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 LG 트윈스 감독은 FA(자유계약선수)로 이적한 차우찬을 두고 "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 훨씬 편하게 던질 수 있다. 삼성에 있을 때보다 훨씬 잘할 것이다"고 했다. 차우찬은 4년간 총액 95억원 계약을 발표한 직후 LG 구단을 통해 '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게 돼 좋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차우찬뿐만 아니라 대다수 투수가 홈에서 펜스까지 거리가 가장 먼 잠실구장 마운드에 서면 편하다고 한다. 웬만한 구장에선 홈런이 될 타구가 잠실구장에선 외야 깊은 플라이가 될 때가 많다. 거센 타고투저 흐름속에서 홈런이 늘었지만, 여전히 잠실구장은 투수 친화적인 구장이다.
잠실구장의 대척점에 있는 구장이 삼성 라이온즈의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이하 라팍)다. 2016년 KBO리그 720경기에서 총 1484홈런-경기당 평균 2.06개가 터졌다. '라팍'에선 66경기-162홈런-경기당 평균 2.45개, 리그 평균보다 0.4개가 더 나왔다. SK 와이번스의 인천 문학구장(72경기-191홈런-2.65개)에 이어 2위다.
올해 개장한 '라팍'은 팔각형 구조에 좌우 펜스까지 거리가 99m, 중앙 펜스까지 122m다. 이 기준으로 보면 분명히 작은 구장이 아니다. 그런데 외야 펜스가 일직선으로 조성돼, 좌우중간까지 거리가 짧다. 삼성 구단에 따르면, 좌우중간 펜스까지 최단 107m로, 지난해까지 사용했던 대구시민구장보다 대략 6~7m가 짧다. 이 때문에 다른 구장에선 외야 플라이로 잡힐 타구가 홈런으로 이어질 때가 있다. 투수들이 '라팍'에서 불안해하는 이유다.
지난해 대구시민구장에서 열린 62경기에서 166홈런-경기당 평균 2.68개가 터졌다. 지난해보다 홈런이 줄었다고 해도 감안해야할 게 있다. 지난 시즌에는 홈런타자 야마이코 나바로(48개), 박석민(26개)이 있었다. 올해 '라팍'에서 나온 162홈런 중 홈팀 홈런이 65개, 40%에 그쳤다. 좌우중간 펜스까지 거리가 짧아졌는데도, 장거리 타자 두 명이 빠지면서 팀 홈런이 감소했다. 올해 삼성은 팀 홈런 142개로 한화 이글스와 함께 KBO리그 10개팀 중 공동 5위에 올랐다. 지난해 176개(3위)에서 34개가 줄었다. 2012년부터 지난 5년간 팀 홈런이 3위 밖으로 나간 건 올해가 처음이다. 2012년, 2013년에는 3위, 2014년에는 2위, 2015년에는 3위였다.
현재 구장 환경이 홈팀 삼성에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번 오프 시즌에 중심타자 최형우가 FA 자격을 얻어 KIA 타이거즈고 이적했다.
시즌 중에도 좌우중간 펜스까지 거리를 조정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홍준학 삼성 단장은 "현실적으로 외야 펜스 구조를 바꾸긴 어렵다. 그동안 현장에서 펜스 높이를 올리자는 의견이 있었는데, 1월 중에 코칭스태프와 본격적으로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 어떻게 하는 게 팀에 도움이 되는 지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했다.
팔각형, '라팍'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펜스(철망) 높이로 짧아진 거리를 상쇄하겠다는 설명이다. 현재 '라팍'의 펜스 높이는 2.4m이고, 펜스 위에 1m 철망이 설치돼 있다. 펜스 위 철망 높이를 올린다고 해도 고민이 있다. 문제가 된 것은 좌우중간 펜스까지 거리다. 좌우중간 철망을 높이면서 좌우까지 손을 대야하는지 결정해야 한다.
홍 단장은 "전체 펜스 높이를 올릴지, 아니면 특정 구간만 높일지 고민이다. 철망을 올리면 관중들이 경기를 관전하는 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일부 구간만 올리면 미관상 안 좋을 수도 있다. 1월 중에 먼저 일정 구간에 설치해보고 최종 결정을 내겠다"고 했다.
김한수 감독도 구단과 생각이 비슷하다. 그는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주는 게 맞는 것 같다. 현 상태로 간다면 우리 팀에 불리한 점이 많다. 철망을 50cm 높일지, 1m 올릴지 상의해보겠다. 센터쪽은 그냥 둬도 될 것 같다"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