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영웅 기자] "올 한해 정말 고생많으셨습니다. 여러분."
싸이가 그만의 방식으로 한해를 유쾌하게 마무리했다. 23일 밤 11시50분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 흥이 넘치는 히트곡 무대는 여전했고, 때론 진심을 담은 위로의 노래로 현 시국에 지친 국민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여전히 육중한 몸매에 무스머리 차림으로 등장한 싸이는 데뷔 15년차 내공을 뽐내며 여유롭게 공연을 지휘했다. 싸이가 소리치고 몸을 흔들자 공연장도 들썩였다. 팬들의 손에 쥐어진 야광봉도 크게 요동쳤고, 현장 일대는 그야말로 '싸이월드'를 연출했다. 수많은 관객이 "싸이"를 외치며 밤샘 공연을 즐겼다.
대형 공연장에서 펼쳐지는 콘서트인 만큼, 거대한 스케일이 팬덤을 압도했다. '챔피언'의 록 버전을 부르며 등장한 싸이는 거대한 폭죽 속에 '대디' '연예인' 등을 연달아 부르며 공연을 포문을 열었다. 금세 분위기도 고조됐다.
이날 싸이는 첫 무대를 선보인 뒤 "여기에 있는 모두들 립싱크 없이 전원 다 한 목소리를 내자"라고 흥을 돋구었다.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는 쉴 틈이 없었다. '내 눈에는' '새' '나 이런 사람이야' '아버지' '위 아 더 원' '나팔바지' 등 19여 곡을 줄기차게 쏟았다. 연신 경쾌한 무대가 펼쳐지자 팬들과 싸이는 모두 열정적인 자세로 화답했다.
데뷔 앨범 수록곡인 '끝'을 부를 땐 "1999년에 발표한 곡으로, 스물 세 살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곡이란 걸 썼다"라고 소개하며 "지치면 지는 겁니다. 미치면 이기는 겁니다"라며 내리 댄스 무대를 선보였다.
싸이는 경쾌한 무대 뿐 아니라 감동 어린 무대도 선사했다. '아버지'를 부를 땐 또박또박 랩을 내뱉어 진한 진심을 전하는가 하면, 다양한 장르도 넘나들며 관객의 흥을 유도했다. '위 아 더 원'을 부를 땐 월드컵 때의 생생한 분위기도 떠올리게 했다. 다양한 세대들도 공연을 즐겼다. 20대 젊은이들부터 백발의 할아버지까지, 다정하게 손을 꼭 잡은 중년 부부들도 공연을 즐겼다.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 한데 모였지만 금세 하나가 됐다.
게스트 역시 역대급이었다. 대세 래퍼 비와이가 'FOREVER'와 'DAY DAY' 무대를 꾸며 큰 환호를 받았고, 싸이의 절친 비가 등장해 여전히 섹시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특히 오는 1월15일 컴백을 앞둔 비는 싸이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예고해 큰 관심을 끌었다. 마지막으로 들국화의 전인권은 '걱정말아요 그대'와 '행진'을 2만 5천팬과 합창하며 깊은 감동을 안겼다. 이날 공연은 전체적으로 쉴 틈 없이 즐기는 콘서트였지만, 그는 감동의 여운 또한 잊지 않았다.
이날 콘서트의 백미는 바로 싸이의 '여장 메들리'였다. 그는 박지윤의 '성인식'부터 씨스타 '나혼자', 보아 '마이 네임', 레이디가가, 비욘세 '싱글레이디'까지 충격적인 여장으로 관객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싸이의 공연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앙코르를 외치는 순간, 이미 공연은 2부를 예고했다. 대부분의 공연이 앙코르를 마지막에 배치하기 마련이지만, 싸이의 콘서트에는 그 뒤에 '막판'이라는 무대가 한 차례 더 쉼 없이 이어졌다. 팬들의 성원 속에 다시 등장한 싸이는 'RIGHT NOW' '젠틀맨' '연예인' '강남스타일' '세월이 가면' '챔피언' 등 싸이의 최고 히트곡이자 공연의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릴 수 있는 곡들로 새벽 내내 소통했다.
본 공연만큼 긴 시간을 할애해 마지막 무대를 꾸민 싸이는 "일각에서는 업계 상도덕을 어기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나는 항상 고객을 대하는 업주의 마음이다"라며 관객과 쉬지 않고 호흡했다. 새벽까지 밤샘 콘서트는 이어졌다.
지칠 줄 모르는 무대매너와 흥겨운 댄스무대를 보여준 싸이는 공연 내내 장르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풍부한 레퍼토리로 '국민가수'의 건재함을 보여줬다. 댄스, 록, 발라드까지 무대를 누볐다. 안타까운 시국에 위로를 건네는 방법,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말을 즐기는 법을 전달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딴따라 싸이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정말 즐거웠습니다."
한편 싸이의 '올나잇 스탠드'는 싸이가 2003년부터 연말과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해 개최해온 국내 대표 콘서트 브랜드다. 이날은 약 2만5천명의 관객이 자리를 채웠으며 24일 오후에도 약 2만5천명의 관객이 동원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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