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135번입니다".
지난 주 토요일 오전 11시, 감기 증세를 보이는 아이 때문에 동네 병원을 찾은 김모씨는 접수번호를 듣고 귀를 의심했다. 평소에 많아야 20명이었던 대기자가 100명을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독감대란'이다. 각 병원마다 대기자 수가 상상 초월이다. 최근 과로한 몇몇 소아청소년과 개원의들이 '쓰러졌다'는 소문이 간혹 들릴 정도다. 학교마다 결석생이 적게는 한반당 5~6명, 많게는 절반 이상인 곳도 있다. 20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11~17일 계절 인플루엔자(독감) 의사환자수는 1000명당 152.2명(잠정치)까지 늘어난 상태다. 이러한 학생 인플루엔자 환자 숫자는 1997년 인플루엔자 감시체계를 도입한 이래 최고치다. 때문에 보건 당국에서도 한시적으로 항바이러스제(타미플루) 건강보험 적용 혜택을 기존의 9세 이하 및 65세 이상에서, 10∼18세 청소년까지 확대하는 한편 '조기 겨울방학 카드'까지 고려하고 있다. 올해 유난히 '독한' 독감에 대한 궁금증을 Q&A로 풀어봤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Q1> 올해 독감 대유행 이유는 뭘까?
A: 올해 독감 대란은 '조기 유행'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유행주의보를 12월에 발령한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백신 맞는 시기가 점점 늦어져, 아직 항체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사람들이 걸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백신 접종에 소홀해지는' 초중고 학생들이 밀집생활을 하는 학교가 겨울방학에 들어가지 않은 상황에서 독감이 퍼지면서 7~18세 환자가 급증하는 대유행으로 번졌다는 것이다. 백신을 맞으면 항체 생성은 보통 2~4주 가량이 걸리는데, 개인마다 백신 효과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몸 상태에 따라 항체 형성이 제대로 안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백신을 맞았다고 독감에 절대 안 걸리는 것은 아니다. 또한 A형 독감에 한번 걸렸어도 다른 조합의 A형에 또 걸릴 수도 있고, A형 독감에 걸린 상태에서 B형 독감이 겹쳐 옮을 수도 있다.
Q2> 왜 지금이라도 백신을 맞으라고 할까?
A: 독감백신은 한 번 접종하면 평생 면역 효과가 유지되는 다른 백신들과 달리 매년 접종해야 한다. 유행하는 독감 바이러스 균주가 매년 다양하게 변이하기 때문이다. 독감 바이러스는 크게 A형과 B형으로 나뉘는데, 전 세계적으로 A형 바이러스가 먼저 시작되고, B형은 이듬 해 초에 유행하는 패턴을 보인다. 보건 당국에서는 이번 시즌 유행하는 A형(H3N2)이 예방백신에 포함됐다는 점과 내년 초 B형 독감 유행 가능성 때문에, 지금이라도 백신 접종을 권하는 것이다. 한편, 영아기 독감백신 최초 접종 때는 1, 2차로 나눠 접종하게 되는데, 이 사이에 독감에 걸리게 되더라도 2차 접종을 마저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Q3> 항바이러스제(타미플루)는 '반드시' 먹어야 하나?
A: 독감이 확인되면 무조건 타미플루를 먹어야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고위험군'을 제외하면 타미플루를 굳이 권하지는 않는다. 특히 인플루엔자 감염 초기증상 발현 48시간 이내에 투여를 시작해야 효과적이기 때문에 너무 늦으면 처방을 안하기도 한다. 특히 영유아나 노인 등 '고위험군'도 증상 발현 후 48시간이 지나면 급여 대상에서 제외된다. 평소 건강한 사람이라면, 타미플루를 복용하지 않아도 회복이 많이 늦어지지는 않는다. 단, 타미플루는 항바이러스제이기 때문에, 바이러스로 인한 합병증과 전파 기간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타미플루는 대부분 감기약과 병행해서 복용하게 된다. 독감은 바이러스로 인한 전신질환으로 보통 고열, 기침, 몸살 등이 동반되며 감기약은 이런 증상을 완화시킨다. 항생제를 함께 복용하는 것 또한 발열로 인한 탈수를 막는 등의 효과가 있어 병행하는 것이 좋다.
Q4> 타미플루를 '예방약'으로 쓴다고?
