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영웅 기자] 2006년 MTV코리아의 '리얼 다큐 빅뱅'을 통해 등장했을 때만 해도 빅뱅의 성공은 보장되지 않았다. 동방신기나 SS501과 같은 꽃미남 보이그룹이 큰 인기를 끌던 당시, 그들은 '힙합 그룹'으로 데뷔했다. 많은 이들이 그들의 성공을 반신반의했다. 당시만 해도 힙합은 낯선 장르였고, 서정적인 멜로디에 하우스 기반의 '거짓말'로 유턴하자 큰 성공을 거뒀다. 정확히 2007년 '거짓말' 열풍은 각종 연말 음악 시상식 대상의 기쁨과 함께 빅뱅을 국내 가요계의 대표 그룹으로 성장하게끔 했다. 그렇게 10년이 흘렀고 빅뱅은 장수 아이돌 반열에 올랐다.
빅뱅은 13일 0시 8년 만에 정규 3집 '메이드 더 풀 앨범(MADE THE FULL ALBUM)'을 발표했다. 이번 앨범은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메이드' 시리즈의 완결판. 매월 2곡씩 공개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빅뱅은 무려 1년 반 만에 '메이드 더 풀 앨범'을 완성한 셈이다. 이번 앨범에는 지난해 히트곡과 더불어 더블 타이틀곡인 '에라 모르겠다'와 '라스트 댄스'를 비롯해 '걸프렌드' 등 총 11곡이 수록됐다. 차트 올킬은 물론 수록곡들도 차트 상위권에 안착했다.
첫 번째 타이틀곡 '에라 모르겠다'는 그루브한 미디움 템포의 힙합 장르곡으로 지드래곤과 YG엔터테인먼트 메인 프로듀서 테디의 공동 작품으로, 지드래곤과 탑, 테디가 함께 작사에 참여했다. 두 번째 타이틀곡 '라스트 댄스'는 빅뱅 스타일의 또 다른 축이다. 빅뱅의 대표 슬로우 곡이 될 만큼 인상 깊은 R&B 슬로우 곡으로 10년간 응원을 보내준 팬들을 향한 '팬송'이기도 하다. 멤버들은 "지금 들려줄 수 있는 일기장과도 같은 곡"이라고 입을 모았다.
'영원할 줄 알았던 사랑도 저물고/ 이젠 그 흔한 친구마저 떠나가네요/ 나이가 들어서 나 어른이 되나 봐요/ 왜 이렇게 불안할까/ 사람들은 오늘도 과거에 머물고/ 세상은 나 없이도 잘 돌아가네요.' ('라스트 댄스'中)
노랫말은 20대 마지막 '완전체' 활동을 앞둔 빅뱅의 심경을 담은 듯 해 더욱 애잔한 감성을 자극한다. 맏형 탑이 내년 2월 의경으로 병역의무를 시작하고 멤버들 모두 입대를 앞두고 있다. 때문에 팬들 입장에서는 반가운 신곡이면서도 울컥한 마음이 교차하는 곡이다. 지드래곤 역시 "우리들의 이야기이자, 가장 진정성 있는 곡"이라고 소개했다.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빅뱅은 '아이돌'을 넘어선지 오래다. 단순히 케이팝 붐을 타고 세를 확장한 것만은 아니다. 전 세계가 멤버들 행보 하나하나를 주목하는 '월드 스타'가 됐다. 그들의 지난 10년은 가요계에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직접 음악을 창작하는 아이돌이란 새 시대를 연 빅뱅은 완전체와 솔로, 유닛 활동을 병행하면서 멤버 개개인의 개성과 능력도 마음껏 뽐내왔다. 이후 빅뱅의 음악과 활동패턴은 많은 후배 가수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YG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빅뱅은 10년을 정상에서 버틴 힘을 '운명'이라고 표현했다.
