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2016년 MBC 드라마는 유례 없는 쓴맛을 봤다.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시청률 10% 고지를 넘어서지도 못했고, KBS('태양의 후예', '구르미 그린 달빛')나 SBS('닥터스', '낭만닥터 김사부', '푸른바다의 전설')처럼 이렇다할 히트작을 내놓지도 못했다. 시청률 2위라도 하면 다행인 수준이었다.
MBC 입장에서야 억울할 수 있는 노릇이지만, 사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예견된 참패였다.
일단 장르 편향성이 발목을 잡았다. 2016년 MBC 드라마 장르는 정치 복수극, 로맨틱 코미디, 가족 막장극으로 구분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물이니 이 점은 차치하고라도 정치 복수극이 연달아 이어졌다는 것은 시청자 피로도를 높이는 일밖에 되지 않았다.
올해 MBC 드라마국은 월화극을 4편 선보였는데, 그중 '캐리어를 끄는 여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정치 복수극에 해당됐다. 더욱이 '화려한 유혹'과 '몬스터'가 50부작이라는 긴 호흡을 이어오다 보니 반년 넘게 MBC표 정치 복수극을 지켜본 시청자의 피로도는 극에 달했다. 그런 가운데 또다른 정치 복수극 '불야성'이 나왔고, 당연히 흥미도는 제로에 가까워졌다.
반면 수목극은 온통 로맨틱 코미디물로 도배했다. 또다른 정치 복수극 '굿바이 미스터 블랙'과 장르를 구분짓기 어려운 'W'를 제외한 네 작품이 모두 로코물이었다. 경쟁사에서는 같은 로코물이라고 해도 공간적, 시대적 배경을 바꾸는 시도라도 했는데 MBC는 그렇지 않았다. 그나마 '쇼핑왕 루이'가 신선한 B급 힐링 로맨스로 선전했을 뿐, 엉성하고 공감대도 떨어지는 로코물이 이어져 실망감을 안겼다.
주말극은 평일 미니시리즈에 비해서는 성공한 편이다. 하지만 타 방송사에서는 가족극에 로맨틱 코미디나 동거 취업난 등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첨가해 공감대를 형성한데 비해 MBC 주말극은 막장 스토리에 집중했다는 점은 아쉽다.
'가화만사성'은 첩의 아이를 아들이라는 이유로 받아들이고, 아이를 잃은 뒤 상실감에 젖어있는 아내의 눈 앞에서 불륜을 저지르고,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갖은 학대를 일삼는 등 이해할 수 없는 막장 전개가 진행돼 충격을 안겼다. '불어라 미풍아' 역시 여주인공을 무너트리기 위해 악행을 저지르는 악녀들의 이야기로 극을 이끌어가고 있다. 그나마 장르가 달랐던 '결혼계약'은 시한부 여자와 재벌남의 로맨스라는 뻔한 신파극이었고, '옥중화' 역시 '사극 거장' 이병훈 감독의 작품임에도 답답하고 허점 많은 전개와 주인공의 연기력 논란으로 제대로 힘을 내지 못했다.
결국 2016년 한해는 아무리 스타 마케팅을 펼치더라도 작품 자체의 퀄리티가 떨어지고 새로운 장르적 시도를 하지 않으면 더이상 시청자에게 어필할 수 없다는 교훈을 남긴 해였다. 과연 2017년 MBC 드라마국이 뼈아픈 경험을 토대로 새롭고 재밌는 작품을 선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