年)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올해도 수많은 게임들의 출시와 서비스 종료가 진행되었고 그 중 어떤 게임은 유저들의 찬사를, 몇몇 게임은 유저들의 비난을 받았다.

올 한해를 빛낸 주옥같은 게임들 중 수없이 많은 유저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지만 결과물로 큰 배신감을 주며 유저들을 실망시킨 게임들은 어떤 게임들이었을까? 2016년을 빛낸 주옥같은(?) 게임들을 모아봤다.

'주옥같은(?) 게임들' 중 네 번째로 소개되는 게임은 '창세기전 4'다.





- 국산 RPG의 걸작이자 전설

1995년 처음 등장한 소프트맥스의 SPRG '창세기전'은 이후 '창세기전 2', '창세기전 외전 서풍의 광시곡', '창세기전 외전 템페스트', '창세기전 3', '창세기전 3: 파트 2' 등 후속작을 출시하며 90년대를 풍미한 국산 RPG의 걸작이자 전설로 평가받고 있다.

다양한 스킬들의 화려한 연출, 기본 스킬을 뛰어넘는 초필살기의 존재, 방대한 배경과 이에 걸맞는 풍부한 스토리 등은 게임 내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개성을 뚜렷하게 부여하며 '창세기전' 시리즈를 명작의 반열에 오르게 했다. 특히 스토리 부분에서는 기본적인 큰 스토리라인에서 치밀하게 구성된 캐릭터별 뒷배경이 존재해 '스토리 때문에' 게임을 계속 구매하는 유저들도 있을 정도였다.

'창세기전'에는 이러한 스토리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해 큰 인기를 끌었다. 시리즈를 대표하는 최강자인 '흑태자' 칼 스타이너,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살다 간 '회색망토의 기사' 시라노 번스타인, 온갖 불행을 겪은 비운의 주인공 살라딘과 셰라자드, 외강내유의 비극적 캐릭터 크리스티앙 데 메디치, 사건의 핵심 인물 베라모드 등 복잡한 인간성을 지닌 캐릭터들이 각 시나리오를 대표하며 겹치는 인물상 없이 게임의 스토리를 이끌었다. RPG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캐릭터들이 벌이는 입체적인 스토리라인은 '창세기전'만의 매력 중 하나였다.

2000년 12월 출시된 '창세기던 3: 파트 2' 이후 PC판 신작 소식이 없던 소프트맥스는 2009년, '창세기전 4'를 발표하고 2010년 4월에는 티저 사이트를 오픈하면서 '창세기전 4 ~ Spiral Genesis'라는 정식 타이틀을 공개했다. 그동안 소프트맥스가 자체 개발로 고집했던 '콘솔&패키지' 스타일이 아닌 유저들이 꾸준히 요청을 했던 온라인 플랫폼으로 출시되어 등장한 '창세기전 4'는 90년대를 풍미한 RPG의 최신작을 온라인으로 즐길 수 있다는 소식으로 유저들로부터 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창세기전 4'는 홈페이지를 공개한 2010년 이후 2011, 2012, 2013, 2014년까지도 테스트 일정이 공개되지 않아 프로젝트 자체가 무산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2015년 테스트 일정이 공개되어 이런 우려가 종식되었다. 총 3천 명을 모집하는 1차 비공개 테스트 모집 개시 첫 날에만 4만 명 이상의 유저가 참가를 신청하고, 모집 종료일까지 10만 명이 넘는 신청자가 몰려 다시 한 번 시리즈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 CBT부터 시리즈의 종말을 선고하기까지

그러나 막상 공개된 '창세기전 4'의 첫 평가는 낙제점이었다. 수려한 일러스트와 캐릭터의 모습은 유저들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지만, 3D로 구현된 이들의 모습이 일러스트와 너무 심각한 괴리감을 선보여 기대를 반감시켰다. 기대가 워낙 컸기에 실망감도 더욱 컸다. 참가했던 유저들은 2차 CBT에서는 나아진 모습을 기대하며 아쉬운 마음으로 1차 CBT를 마무리했다.

이후 진행된 2차 CBT는 2만 명이 참가해 진행됐다. 그러나 캐릭터와 배경이 따로 노는 모바일 게임같은 그래픽, '아르카나'로 캐릭터들을 묶어 진영을 갖추었지만 세밀한 조작을 할 수 없어 적의 광역기를 피할 수 없는 전투 시스템, 한 눈에 살펴볼 수 없는 이상한 인터페이스 등 무엇하나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이어지는 두 차례의 CBT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속출했지만 이어지는 OBT에서 개선될 여지가 있을 것이라 믿었던 유저들은 또다시 실망하게 된다. CBT는 어디까지나 비공개 테스트이기 때문에 충분히 개선할 것이라 믿을 수 있지만, OBT에서조차 기존 CBT에서 존재했던 전투 시스템, 인터페이스, 게임 내 폰트 등의 문제가 그대로 이어져 오면서 10년 이상 시리즈의 팬이었던 수많은 유저들의 꿈과 희망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그러나 개발자 노트를 통해 유저들의 불만을 패치로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였고 이에따라 유저들은 미워도 다시 한 번 '창세기전 4'를 믿어보려고 했으나, 결국 유저들의 건의를 담은 '건의 게시판'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하고 1:1 문의만 남겨두면서 다수의 유저들이 등을 돌려버리게 만들었다.

이후 '창세기전' 시리즈의 개발사 소프트맥스는 경영권을 매각하고 사명을 변경하는 등 유저들에게 불안한 행보를 보였고 결국 지난 11월 '창세기전' 시리즈 IP의 권리 일체를 넥스트플로어에 20억 원에 매각했다. 이로써 1995년부터 2016년까지 약 20년을 이어오던 소프트맥스의 '창세기전' 시리즈는 막을 내리게 됐다.

1995년 시리즈가 시작되어 20년의 세월 동안 국내 유저들의 심금을 울렸던(?) '창세기전' 시리즈는 결국 2016년 '창세기전 4'와 함께 시리즈의 종말을 맞게 되었다. 이에따라 '창세기전 4'는 2016년을 빛낸 '주옥같은 게임'으로 선정되었다.

박해수 겜툰기자(caostra@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