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그래도 수애는 '갓수애'다.
KBS2 월화극 '우리집에 사는 남자'가 13일 종영했다. '우리집에 사는 남자'는 수애가 MBC '9회말 2아웃' 이후 9년 만에 도전한 로코물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다. '9회말 2아웃'이 작품성으로 인정받긴 했지만 시청률적인 면에서는 아무래도 아쉬움을 남겼던 만큼, 이번 '우리집에 사는 남자'로 수애가 연기변신과 로코물 설욕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렸다.
결과만 놓고 봤을 때에는 절반의 성공이다.
'우리집에 사는 남자' 마지막회 시청률은 4%(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첫 방송보다 반토막난, 꽤나 아쉬운 기록이다. 로코물이라는 정체성을 잃고 스토리가 표류했다는 점, 서브 캐릭터가 잘 드러나지 못했다는 점, 고구마 로맨스로 흥미 유발에 실패했다는 점 등의 아쉬움을 남긴 결과다.
하지만 수애의 연기변신에 대해서는 호평이 쏟아진다. 수애는 첫 방송부터 화끈하게 망가지는 코믹 연기로 시청자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때로는 술에 취해 진상을 부리고 머리를 산발한채 바람난 남자친구에 대한 복수를 꿈꾸기도 했지만, 비주얼을 신경쓰지 않고 거침없이 망가지는 수애의 모습은 오히려 더 사랑스러웠다.
김영광과의 멜로 케미도 주목할 만 했다. 갑자기 나타나 자신을 아빠라 우기는 연하남 고난길(김영광)의 정체를 의심하던 홍나리(수애)가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그와 사랑의 감정을 싹 틔우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면서 족보 꼬인 부녀로맨스에 설득력을 더했다. 또 호적 정리와 친부의 등장으로 러브라인에 갈등을 빚을 땐 특유의 감성 연기로 시청자 몰입도를 높이기도 했다. 만약 수애가 아니었다면 로코물이란 정체성을 잃고 표류했던 이 작품을 누가 이만큼 잡아줬을지는 미지수다.
흥행력을 입증받지 못한 만큼 아직 '로코퀸'이라 부르기엔 일러 보인다. 다만 '우리집에 사는 남자'의 작품 자체적 결함에도 빛나는 연기력을 보여줬던 만큼, '믿고 보는 배우' 혹은 '갓수애'의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는 점에 있어서는 이견이 없을 듯 하다.
'우리집에 사는 남자' 후속으로는 '화랑'이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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