A: 타미플루는 치료제로서 뿐만이 아니라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치료시에는 75mg 두번을 5일 복용하지만, 독감 환자와 접촉시 예방을 위해서는 75mg 한번을 7~10일 정도 복용해야 한다. 윤진희 고려대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학교에서 유행시 예방용 복용은 권장되지 않는데, 그 이유는 타미플루를 복용하는 기간에만 예방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항바이러스제는 인플루엔자 백신의 대체제가 아닌 보조제로, 예방은 백신 접종을 통해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Q5> 타미플루 복용 후 구토한 경우, 다시 약을 먹여야 할까?
A: 타미플루는 12시간 간격으로 복용하는데, 특히 아이들이 약을 먹다가 토하는 경우가 많아 걱정하는 부모들이 많다. 한승범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대부분의 약물은 완전히 삼켜서 위까지 들어간 뒤에는 구토를 해도 상당량이 위장관에 남으므로, 굳이 다시 약을 먹일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한편, 타미플루의 부작용 중 가장 흔한 것이 구토다. 특히 소아에서 구토는 약 15%에서 발생하는데, 독감 자체에서 구토 증상이 25%까지 동반될 수 있어 초기에는 독감에 의한 구토인지 약물 부작용인지 구분이 쉽지 않다.
Q6> 만약 타미플루에 내성이 생기면 어떻게 할까?
A: 타미플루를 복용하게 되면 일단 5일치를 모두 먹는 것이 원칙이다. 5일간 복용을 마치지 않으면 증상은 개선돼도 전염성이 남아 있을 수 있으며 내성을 갖는 바이러스를 만들 수 있다. 드물지만 내성이 생긴 경우에는 다른 성분의 항바이러스제인 리렌자를 대체 처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단, 리렌자는 제제 특성상 흡입기를 사용할 수 있는 7세 이상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Q7> 독감 합병증·후유증은 어떤 것이 있을까?
A: 독감의 합병증은 주로 면역저하자(암환자, 류마티스환자 등 면역억제제 치료자, HIV 감염자 등), 고령 및 만성 심폐질환 당뇨 등을 가진 경우에 발생률이 높고, 만 2세 미만의 소아도 고위험군에 속한다. 가장 흔한 합병증은 폐렴이며, 소아의 경우 이외에 중이염, 부비동염(축농증), 기관지염, 및 기존 천식 증상 악화다. 간혹 팔 다리 근육의 통증이 심하고 움직이기 어려운 경우, 부기가 심한 경우, 근육염이나 횡문근융해증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한승범 교수는 "이러한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혈뇨가 동반되므로 빨리 병원을 찾아 혈액검사를 하고, 이로 인한 신장 손상 예방을 위해 수분 섭취를 충분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드물게 심근염, 뇌염 및 뇌증 등을 일으킬 수 있는데, 이 경우 타미플루 부작용과의 구분이 어려울 수 있어서 정신 상태 이상이나 구토가 점차 심해지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Q8> '완치 확인서'가 애매한 이유는?
A: 독감으로 학교에 결석하게 될 경우, 등교 재개를 위해서 '완치 확인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독감의 완치 기준이 명확하지는 않다. 독감은 타미플루를 복용하지 않더라도 대부분 열은 만 2~3일, 호흡기 증상은 만 3~7일 지속된 뒤 호전된다. 또한 치료받지 않은 경우 6일, 타미플루 치료를 받은 경우 4일이 지나면 대부분 환자에서 바이러스 배출이 소실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타미플루 복용 기간인 5일 정도가 지나면 타인에 대한 전파력은 무시할 수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 길게는 10~14일 동안 바이러스를 배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특히 소아의 경우 전염력이 더 오래 간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추가적 정밀검사 없이 '확인'을 하는 데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무조건 완치 판정을 받아오라'든지 '전염성이 없음을 확인해 오라'는 요구가 합리적이지는 않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Q9> 집에 독감 환자가 있으면 어떻게 해야할까?
A: 가족이 독감에 걸린 경우 대처법으로 윤진희 교수는 3가지를 제안했다. 첫째, 가급적 접촉을 줄이고 환자를 돌보는 사람도 한 사람으로 정한다. 둘째, 비누로 자주 손을 씻고, 환자는 마스크를 착용한다. 셋째, 가정 내에 면역저하, 65세 이상 고령자 등 고위험군이 있을 때에는 접촉을 자제한다.
독감은 공기 전파가 아니라 비말 및 접촉을 통한 전파로, 기침 예절과 손위생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신체의 면역 상태를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모든 질환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므로, 충분한 휴식과 영양 및 수분 섭취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