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FA 가운데 최대어인 황재균은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오퍼를 기다리고 있어 원소속팀 롯데 자이언츠 등 국내 잔류 여부에 대해 결정을 미루고 있다. 남은 3명은 조영훈 이진영 정성훈이다. 세 명 모두 야수다. 이들에 대한 협상 소식은 거의 들려오지 않고 있다. 이들의 협상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보상 규정이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다른 팀 출신 FA를 데려간 팀은 해당 선수의 당해 연봉의 200%와 보호선수 20명 이외의 선수 한 명을 내줘야 한다.
선수 생활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 이진영과 정성훈과 같은 베테랑 FA들에게는 결코 달갑지 않은 규정이다. 때문에 원소속팀에 남을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최근 베테랑 좌완 봉중근이 2년 15억원에 원소속팀 LG 트윈스에 잔류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나이가 들수록 FA 권리를 행사하기가 힘들어진다. 마흔을 바라보는 선수를 거액을 주고, 그것도 보상 출혈을 감수하고 영입할 구단은 많지 않다.
이진영은 내년이면 37세가 된다. 1999년 쌍방울 레이더스에서 데뷔했으니, 프로 19년째가 되는 해다. 이진영은 올시즌 115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3푼2리, 123안타, 10홈런, 72타점, 49득점을 기록했다. 전성기 못지 않은 정교한 타격을 보여줬기 때문에 내년에도 효용성을 기대할 수 있는 타자다. 정성훈도 1980년생으로 내년 37세다. 이진영과 마찬가지로 올시즌 3할2푼2리의 타율, 119안타, 6홈런, 64타점, 58득점을 올리며 녹록치 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팀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두 선수 모두 주전 한 자리 정도는 차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보상 규정 때문에 다른 팀에서는 쉽게 영입 엄두를 내지 못한다. 대신 원소속팀인 kt 위즈와 LG 트윈스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이들은 연말, 연시 휴가철이 끝나면 결정을 해야 하는데, 오퍼를 받은 만큼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 지 고민의 문제로 보여진다.
두 선수 모두 이번 오프시즌 3번째 FA 승인 신청이 난 케이스다. 2000년 FA 제도가 시행된 이후 FA 권리를 3차례 행사한 선수는 한화 이글스 포수 조인성 뿐이다. 조인성은 1998년 LG 트윈스에서 데뷔해 2007년말 '3+1년'의 형태로 34억원에 재계약했다. 이어 4년이 지난 2011년말 두 번째로 FA를 신청해 3년 19억원의 조건에 SK 와이번스로 옮겼다. 2014년 한화로 트레이드된 뒤 조인성은 지난해말 2년 10억원에 재계약하며 세 번째 FA 권리를 행사했다. 계약이 만료되는 내년 조인성은 프로 20번째 시즌을 뛴다.
FA 자격 요건은 입단 후 9시즌(대졸 선수는 8시즌)을 소화해야 처음으로 주어진다. 이후에는 4시즌을 마칠 때마다 재 취득자격이 생긴다. 즉 세 번의 FA 권리를 행사하려면 고교 졸업 선수는 최소 17시즌, 대졸 선수는 16시즌을 보내야 한다. 야구 규약에 명시된 한 시즌 요건은 2006년 이후로는 현역 선수 등록 일수가 145일 이상일 경우 충족된다. 즉 부상없이 한 시즌 5개월 이상을 1군에 머물러야 한다. 쉬운 일이 아니다.
일본 프로야구는 FA 자격 연한이 8시즌(대졸 7시즌)이며 한국과 마찬가지로 4년이 지나야 자격이 다시 주어진다. 메이저리그는 6시즌을 소화하면 첫 FA 자격이 생기며, 이후로는 연한에 상관없이 계약이 종료될 때마다 FA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이진영은 2008년말 FA 자격을 처음 얻어 SK 와이번스에서 LG로 옮겼다. 4년이 지난 2012년말에 LG와 4년 34억원에 재계약하며 두 번째 대박을 터뜨렸다. 이후 4년이 지났다. 정성훈도 2008년말과 2012년말 두 차례 FA 권리를 행사했다. 이들의 세 번째 FA 계약이 어떤 형태로 드러날 지 귀추가 주목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