태양은 "사실 5년 넘게 하다보면 주관도 많이 생기고 표현하지 않지만 일 하면서 쌓이는 것이 있다. 그렇게 조금씩 멀어진다. 생각해보면 우리도 그러한 과정을 거쳤다"면서도 "그럴 때마다 저희를 하늘이 '다섯 명은 같이 하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매우 중요한 시기마다 결속력을 다지는 상황이 생긴다. 뭉쳐서 극복해 나가는 시간을 갖게 되면서 서로 이해하게 되고 굉장히 가까워지고 존중하게 되는 시간이 됐다"며 "그 과정을 통해 어떻게든 같이 하면 이겨낼 수 있구나 깨닫게 됐다"고 했다.
지드래곤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빅뱅 멤버로 투어를 돌고 싶다고 했다. 10대 때 데뷔해 어느덧 30대를 바라보는 나이가 된 그는 여전히 무대가 고프다. 언제가 될 지 모를 빅뱅 전 멤버들과 인터뷰를 위해 마주 앉았다. 그리고 멤버들은 "감사하게도 그동안 좋은 일들만 있었다. 결속력은 하늘이 허락해 준 힘과 같았다"고 자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멤버들의 군입대에 대한 이야기와 향후 계획도 궁금합니다.
"입대까지 2개월 밖에 남지 않았는데, 아직 현실감은 없는 거 같아요. 작업하고 공연도 하고 있기 때문에 빅뱅 탑으로서 더 몰입하고 있어요. 아직까지는 당연히 가야하는 군대고 특별한 의미 부여하고 있지 않고 있죠. 최대한 많은 분들에게 즐거움 드리고 팬들에게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보내고 있습니다."(탑)
"누구나 해야 하는 의무이고,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잠시 완전체가 아닐 뿐이에요. 팬 분들이 기다리셔야 한다는 것이 조금 아쉬울 뿐입니다. 그만큼 5명 모두가 이번 활동으로 팬 분들과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드리기는 이르지만, 최대한 5명이 뭉치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승리)
"탑 형이 가장 먼저 가게 될 뿐이고, 저희도 차례대로 가게 될 예정이에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때가 되면 가야되는 거라서 특별하게 생각하진 않아요. 가기 전까지 최대한 오랜 시간 계속해서 맡은 바를 최대한 하려고 합니다."(지드래곤)
- 빅뱅이 10년 이라는 시간동안 사랑 받은 비결이 뭘까요
"멤버들끼리 서로 사랑하자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저희의 비결이라면, 사랑인 거 같습니다."(태양)
"10년 동안 함께 해오면서 슬로건은 '창피하게 살지 말자'였던 거 같아요. 멤버들이 외치지는 않지만 5명 가운데서는 창피하게 살지 말자는 것이 마음 속에 있었던 거 같았고, 그래서 더 열심히 했던 거 같습니다."(승리)
"멤버들끼리 얘기하면 '끝까지 멋있게 늙자'는 이야기를 해요. 50대 70대가 나이가 되도 멋있게 늙는다면 그 때도 활동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자만해졌다는 것도 느꼈고, 서로 낮추는 법도 알게 된 것 같아요,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게 모두를 위해 좋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YG 회사에 대한 고마움도 느끼게 됐죠. 많이 커지고 성숙해진 거 같다. 어쨌든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잘 한 결정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앨범도 좋은 환경에서 앨범을 만들 수 있었어요."(지드래곤)
- 앞으로 빅뱅은 어떤 그림일까요
"나이가 들어도, 정기적으로 5년, 10년 혹은 매년? 계속 투어를 돌자고 서로 약속했어요. 지금처럼 꼭 규모가 클 필요도 없죠. 우리끼리 공연하는 것을 즐기면서 같이 나이 먹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훗날 멤버들 모두 결혼을 했을 수도 있고 가족끼리 투어도 다닐 수 있겠죠. 당연한 일들을 우리도 겪을 거구요. 지금도 물론 좋지만, 가족이 더 많아지면 더 따뜻해지고 좋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지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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