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우리은행 가드 박혜진(26)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그는 2015~2016시즌에 큰 진통을 겪었다. 시즌 초중반부터 공격 본능을 상실했다. 임영희(우리은행)와 외국인 선수에게 공격을 의지하고 자신은 리바운드와 수비에 더 집중했다. 팀이 좋은 성적을 내다보니 박혜진의 그런 플레이와 마인드는 큰 문제로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박혜진은 우리은행과 한국 여자농구의 향후 10년을 이끌고 나갈 기둥이다. 그런 박혜진이라면 경기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나가야지 있는 듯 없는 듯 해서는 안 된다." 위 감독은 박혜진과 수많은 면담을 했고 경기를 통해 공격 성향을 다시 끌어냈다. 그 결과, 정규시즌 말미에 경기당 평균 득점을 10점대(10.11점)로 끌어올렸고,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중요한 득점을 해주었다.
박혜진은 이번 2016~2017시즌 삼성생명 여자농구대회에서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는 원래 가드 중에서도 포지션 2번에 해당하는 슈팅 가드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 이승아(임의탈퇴) 이은혜(부상)의 동반 이탈로 박혜진이 1번 포인트 가드를 보고 있다. 포인트 가드는 슈팅 가드에 비해 역할이 복잡하다. 경기 흐름을 조절하면서 팀 동료들의 플레이를 살려주어야 하는 건 물론이고 요즘은 팀 득점에도 기여해야 한다.
박혜진은 이번 시즌 18경기 동안 경기당 평균 36분50초 출전하면서 평균 12.17득점, 4.5어시스트, 6.11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어시스트 전체 1위, 출전시간과 공헌도 2위, 3점성공(32개)과 스틸(경기당 1.67개) 3위를 달리고 있다.
요즘 박혜진의 표정이 밝아졌다. 위성우 감독도 코트에서 적극적으로 하려고 달려드는 박혜진의 플레이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박혜진이 잘 안 될 때 보면 생각이 너무 많았다. 그러나 이번 시즌 잘 될 때를 보면 생각을 최대한 단순하게 하면서 무아지경에서 플레이를 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위 감독은 박혜진이 경기를 지배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박혜진이 더욱 경기를 장악하고 승부처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박혜진 보다 열살이 더 많은 임영희(36)에게 더 오래 시간 버텨달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임영희는 아직 은퇴 시점을 못박지는 않았다. 그래서 위 감독은 이은혜가 부상에서 복귀하더라도 박혜진의 플레이 스타일을 지금 처럼 계속 유지시킬 생각을 갖고 있다.
박혜진은 "아직 패스를 통해 팀원들을 못 살려주는 경우가 있다. 찬스인데 못 주는 경우가 있어 자책을 한다. 언제까지 1번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시야가 더 넓어져야 한다. 생각을 많이 하지 않고 찬스가 나면 던지고 동료가 보이면 패스를 한다. 계속 이렇게 부딪혀봐야 할 것 같다. 이제 마냥 어리지 않다. 경기 흐름을 잃고 여유있게 대처할 필요도 있다. 지금도 감독님에게 혼난다"고 했다. 박혜진은 현재 WKBL리그 최정상권에 있는 선수지만 부족하다는 걸 알고 그걸 채우기 위해 부단히 움직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박혜진의 미래가 더 궁금해진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