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영웅 기자] 엄정화의 카리스마와 영향력은 여전했다. 지난 26일 'SBS SAF 가요대전'에 출연해 더블타이틀곡 두 곡을 선보였고 화제성은 여느 아이돌 못지 않았다. 새 앨범 'The Cloud Dream of the Nine(구운몽)'의 차트성적은 다소 아쉽지만 "여전히 멋지게 무대에 설 수 있고 새로운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는 그의 말처럼, 중요한 건 진심이었다. 본인이 언급한 것처럼 '가수' 엄정화의 복귀는 그 자체로 의미 있는 도전이다.
'배우' 엄정화가 다시 '가수'로 서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 2010년 갑상선 수술을 받은 엄정화에게 찾아온 성대마비라는 후유증은 극복하기 쉽지 않은 벽이었다. 그때부터 엄정화는 8년만에 가수로 복귀하겠단 의지 하나로 마이크를 고쳐잡았다.
엄정화의 이번 앨범 과정을 진행한 미스틱 엔터테인먼트 관계자에 따르면 엄정화는 2~3년 전 조영철 프로듀서와 사석에서 만났고 향후 앨범 작업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목 컨디션이 좋아지면 새 앨범을 함께 준비하자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당시 그를 진료했던 의사가 '앞으로 노래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진단을 내놓을 만큼 심각한 상황이었다.
미스틱 관계자는 "당시 엄정화가 이번에 앨범을 해내지 못하면 앞으로도 가수 엄정화의 존재는 없어질 것 같다고 했다"며 "꾸준한 치료와 재활 노력으로 노래를 다시 할 수 있는 컨디션을 끌어올렸고 당시 전문가들도 놀랄 정도였다"고 상황을 전했다. 녹음 과정도 쉽지 않았다. '다시 해낼 수 있을까'란 마음에 심리적으로도 고통스러웠지만 주위 스태프들과의 도움 속에 무사히 새 음반을 완성했다. 퍼포먼스도 6개월 이상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연습한 결과였다.
이 관계자는 "엄정화가 안무 연습을 일찍부터 준비하고 싶다고 먼저 제안했다. 그만큼 완벽하게 무대를 소화하고 싶다는 열정이 컸다"며 "비욘세 안무가 존테가 구상한 안무를 6개월 이상 반복해 연습하고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가수를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엄정화는 철저한 자기관리와 노력으로 가수로 다시 서게 됐다. 그간 배우로 기억된 엄정화는 90년대 전성기를 누린 대표 섹시 여가수인 만큼, 본인은 물론 팬들에게도 간절했던 컴백 무대였다. 정작 중요한 건 다시 용기를 내 무대에 오른 그의 열정이다. 가수 엄정화의 새 음반은 절망적인 진단에도 굴복하지 않고, 도전 끝에 완성해낸 앨범이기에 더욱 값진 의미가 담겨 있다.
꿈의 문학 '구운몽(九雲夢)'을 테마로 한 이 앨범은 엄정화가 꿈꾸는 '아홉 개의 꿈'을 각기 다른 스타일의 9곡으로 표현했다. 엄정화만의 캐릭터를 위해 가요계 신구 프로듀서들이 뭉친 콘셉트 앨범으로, 뮤지션 엄정화의 새로운 출사표를 의미하기도 한다. 도전에 도전을 거듭해온 엄정화가 결국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다시 무대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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