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는 2010년대 들어 에이스급 토종 투수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류현진(LA 다저스) 김광현(SK 와이번스) 이후 한국을 대표해서 외국 타자와 힘으로 싸울 파워 피처가 안 나오고 있다. 우수한 신인 투수가 나오지 않으면서 KBO리그 팀들은 자꾸 눈을 외국인 투수쪽으로 돌리고 있다. 현재 국내야구는 토종 만으로는 투타 밸런스를 맞히기 어렵게 됐다. 전문가들은 유망주 투수들이 프로 무대에서 성장을 멈추고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첫번째 이유로 부상을 꼽는다. 김인식 WBC 국가대표팀 감독은 "분명히 재능있는 유망주들은 있다. 그런데 프로에 와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다. 많은 선수들이 프로 입단 전에 수술을 했거나 또 와서 수술을 한다. 정작 잘 던져서 꽃을 피워할 시기에 아픈데 뭐가 되겠나"라고 했다.
왜 우리 고교 출신 투수들은 조기 부상으로 쓰러지는 걸까. 2016년 KBO 윈터미팅(14일)에서 이 주제가 다뤄졌다. 주제 발표자로 나선 임승길 동신대 교수(운동처방학과)는 "우리나라 투수 유망주들이 너무 어린 나이에 변화구를 배우고 또 너무 많이 연습하는 게 결국 조기 부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승길 교수는 우리 고교선수들의 부상 실태를 확인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2016년 전국대회 8강 이상 팀(39개교)의 투수 316명을 대상으로 했다.
설문조사 결과, 이틀 연속 투구 비율이 53.1%로 조사됐다. 이 경우 19.1%의 투수가 통증을 느꼈다고 밝혔다. 또 14세 이전에 커브 연습을 한 비율이 51.4%나 됐다. 미국스포츠의학연구소(ASMI)에선 커브의 경우 14~16세 이후 배우는 걸 권고한다. 통증 발생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슬라이더도 마찬가지다. ASMI에선 슬라이더 투구 권고 나이는 16~18세 이후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선 16세 이전 슬라이더 연습 비율이 62.1%로 높았다.
미국야구협회와 MLB는 과다 투구로 인한 부상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유소년 투수에게 각 연령대별 투구 지침을 만들어 교육시키고 있다. 반면 한국 아마추어야구는 성적지상주의와 학교 진학에 급급해 혹사 논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에이스들에게 많은 이닝을 던지게 한다. 그러다보니 특정 투수가 1년 동안 너무 많은 이닝을 책임지고 투구수도 많아지게 된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5주 이상 휴식을 취한 비율이 0%로 나타났다.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않을 경우 부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당연히 높다.
임승길 교수는 한국 야구의 미래를 위해 나이 어린 선수들에게 과도한 훈련 보다는 충분한 휴식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훈련량과 경기력이 비례한다는 확신은 자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