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면 될까.
두산 베어스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가 19일 귀국했다. 그간 미국에서 휴식을 취한 뒤 본격적인 연봉 협상을 위해 돌아왔다. 올 시즌 그의 연봉은 120만 달러다. 전 한화 이글스 에스밀 로저스(연봉 170만 달러·계약금 20만 달러) KIA 타이거즈 헥터 노에시(연봉 170만 달러)에 이어 외인 투수 중 몸값 3위였다. 이번에 롯데 자이언츠와 재계약에 실패한 조쉬 린드블럼이 니퍼트와 같은 120만 달러였다.
관심은 내년 시즌 연봉이다. 최소 경기(25경기)-최고령(35세 4개월 7일)의 20승 대기록을 쓴 만큼 인상 요인이 충분하다. 그는 올 시즌 28경기에 등판해 22승3패 2.95의 평균자책점을 찍었다. 다승, 평균자책점, 승률(0.880) 부문 1위다. KBO리그 6번째 시즌에 엄청난 성적을 남겼다. 정규시즌 MVP는 물론 골든글러브 영예까지 안았다.
외국인 투수 20승은 니퍼트가 세 번째였다. 2007년 다니엘 리오스(전 두산·22승5패), 2014년 앤디 밴헤켄(넥센 히어로즈·20승6패)이 리그를 집어삼킨 바 있다. 그렇다면 '20승 그 이후' 리오스와 밴헤켄의 연봉은 얼마나 올랐을까. 당시 소속팀은 얼마나 많은 인상액을 제시했을까. 물론 그 때와 지금 물가 수준, 리그 평균 연봉이 다르다. 각 구단이 외국인 선수에게 지출하는 금액에도 차이가 난다. 하지만 가늠자는 될 수는 있다. 대략적인 비교가 가능하다.
먼저 밴헤켄. 100% 이상이 올랐다. 2014년 38만 달러를 받았다가 그 해 20승에 성공한 뒤 42만 달러 오른 총액 80만 달러에 도장을 찍었다. 세부적인 조건은 계약금 5만 달러, 연봉 65만 달러, 옵션 10만 달러. 80만 달러는 작년까지 넥센이 외국인 투수 한 명에게 쓴 최고액이었다. 이번에 우완 션 오설리반을 영입하며 110만 달러를 쓰기 전까지 구단 내부적으로는 특급 대우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다음은 리오스다. 리오스는 22승을 올린 2007년 연봉이 35만 달러였다. 당시 리그 연봉 1~3위는 심정수(전 삼성·7억5000만원) 구대성(전 한화·6억3000만원) 송지만(전 현대·6억원). 이들 외에도 리오스보다 몸값이 높은 선수가 꽤 됐다. 리오스가 탁월한 이닝 소화 능력을 지녔고 매시즌 10승 이상이 가뿐하지만, 지금처럼 각 구단이 외인에게 엄청난 돈을 쓰는 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무대 6번째 시즌을 맞아 20승에 성공한다. 33경기에서 무려 234⅔이닝을 소화했다.
시즌 뒤 두산은 당시로는 파격적인 2년 150만 달러의 조건을 제시했다. 일본에서 강력한 러브콜을 받고 있는 만큼 다년 계약으로 마음을 사로잡으려 했다. 1년으로 계산하면 75만 달러. 밴헤켄처럼 100% 이상 오른 금액이다. 그 조건을 받아들였다면 2008시즌 외인·토종 통틀어 몸값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리오스는 두산의 제안을 뿌리쳤다. 2년간 최대 4억엔을 받을 수 있는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에 입단했다. 결과는 약물 복용에 따른 퇴출로 귀결됐지만.
둘의 공통점은 '20승 이후' 기존 연봉에서 100% 이상 오른 액수를 제시받았다는 것이다. 워낙 성적이 출중해 그 정도의 베팅을 구단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니퍼트는 올해 연봉이 120만 달러다.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연봉 인상 요인이 충분하나 100% 인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200만 달러 돌파도 그리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올 시즌 고과 1위 투수임에도 심리적인 마지노선인 200만 달러를 무너뜨리기는 쉽지 않다. 다만 최근 170만 달러에 재계약한 헥터 노에시는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구단도 니퍼트의 자존심을 세워준다는 협상 방침을 정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